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아빠와 할머니 댁 가는 친구들이 부러워요”
    “엄마 아빠와 할머니 댁 가는 친구들이 부러워요”
    명절 때 가장 외로운 아동양육시설 아이들…“영화관서 외로움 달래요”
    • 정민지 기자
    • 승인 2019.09.1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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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픽사베이 / 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픽사베이 / 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오늘은 내가 16번째로 맞이하는 추석이다.

    학교를 가지 않는 건 좋지만, 명절이 즐겁진 않다.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마음 한편엔 빈자리가 깊숙이 느껴지는 날이다. 

    명절 연휴는 암묵적으로 영화 보는 날로 정해져 있는 건지, 식구들과 함께 찾은 영화관 안엔 사람들이 빼곡하게 있다. 대부분 가족 단위로 온 듯하다. 내 또래도 많이 보였다.

    옆에서 시설 동생들이 내 옷깃을 잡아끌며 말을 걸어오지만, 저기 저 가족들에게서 시선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내 또래가 있어서일까. 감정이 복잡해진다.

    이럴 때마다 시린 바람이 가슴을 통과하는 느낌을 종종 느낀다. 가끔 너무 시려 찌릿찌릿 아려오는 바람. 나도 부모님이 계셨으면…

    나는 식구들이 많다. 참 많다. 동생들도 엄청 많아졌다. 분명 언니 오빠들이 훨씬 많았었는데, 눈 깜짝할 새 언니 오빠들은 사라지고 동생들은 늘어나있었다. 나도 언니 오빠들과 같은 나이가 되면, 우리들의 집 울타리 너머 아득한 바깥으로 한 발자국 내딛어야 될 거다.

    이 기분은 모두 느낄 것 같다. 애써 티내지 않고 다 같이 명절음식을 만들었다. 송편도 빚고 호박전도 부쳤다. 지글지글 올라오는 기름 냄새에 그제야 추석인 게 실감났다.

    밥을 먹은 이후엔 시설 원장님이 우리들에게 용돈을 주셨다. 이 용돈으로 무얼 할까. 친구들이랑 떡볶이 사먹을까? 친구들은 뭐하고 있을까? 가족이랑 있을까. 아 가족이랑 있겠구나.

    많은 식구들 사이에 있어도 이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은 기분은 항상 들어왔던 느낌이었는데, 이상하게 올해 유독 더 심한 것 같다.

    ‘연휴가 끝나지 않았으면…’ 하면서도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

    “국가지원금 시설 운영 한계…불황 탓 후원도 줄어 ”

    대전지역에만 14개의 아동양육시설이 있다. 시설들에선 아이들이 적으면 10~15명이, 많게는 30~40명까지 생활하고 있다.

    시설은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의식주를 기본적으로 채워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이들에 비해 교사 수가 턱없이 적다.

    때문에 일반 가정보다 엄격히 제한되는 규칙이 존재한다. 보호자와 아이들 간 관계가 일 대 일로 맺어질 수도 없다. 

    시설 관계자들은 “아이들의 마음 속 결핍은 쉽게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많이 하면서 많이 보듬어주려 한다”며 “특히 아이들은 명절 때 가장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다 같이 명절음식 만들기, 나들이가기, 영화 감상 등 문화 활동을 하며 아이들의 외로움을 잠시라도 감춰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설 관계자들은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토로한다. 국가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론 시설 운영이 빠듯하다는 것이다.

    한 시설 관계자는 “국가와 시 등에서 운영비 및 생계비 보조금이 지원된다. 생계비 안에서 아이들 의복과 식비를 해결하는데, 의복은 물론이고 식비도 한 명당 한 끼 식사 2300원 내지로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 지원금만으론 아이들을 보살피기에 참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족한 부분들은 많은 분들의 후원에서 채워 넣어 간다. 하지만 ‘요즘 경기가 정말 어렵구나’를 이번 추석을 통해 확실히 느꼈다”며 “후원이 대폭 줄어 시설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우리뿐 아니라 다른 시설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아이들한테까지 부족함을 느끼게 할 순 없어 최대한 명절을 재미있게 보내려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건강하고 밝게 큰 아이들이 추후 사회에 잘 적응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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