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보문산 개발 이렇게 하면 100% 실패한다
[특별기고] 보문산 개발 이렇게 하면 100% 실패한다
  • 정국교 전 국회의원
  • 승인 2019.09.0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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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교 전 국회의원
정국교 전 국회의원

[굿모닝충청 정국교 전 국회의원] 1996년 대전시는 시민의 숙원 사업인 700 억 원 규모의 보문산 동물원 민자 유치 사업자를 공모했다. 나는 재직하고 있던 태일정밀 그룹이 개발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사업본부장으로 보문산 동물원 개발 사업을 총괄했다.

미국, 일본, 프랑스, 싱가포르, 홍콩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물원과 놀이 시설, 테마 파크 거의 대부분을 답사하면서, 놀이 시설로 운영되는 공원은 개장 초기 이용객은 많으나 관람객 유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시설 교체와 재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특성을 알게 됐다.

또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처럼 하드웨어와 공연, 이벤트, 전시, 캐릭터 상품 판매 등 다양한 콘텐츠가 결합한 초대형 공원을 제외한 놀이 공원은 수익성 확보가 불가능한 사업으로 파악했다.

일본 노무라 경제 연구소의 타당성 분석 결과도 내 판단과 동일했다. 나는 보문산 동물원 및 놀이시설 개발 사업은 수익성이 없어 운영 적자 보전을 위한 부대사업이 보장되지 않으면 중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했다.

한편 대전시에 보문산 동물원 운영 적자 보전을 위한 별개의 수익 사업을 패키지로 요구해 동의를 얻어낸 후 현재의 동물원 부지를 매수해 사업을 진행했고, 1997년 IMF 경제위기로 대전시에 동물원 부지를 무상 양도했다.

대전시는 대전 도시공사에 사업을 맡겨 동물원을 완공했으나, 지속적인 운영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마케팅 공사로 운영을 이전했다.

대전시는 이미 두 군데의 놀이 공원 경영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다. 엑스포 과학 공원 내에 있던 꿈돌이 동산은 대전시에 토지 임대료 64억 원을 체납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다가 폐업했고, 보문산 동물원 내에 놀이 시설을 운영하던 지역 기업은 중도에 운영을 포기했다.

이와 같은 실패 선례를 가진 대전시가 또 다시 보문산에 타워를 세우고 곤돌라, 자이로드롭 등 놀이시설을 설치하고 워터파크와 호텔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부산과 대구는 타워를 건립해 초기에 반짝 이용객이 몰렸으나 인기를 잃었다. 남산 타워는, 남산의 지리적 위치와 남산이 위치한 서울의 인구가 1000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전 보문산과의 적절한 비교 대상이 아니다.

대전 보문산 전경. 사진=대전 중구청 홈페이지
대전 보문산 전경. 사진=대전 중구청 홈페이지

곤도라는 흔한 놀이시설이며 자이로 드롭은 국내 다른 공원에 설치된지 10년도 더 지난 구식 시설이다. 캐리비안 베이라는 워터파크의 인기에 편승해 무수한 워터파크들이 뒤따라 개장했으나, 캐리비안 베이조차 인기가 시들해질 정도로 워터파크는 관광객을 모으는 효용이 상실됐다.

대덕롯데호텔을 비롯해 리베라·홍인·아드리아호텔이 경영난으로 폐업할 정도로 호텔 사업 유지가 어려운 대전에서 산 속에 호텔을 건립하겠다고 한다.

1440억 원 이라는 막대한 돈을 들여 보문산을 개발한다고 해 특출한 아이디어를 기대했다. 하지만 실패한 선례를 반복하고 지역 실정에 맞지도 않는 시설에 더해 케케묵은 놀이시설까지 끼워 맞춘 개발 계획을 제시하는 대전시의 무모함은 할 말을 잃게 한다.

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 60억 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해 무용지물인 액션센터를 건립하고, 118억 원에 꿈돌이동산 놀이시설을 매수해 인도네시아 회사에 18억 원에 매도, 대전시에 100억 원의 손실을 입힌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보문산 개발을 주장하는 뻔뻔함도 어이가 없다.

전국에서 몇 개 되지 않는 ‘유성관광특구’는 대전시의 무관심과 방치로 ‘주상복합특구’로 전락했다. “봉리단길”로 성업을 누리던 봉명동 일대는 순식간에 열기가 식었다.

영상 산업의 메카를 만들겠다며 수천억 원대의 부지를 무상으로 내줘 드라마 큐브를 완성했으나, 정작 수천 명의 중국 관광객 유치가 가능한 한·중영화제 개최는 거부했다.

이와 같이 대전시는 현재 가지고 있는 시설조차 활용하지 못하고 팽개치고 있으며, 관광 대전에 대한 의지도,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월평공원, 매봉공원 개발은 중지하고 대전의 허파인 보문산은 훼손하겠다고 한다. 운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보문산 동물원 운영을 넘긴 대전도시공사에게 또 다시 1440억 원의 시민 혈세를 투입해 보문산 개발을 하라고 하는 직권남용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도시공사가 시민을 상대로 땅 장사, 아파트 장사로 번 돈을 보문산 개발에 돈을 쏟아 붓는 것이 대체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인지 궁금하다.

그 토록 보문산을 개발하고자 한다면 민자 유치로 진행하라. 민간 자본이 수익성이 없어 관심을 보이지 않는 보문산 개발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도시공사의 적자 시설인 보문산 동물원을 마케팅 공사에 전가했다면 시민에 대한 배임 행위다.

보문산에 타워가 없어도, 둔산동에 센트럴 파크가 없어도, 대전은 충분한 공원이 있다. 1440억 원의 예산을 기업 유치와 일자리 확충에 집중하라. 다른 대안을 묻는다면, ‘궁남지’라는 작은 연못에 연꽃 축제를 기획해 수십만 명의 외지 관광객을 유치하고 백제문화제로 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부여와 공주를 찾아가 배우시라고 허태정 시장에게 조언한다.

나는 내가 직접 경험한 보문산 개발 관련 지식과 정보에 근거해, 대전시가 현재의 계획으로 보문산 개발을 추진한다면 그 시설들은 1400억 원이 넘는 시민의 혈세를 탕진하고 수년 내 대전시의 골칫거리로 전락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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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 2019-09-05 13:26:13
자 그럼 노잼도시 대전을 어떻게 꿀잼도시로 만들것인가에 대한 것을 보문산관광과 연계하여 기고해보시지요. 무조건 안된다만 하지말구요.

조용진 2019-09-04 10:00:55
대전 관광을 관장하고 있는 자치단체의
대전관광과
대전 방문의 해에 대한 대응과 노력에 많이 실망하고 있는 사람들 중의 한 시민입니다.
과거 팩트와 경험에 근거한 고민의 글 잘 읽었습니다.
혹시 생각하시는 좋은 대안이 있으시다면
다음 번 기고문에 부탁드립니다.

2019-09-04 07:58:45
비판은 누구나 할수있지요 그럼 구체적대안을 제시해보시던지 쭈욱 글읽다 실망만했네

김배건 2019-09-03 21:50:42
100% 공감합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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