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하려다 빚더미…“허리띠 졸라매도 희망이 없다”
재테크하려다 빚더미…“허리띠 졸라매도 희망이 없다”
대전 가계빚 16조 8000억
  • 김형철 기자
  • 승인 2012.09.20 10: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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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도안신도시 13블럭 금성백조예미지 아파트 입주가 마감된 가운데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포함한 급매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한때 프리미엄이 5000만 원에 육박했던 이 아파트가 경기침체와 부동산시장 거품이 걷히면서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까지 떨어진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투자가치를 위해 은행 빚을 져서 무리하게 분양을 받았던 일명 ‘하우스 푸어’들에겐 때 이른 겨울이 찾아왔다. 분양받은 뒤 지난 2년여 동안 허리띠 졸라매고 은행이자를 갚아왔지만 가계사정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빚만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특별한 반전 요인이 없는 한 도안신도시와 세종시 아파트 전매제한이 풀리는 내달부터 향후 2-3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마이너스 500만원에도 거래 이뤄져
지난달 말 기준 13블럭 예미지 아파트 B타입 116.91(분양면적 기준, 옛 35평형) 일반층 매매가(국민은행 시세)는 3억 2400만 원으로 확장비를 포함한 분양가 3억 1100여만 원에서 겨우 1000만 원 가량 프리미엄이 붙었다. 13블록에서 이 정도면 그나마 프리미엄을 많이 건진 경우다.
이 지역 한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은 최고 4500만 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던 인기 좋은 아파트였다.
하지만 최근엔 인기가 좋다는 중층도 대부분의 타입에서 500만 원 이상으로 거래되지 않고 있다.
C타입 중층의 경우 거의 모두 프리미엄이 없었다. 그나마 A타입 저층의 경우는 –500만 원에도 거래가 됐다. 그만큼 급했던 것이다.

프리미엄 1500만원 붙어도 ‘꽝’
계약자 상당수는 중도금은 물론 계약금까지 은행대출을 받아 적잖은 이자를 물어왔다.
예미지 아파트 옛 35평형의 경우 입주 마감이 끝난 현재 계약자가 부담해야 하는 은행권 한 달 이자는 평균 200만 원에 육박한다. 잔금을 치르지 않을 경우 내야하는 연체료가 10%에서 시작하니 조만간 월 이자는 200만 원이 넘어선다.
2009년 말 분양받아 그동안 이자를 치렀는데 그 금액이 1500만 원에 달한다. 이는 프리미엄이 최소 1500만 원은 돼야 한다는 얘긴데 그렇더라도 세금을 내면 손해다. 결국 지금 프리미엄 없이 내놓는 금매물량은 최소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 가량 손해를 보고 내놓는 셈이다.

내달부터 도안신도시 전매 줄줄이
지난해 하반기 분양한 도안신도시 아파트가 내달부터 줄줄이 분양권전매가가 시작된다. 2블록과 7블록이 스타트를 끊고 나머지가 11월에 몰려 있다. 5블록만 12월로 가장 늦다.
시장에서는 전매가 풀리더라도 당장은 물량이 쏟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내달 전매에 앞서 시장조사를 해 본 결과 호가는 3000만 원에서 4000만 원이지만 사려는 사람들은 1000만 원선이 내부분이고 최고 2000만 원을 넘지 않고 있다.

도안‘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3블록 예미지의 경우 입주때까지 갖고 있던 가수요자(투자자)들은 대부분 1000만 원에서 1500만 원 가량 손해를 본 셈”이라며 “내달부터 전매가 풀리는 분양아파트들의 경우 일부 계약자는 3000만 원 이상 프리미엄을 붙여 내놓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금융권 관계자는 “도안신도시 개발과 함께 수도권에만 있던 하우스푸어들이 대전에 급증했고, 예상대로 사회문제로 대두될 정도”라며 “정부가 경기부양 대책으로 자꾸만 부동산 활성화를 들춰내는데 이는 서민층은 물론 중산층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어느 하우스 푸어의 고단한 삶
“매달 이자만 80만원… 하루하루가 지옥”

