• [김선미의 세상읽기] ‘남의 논에 물대기’인 충남도청 활용
    [김선미의 세상읽기] ‘남의 논에 물대기’인 충남도청 활용
    한계 노출한 권고안, 역사성 상징성 사라지고 부동산 가치만 남아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08.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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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대전시 관내에 남아있는 옛 충남도청. 대전시민 뜻과 대전시 의도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이 같은 구상은 현실가능한 일인가?

    청사진대로였다면 지금쯤 옛충남도청은 다른 이름으로 불렸을 것

    화려한 청사진대로였다면 지금쯤 옛 충남도청사는 명칭부터 옛 충남도청사가 아닌 다른 멋진 이름으로 불리며 대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의 위용을 떨치고 있을 것이다. 옛 충남도청 활용 계획안은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다.

    충남도청 활용 공약은 역대 민선 대전시장 후보들의 단골 메뉴이기도 했다. 시장뿐만 아니라 대통령 후보들도 중요한 충청권 공약으로 내세웠다. 근대도시 대전에서 충남도청이 갖는 역사성, 장소성, 상징성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무수한 아이디어 홍수 속에 말만 무성한 채 10여년 넘게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13일 ‘옛 충남도청사 활용방안 마련 민관합동위원회’(이하 민관위)가 결정한 옛 충남도청 활용 ‘권고안’이 발표됐다. 출범 2년째를 맞는 민선 7기의 공식적인 충남도청 활용안인 셈이다.

    아이디어 홍수 속에 말만 무성, 10여년 넘게 여전히 진행 중

    민관위는 도청 본관의 외형 보존, 시민소통 활용과 더불어 여러 시설을 집적하는 안을 권고했다. 권고안은 다섯 가지 안을 담고 있으나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새로운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도청사를 구체적으로 어떤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 개념이 모호하고 불분명하다.

    문화역사공간이면 문화역사공간, 도서관이면 도서관, 창업지원 플랫홈이면 창업지원 플랫홈 등등 전체적인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심 주제가 한 눈에 드러나는 큰 그림이 없는 것이다. 이번 권고안이 기존 활용안들 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체성과 방향성이 모호한 가운데 상호 연계성을 찾기 어려운 여러 시설들을 산만하게 모아놓다 보니 하나의 공간을 여럿이 쪼개서 사용하는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게 됐다. 일종의 장소 셰어처럼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 충남도청이 갖는 역사성 상징성 장소성은 날아가고 부동산으로서의 도청공간만 남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깊은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다.

    전체 아우르는 중심 주제 없어 정체성과 방향성 모호하고 불분명

    짜깁기식의 활용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더 큰 우려는 불확실성이다. 그게 무엇이 됐든 대전시 의도대로나마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겠느냐 하는 현실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현 상태는 내 땅 아닌 ‘남의 땅’에 하룻밤에 기와집 열두 채를 짓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왜 이렇게 모호하고 불투명한 권고안이 나오게 됐을까? 활용 계획 추진은 왜 이리 지지부진한가? 부지 개발 주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충남도청사가 대전시 소유가 아닌 국유재산이기 때문이다. 태생적 한계인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문체부가 충남도청을 매입하기로 결정, 국비 820억 원의 예산이 반영됐다. 2021년까지 부지 매입이 완료되면 공식적으로 대전시가 아닌 문체부 소유가 된다.

    문체부가 직접 사용하거나 대전시가 무상 양여 또는 50년간의 장기대부를 받아 시 주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체부가 대전시에 무상 양여를 할지 장기 임대를 할지는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옛충남도청, 대전시 아닌 정부 소유 주도적 활용은 태생적 한계

    문체부는 이미 충남도청을 문화예술교육전문연수원으로 직접 사용하겠다는 계획안을 내놓은 바 있다. 250억 원을 투입해 숙박 교육까지 가능한 전국 단위 교육시설을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대전시의 권고안과는 별개로 연수원 계획안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올해 말까지 옛 충남도청사 활용주체와 방안에 대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대전시 역시 문체부와 협의해 세부 활용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하지만 대전시 의도대로 충남도청을 활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자칫하면 대전시가 주도권을 행사하기는커녕 문체부의 주도적 계획에 대전시가 면피용으로 얹혀 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충남도청과 짝을 이루고 있는 옛 충남도경 자리는 대전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기획재정부는 이곳을 대전중부경찰서 등 4개 기관의 통합청사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래저래 대전시가 주도하는 충남도청과 도경을 통합한 공간 재창조는 물 건너가게 됐다.

    문체부에 얹혀 갈수도 도경과 통합한 공간 재창조도 물 건너 가

    상황이 이럴진대 대전시가 우선해야 할 일은 당장 급하다고 조각조각 파편화된 개별적인 활용안에 매몰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대전시가 충남도청에 대한 독자적인 주도권과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를 설득하는 일이 급선무가 아닐까 싶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더 미래지향적이고 획기적이고 정교한 플랜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수준과 내용으로는 문체부의 그늘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럴 바에는 아예 정부가 실행주체가 되는 국가 단위의 세계적 시설이 들어서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대전의 역사가 담긴 옛 충남도청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대전시의 약속은 과연 지켜질지, 혹은 남의 논에 물대기에 그치는 한 여름 밤의 꿈으로 끝날지 답답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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