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문재인 정부, ‘참여정부 시즌2’?
[노트북을 열며] 문재인 정부, ‘참여정부 시즌2’?
노무현 정부 실패 떠올리게 하는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 지유석 기자
  • 승인 2019.09.13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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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지난 달 29일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에 대해 파견근로관계를 최종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갈등은 여전하다. 민주노총은 대법 판결 직후인 지난 달 31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청와대에 수납노동자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수납노동자 300여 명은 김천 도로공사 앞에서 9일부터 점거 농성 중이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대법원이 지난 달 29일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에 대해 파견근로관계를 최종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갈등은 여전하다. 민주노총은 대법 판결 직후인 지난 달 31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청와대에 수납노동자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수납노동자 300여 명은 김천 도로공사 앞에서 9일부터 점거 농성 중이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문재인 정부를 향한 노동계의 원성이 날로 들끓고 있다. 

추석 연휴 이후 민주노총 계열 집배노조는 우정사업본부를 상대로 대규모 투쟁을 벼르는 중이다. 유성기업·삼성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 고공 농성 등 장기갈등 사업장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럽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망감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 중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노동자 300여 명은 9일부터 김천 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수납노동자 측은 수년 간 공사 측에 직접 고용을 촉구해왔고,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아냈다. 이들은 대법원 판결 이후 청와대가 문제해결에 나서라고 압박수위를 높여 나갔고, 급기야 점거농성에까지 이르렀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점을 감안해 볼 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의 공약실천 의지는 의심하지 않는다. 2017년 7월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아래 가이드라인)엔 "최대 사용자로써 공공부문 또한 효율성 중심의 경영혁신을 추구하면서 비정규직 확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고 적시했다. 

가이드라인은 또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고용 유연성도 매우 중요한 가치이기는 하나,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규모와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노출되어 사회양극화를 초래하고, 사회통합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는 상황을 그냥 둘 수는 없다"고도 밝혀 놓았다.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가져오는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한 셈이다. 

성과가 아주 없지도 않았다. 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6월말까지 20만 5천 명 중 90.1%인 18만 5천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사상 초유의 집배원 파업도 모면했고, 장기화 조짐을 보이던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갈등도 해결점을 찾았다. 

그럼에도 갈등 현장에서는 청와대가 직접 해결에 나서라고 아우성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노동’ 모르는 노동부 관료 

고용노동부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고용노동부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바로 담당 부처 관료의 정책 이해도 부족이 근본 원인이다. 노동 관련 현안은 ‘왠지’ 노동부가 담당해야 할 일만 같아 보인다. 그런데 노동 관련 굵직한 현안이 불거지고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노동부의 존재감은 미미했을 때가 많았다. 

지난 수개월간 노동부의 움직임이라면 그저 홍보성 자료나, 중앙(?) 일간지 보도내용에 해명자료 내는 게 전부였을 뿐이다. 

여기에 노사갈등이 첨예한 사안과 관련해 노동부의 입장을 물을 때 마다 늘 "개입할 상황이 아니다" 혹은 "지도하고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직접고용을 둘러싼 도로공사와 톨게이트 수납노동자 갈등 상황에서 노동부 차별개선과 담당자가 보인 반응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담당 사무관은 "대법원이 노동자에게 수납업무에 대해서 직접고용을 하라고 명시하지는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관련 사안은 여러 언론이 수차례 보도한 내용이고, 보도를 꼼꼼히 살펴보면 수납노동자가 도로공사에 직접 고용돼 자신의 일을 계속 하고 싶어 한다는 걸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담당 관료의 황당 답변은 관련 현안에 대한 이해부족 말고는 달리 해석하기 힘들다. 

정부 부처에 경제현안을 다루는 관료는 많다. 반면 노동현안을 제대로 꿰뚫고 있는 관료는 소수에 그치는 실정이다. 그리고 더욱 본질적으로 경제관료 대부분은 사측인 재벌 대기업의 시선으로 현안을 다뤄 나간다. 이 과정에서 현장 목소리는 외면되기 일쑤다. 

아무리 대통령이 관련 현안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들, 실무를 맡은 관료들의 정책 이해도가 떨어지면 대통령으로서도 난감할 수밖엔 없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노동계가 반발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담당 관료의 사측 편향 행정에 있다.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공기업이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자회사를 세워 비정규직 인원을 배치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공익을 실현해야 할 공기업이 인건비 절감 운운하는 건 전형적인 기업 논리다. 

노무현 참여정부는 유난히 노동계와 적대적이었고, 경제관료의 발목잡기가 원인이었다는 진단은 이미 수차례 나온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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