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조국 후보자와 힘겨루기 ‘완패’
언론, 조국 후보자와 힘겨루기 ‘완패’
간담회 내내 겉돈 질문....결정적 ‘한 방’은 아예 없었다?
  • 지유석
  • 승인 2019.09.03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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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일 예정된 인사청문회가 무산되자,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조 후보자는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 JT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일 예정된 인사청문회가 무산되자,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조 후보자는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 JT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11시간 동안 질문 100개가 쏟아졌다. 

2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 이야기다. 오후 3시 30분 시작한 간담회는 자정을 넘겨 새벽 2시에 끝났다. 휴식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장관 후보자가 이토록 긴 시간 동안 홀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건 그야말로 이례적이다. 

조 후보자는 시종일관 꼿꼿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딸이 모 언론매체 기자에게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잠시 울먹이긴 했지만 말이다. 

비록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생중계를 통해 간담회를 시청했다. 따라서 현장을 지켜보는 시청자의 시각에서 지켜보겠다고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간담회 시작한지 두 시간 가까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조 후보자에게로 넘어가고 있다는 게 현저해 보였다. 현장 분위기와 다소 온도차가 있겠지만, 적어도 시청자의 시선에서 볼 때는 그랬다. 

웅동학원, 사모펀드 투자, 후보자 딸 입시특혜 등 그간 제기되 온 의혹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지만 조 후보자는 질문을 피해가지 않았다. 차분하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질문에 답해나갔다. 그런데 유독 "몰랐다"는 답변이 많았다. 의학에서 제1저자와 제2저자와의 차이, 장학금 선정 기준 등 특히 민감한 대목에서 "몰랐다"는 답변이 자주 나왔다. 

검찰 수사를 의식하는 답변도 꽤 많았다. 압수수색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이를 언급해서는 안된다"고 사뭇 강한 어조로 답했다. "(압수수색에 대한) 어떠한 평가도 제 입에서 나오면 수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조 후보자가 내세운 이유였다. 

사뭇 파격적인 답변도 했다.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됐을 경우 가족과 관련한 보고를 받지 않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조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 임명을 전제로 "수사 엄정성은 검찰이 판단할 것이다. (나는) 법무부가 할 일을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조 후보자는 모두 발언에서 "허물과 책임은 제게 물어 달라"며 한껏 자신을 낮췄다. 그러나 의혹의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가면 "몰랐다", "검찰 수사 중이다"는 답변으로 피해갔다. 

11시간 내내 헛심공방....후보자만 돋보여 

조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 지명 받은 이후 신문 방송 할 것 없이 모든 언론이 기사를 쏟아내다시피 했다. 또 의혹의 당사자 앞에서 11시간 동안 질문공세를 이어나갔다. 

그럼에도 질문은 무뎠고, 조 후보자는 당당했다. 특히 같은 질문이 반복되는 경우가 수차례 되풀이됐고, 조 후보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답변에 앞서 "앞서 말씀드렸지만"라고 전제를 달았다. 

의혹제기, 특히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의혹제기는 언론의 고유임무다. 그러나 적어도 권력자를 상대하려면 비장의 무기 하나는 숨겨 놓고 대해야 한다. 취재를 통해 권력자가 혹시 숨기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있는지 증거를 확보한 다음 이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혹시라도 거짓 주장을 내놓으면 그때 준비한 '한 방'을 날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조 후보자 간담회에서 이런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11시간 동안 100개의 질문이 나왔음에도 질문 대부분은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간담회를 시청하면서, 질문자가 앞서 나온 질문을 전혀 경청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 지경이었다. 더구나 남성 기자 둘이 조 후보자 딸이 사는 오피스텔에, 그것도 심야에 찾아갔다는 말엔 할 말을 잃는다. 

요약하면 '의혹제기'라는 명문으로 이뤄진 조 후보자 검증 보도에서 유력한 근거는 사실상 없었다는 말이다.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겉 돈 가장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판단이다. 

다른 시청자들도 이 점을 간파한 듯하다. 간담회가 막바지로 갈 무렵, 포털 '다음'에선 '한국기자질문수준', '근조한국언론' 등의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으니 말이다. 

이와 관련,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에 출연 중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언론이 얼마나 다양한 주체로 구성돼 있는지, 질문의 수준은 그동안 엄청난 양으로 쏟아낸 의혹 기사들에 대체 무엇에 토대를 두고 있었던 건지 새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사건"이라고 평했다. 

간담회 다음 날인 3일 오전, 신문들은 관련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논조가 썩 우호적이지는 않다. 아래 몇 가지를 소개한다.

"초유의 기자 청문회....그래도 의혹은 남았다." - <한국일보>

"'없었다', '몰랐다'....조국의 '해명회'" - <경향신문> 

"'그땐 그랬다', '부탁 안했다'....박탈감만 키운 논문 장학금 해명" - <서울신문>

"강제 수사권이 없는 기자간담회는 말할 것도 없고 청문회조차 진실을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핵심 증인이 나오지 않는 청문회는 변명만 듣는 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 <조선일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이던 2003년 9월 '검사와의 대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검사들은 불손한 태도와 조롱조의 질문을 던졌고 이에 고 노 전 대통령은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죠?"라고 개탄해 했다. 

이 소식을 전한 당시 신문들은 검사들의 태도나 질문의 적절성을 따지기보다 “공격적으로 되받았다” “노기를 감추지 못했다”며 되려 고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지금 언론이 조 후보자에 보이는 반응을 보면서 그때가 떠오른다. 언론 업계 종사자로서 자괴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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