회사물량 떠안아 매달 이자 폭탄
대전의 한 중견건설회사에 다니는 김일수(47·가명) 씨. 그는 대학졸업 후 18년째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나름대로 인정받아 승진도 동기들보다 빠른 편이다.
하지만 그에겐 가족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다. 지난해 담보대출을 받아 마련한 대전의 한 중형아파트 때문이다. 김 씨가 산 아파트는 지난해 초 입주가 끝났음에도 미분양 물량이 30%에 달했다. 불행하게도 이 아파트는 김 씨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시행시공 한 것으로 회사는 급기야 직원들에게 일정부분 물량을 떠넘겼다.

회사는 분양가 3억3000만원인 이 아파트를 1000만원 깎아줬지만 여윳돈이 2000만원 밖에 없던 김 씨로서는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겨우 전세세입자를 구해 3억원 중 절반인 1억 5000만 원만 대출을 받았지만, 매달 80만씩 나가는 이자가 여간 부담스럽다.

안 그래도 그의 월급으로는 사립대에 다니는 큰 딸 등록금과 예술고에 다니는 둘째인 아들 교육비를 감당하기도 벅찼던 마당에 이 아파트는 그의 가족에게 애물단지 이상일 수밖에 없다.
김 씨는 “회사 사정상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떠안기는 했지만, 가계에 너무 부담이 된다”며 “앞으로 오른다는 보장만 있으면 그동안의 금융비용을 감당하겠지만, 최근 인근에 분양물량이 쏟아진데다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아 하루하루 고민이 커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변 믿고 투자했다가 하우스 푸어
6년차 은행원 이영수(33·가명) 씨도 김 씨와 같은 하우스푸어에 속한다. 입사 3년차이던 2009년 대전 서남부(현 도안신도시) 지구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이 씨는 얼마 전 입주와 함께 미등기 상태로 집을 팔았다.
이 씨 역시 상당수 분양자와 마찬가지로 이 집에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투자 목적 때문이었다. 지인의 소개도 있었지만, 당시 시장 분위기로 봐선 최소 3000만 원 이상의 프리미엄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그는 예상했고, 실제로 2차 중도금을 낼 때까지는 그 보다 많은 4000만 원까지 호가가 형성됐다.

당시 이 씨는 호가보다 500만 원 낮게 내놨지만 실제로 사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고, 그로부터 계속 500만 원에서 1000만원씩 낮춰 내놔도 공인중개사무소로부터 연락은 오지 않았다.
결국 입주가 시작된 최근에는 프리미엄 ‘제로’ 아파트가 됐고, 이 씨는 지금까지의 금융비용 1500만 원을 포기하고 울면서 명의이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 씨는 아파트를 결혼자금 마련을 위한 재테크 수단으로 삼았지만 결국 그에게 남은 것은 마이너스 통장뿐이었다.
이 씨는 “설마 했는데 어느 날 보니 내가 말로만 듣던 하우스푸어가 돼 있어라”며 “앞으로는 어떤 유혹이 있더라도 아파트나 부동산에 투자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심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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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제일공인중개사 2012-09-21 11:11:25
아파트를 통한 재테크 방법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비싸 기존아파트보다 30평 기준 약 1억정도 더 나간다.
호경기시절에는 분양후 프리미엄을 노리던지 매각이익을 볼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과도기에는 옥석을 구별하는 투자법이 필요하다. 현재 도안등 분양가가 높은 곳이나 일부 시세가 높은 곳은 하락한 곳이 있지만 노은의 경우에도 최근 전세가가 4000만원 정도 인상되었고 일부 저가 아파트는 1000만원정도 가격이 상승한 곳도 있다. 좋은집에 투자하지 말고 돈되는 집에 투자하는 현명함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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