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인] "농사로 자립할 수 있다면"
[굿모닝충청인] "농사로 자립할 수 있다면"
논밭상점 박푸른들 대표와 용헌씨 이야기
  • 이종현 기자
  • 승인 2019.09.29 16: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푸른들씨와 용헌씨.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박푸른들씨와 용헌씨(왼쪽부터).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충남 홍성에 사는 박푸른들(31)씨는 올해 귀농 2년 차 여성 농민이다.

서울에 살다 고향에 내려온 그는 평생 유기농 농사를 짓고 살아온 아버지 도움을 받아 지금은 직접 농사를 짓는다.

용헌씨는 지난해 11월 논밭상점 구성원으로 합류했다.

이들은 비날하우스 5개동에서 유기농 허브와 당근 같은 채소를 키운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농사로 자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농민 대다수가 생산비를 보장받지 못하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아버지 포함 대다수 농민이 애써 가꾼 농산물을 제값에 판매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에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전 대안을 찾다 탄생한 것이 ‘논밭상점’이다.

논밭상점은 박씨 가족과 이웃 농민이 재배한 유기농 허브와 당근 같은 농산물을 판매한다.

박씨는 한국농촌에서 농민은 기획자이자 사업가가 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용헌씨는 농민을 꿈꾸는 청년에게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톱 끝이 흙으로 물든 박씨와 용헌씨를 만나봤다.

[다음은 박푸른들씨·용헌씨 인터뷰 주요 내용]

-논밭상점 문을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박푸른들: “아버지 포함 농민 대다수가 수확 철만 되면 철저한 약자였다. 애써 가꾼 농산물이 생산비를 건지지 못하고 소비자에게 공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판로 확보가 중요하다.

또한 농민 개인이 성실하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 같았다. 정부가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정책을 내세우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었다. 논밭상점은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농민이 제값에 농산물을 팔 수 있도록 판로를 만들고 싶었다. 온라인으로 우리 가족이 직접 재배한 유기농 농산물과 이웃 농가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생산비를 건지지 못하는 농민이 어느 정도인가.

용헌씨.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용헌씨.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박푸른들: 많은 농민이 생산비를 건지지 못하고 있다. 현재 혹은 오늘날 농민은 본인이 생산비를 결정할 수 있는 주체적 직업군이 아니다. 즉 농산물은 주문 제작을 할 수 없어 농민이 생산비를 결정할 수 없다. 만약 농민이 판매 전에 농산물이 어느 정도 가격에 출하될지 인지하고 있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농민이 훨씬 많다.”

용헌: “올해만 해도 양파 가격이 폭락해 많은 농민이 좌절했다. 생산비를 보장받지 못하고 판매하거나 아예 판매하지 못한 농민이 많다.”

박푸른들: “평생 유기농 농사를 짓고 계신 아버지를 보고 느낀 것이 있다. 아버지는 친환경 농업을 짓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신다. 하지만 생산비를 건지지 못하거나 판로를 찾지 못하면 좌절하고 슬퍼하셨다. 이웃 농민 상황도 마찬가지다. 극단적 선택을 한 농민도 봤다. 아버지를 보며 농민으로서 가진 자부심은 애정, 현실의 좌절과 별개라고 생각했다.”

-직접 짓는 농사가 어렵진 않나.

용헌: “농사는 글·사진·영상으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농사는 직접 해봐야 한다. 직접 해보면 정말 어렵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최근 태풍으로 강한 바람이 불었을 때 만약 저희만 있었다면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이웃 농민이 도와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는 농사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박푸른들: “처음엔 제가 농사를 짓겠다고 하자 아버지가 말리셨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이유로 말리셨는지 알 것 같다. 정말 힘들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정서적으로 도움을 주셔 극복할 수 있었다.”

-여성 농민 시선에서 보는 현 농업 문제점은.

박푸른들씨.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박푸른들씨.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박푸른들: “도시도 마찬가지겠지만 농촌은 가부장적 문화가 남아있다. 서러움도 있었다. 나이가 어리고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

무조건 귀농·귀촌을 홍보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청년창업농지원사업 끝장 토론에서 현재 청년농 사업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지적했다. 귀농·귀촌을 하면 경영체를 등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농지 은행을 통해 토지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토지가 없다. 기본적인 부분부터 구축하고 홍보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여성 농민이 행복하기 위해 해결돼야 할 과제는.

박푸른들: “여성 농민이 농촌에서 안심하고 살기 위해선 주거지안전이 필수다. 농업기술원이나 여성 농업인센터, 행정당국이 주거지 환경, 마을 분위기 같은 세심한 정보를 여성 농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수준 높은 성평등교육(성인지교육)도 필요하다.”

용헌: “동의한다. 주거지안전은 여성 농업인 행복을 위한 기본 조건이다. 언제 누가 침입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여성 혼자 산다면 얼마나 불안하겠나. 여전히 기본 조건조차 채워지지 않은 곳이 많다.”

박푸른들씨와 용헌씨(왼쪽부터).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박푸른들씨와 용헌씨(왼쪽부터).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농민을 꿈꾸는 청년에게.

박푸른들: “한국농촌에서 농민은 기획자이자 사업가가 된다. 국가가 농산물 수매는 고사하서라도 농산물 공급 수요 관리를 나서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용헌: “농사가 좋아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농사를 본업으로 생각한다면 먼저 경험부터 해보는 것이 좋다.”

※논밭상점 홈페이지: https://nonbaat.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