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의 시간’을 ‘국회의 시간’으로 되돌릴 때
    ‘검찰의 시간’을 ‘국회의 시간’으로 되돌릴 때
    분석]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이후 정치권의 과제
    • 지유석
    • 승인 2019.09.10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오후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다. ⓒ 청와대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오후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다. ⓒ 청와대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뜻은 분명했다. 문 대통령은 9일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고민이 컸을 것이다. 만약 임명을 철회한다면,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검찰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니까 말이다. 

    시각을 달리해보자. 핵심은 조 장관을 임명했을 때와 임명을 하지 않았을 때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 중에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였고, 문 대통령은 임명을 택했을 뿐이다.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 조 장관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띠었던 지점은 검찰수사를 언급한 대목이었다. 검찰은 당시 후보자였던 조 장관을 상대로 세 번의 압수수색을 벌였고, 조 장관 부인을 전격 기소했다. 

    이를 두고 비검찰 출신 법학자의 장관 임명을 막고 검찰개혁 마저 좌초시키려는 검찰의 정치개입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동시에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장관이 제대로 검찰개혁을 이뤄낼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일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가족이 수사대상이 되고 일부 기소까지 된 상황에서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엄정한 수사에 장애가 되거나 장관으로서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라는 염려가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검찰은 이미 엄정한 수사 의지를 행동을 통해 의심할 여지 없이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검찰 수사를 다른 각도에서 보게끔 한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대해 아무런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다. 

    박근혜 청와대가 국정원 정치개입을 수사해온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내고', 윤석렬 당시 검사 등 수사팀을 공중분해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간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엔 한 없이 무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검찰의 조 장관 수사는 이 같은 비판을 불식시킬 계기나 다름없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문 대통령의 언급은 검찰 수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취지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인사권까지 넘본 검찰, 그대로 둬선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오후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대국민 담화에서 조 장관 임명배경을 설명했다. ⓒ 청와대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오후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대국민 담화에서 조 장관 임명배경을 설명했다. ⓒ 청와대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그럼에도 뒷맛은 개운치 않다. 저간의 상황이야 어찌됐든, 검찰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장관인사권에 개입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그간 검찰은 정치가 결정적 국면에 들어설 때마다 등장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2007년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검찰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관련 의혹에 대해 "관련성을 찾지 못했다"고 결론내렸다. 

    이 같은 결론은 검찰이 BBK 관련 의혹에다 도곡동 땅·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에 시달렸던 이 후보에게 대권가도를 열어준 셈이었다. 삼성 등 재벌이 얽힌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 판단에 따라 여론은 요동쳤다. 

    검찰이 어떤 사건을 꺼내느냐에 따라 온 나라가 들썩였고, 이로 인해 이 나라는 '검찰공화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윤석렬 검찰총장은 원칙주의자란 인상이 강하다. 특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의 말은 정치검찰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윤 총장이 조 장관을 향해 칼끝을 겨누자 비난 여론이 들끓은 건 바로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끝내 버리지 못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가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는 대통령의 의중이다. 

    문 대통령 스스로 대국민담화에서 "저는 저를 보좌하여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는 발탁 이유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그 의지가 좌초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이 대통령의 기대대로 권력기관, 특히 무소불위의 검찰 조직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까? 한 꺼풀 벗겨보면 조 장관과 검찰개혁은 별로 상관관계가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개혁 방안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이 활발히 논의됐다. 

    그런데 이 개혁안이 법제화 되려면 국회문턱을 넘어야 한다. 국회가 이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올리긴 했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극력 반대하고 있어 통과가 쉽지 않다. 한국당이 조 장관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에 한국당은 즉각 반발했다. 황교안 대표는 1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조 장관 임명에 대해 "야당을 밟고 올라서 독재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면서 "자신과 한 줌 주변 세력을 위해서 자유와 민주, 정의와 공정을 내던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뜻을 같이 하는 야권과 재야시민사회단체, 자유시민들, 이들의 힘을 합쳐서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살려내야 한다"며 조국 파면을 위한 연대를 제안했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조 장관 임명을 철회하라며 삭발까지 했다. 

    조 장관 임명은 검찰개혁이라는 화두를 다시 한 번 던졌다. 그런데 검찰개혁을 제도적으로 이뤄내기 위한 열쇠는 정치권이 쥐고 있다. 이 와중에 야당이 날을 세우고 있으니 조 장관으로서도 난감할 수 밖엔 없다. 

    조 장관은 임명 전 기자간담회와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입법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 본인이 자신이 감당해야 할 과제를 잘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론 다행이다. 

    이제 정치권이 응답할 차례다. 부디 국회가 ‘검찰의 시간’을 ‘국회의 시간’으로 되돌리기 바란다. 그게 검찰공화국의 오명을 씻는 첫 단추일 테니까 말이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