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문턱 넘은 명성교회 세습, 소속 교단에선 무슨 일 있었나?
총회 문턱 넘은 명성교회 세습, 소속 교단에선 무슨 일 있었나?
한때 강력했던 세습 반대 결기, 1년 사이 '알수 없는' 증발
  • 지유석 기자
  • 승인 2019.10.01 20: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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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3일부터 26일까지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열린 예장통합 104회기 총회. 이번 총회에서는 명성교회 세습을 2021년 1월 가능하게 하는 수습안이 가결됐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지난 달 23일부터 26일까지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열린 예장통합 104회기 총회. 이번 총회에서는 명성교회 세습을 2021년 1월 가능하게 하는 수습안이 가결됐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명성교회는 숙원이던 교회 대물림을 관철해 냈다.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김태영 총회장)는 지난 달 26일 오전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열린 104회기 총회 회무에서 2021년 1월 김삼환 원로목사 아들 김하나 목사의 위임청빙을 가능하도록 한 수습안을 가결했다. 

7인으로 꾸려진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원회'(수습전권위, 위원장 채영남 목사)는 위에 적은 안 외에 ▲ 명성교회 세습 무효 판결 수용 ▲ 서울동남노회 가을노회에서 김수원 목사 노회장 승계 ▲ 총회헌법 등 교회법에 의거한 고소고발 등 수습안에 대한 일체의 이의제기 금지 등을 뼈대로 하는 7개항의 수습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현장에 있던 총대의원 1204명 중 920명은 수습안에 찬성의사를 밝혔다. 

수습안이 통과됐지만, 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 같지는 않다. 먼저 명성교회 세습 불법성을 주장해 온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동남노회 비대위)는 수습안에 합의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명성교회 측도 수습안을 반기면서도 동남노회 비대위 위원장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승계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반대여론도 거세다. 세습에 반대하는 명성교회 신도들이 꾸린 '명성교회 정상화위원회'(명정위)는 수습안 가결직후 성명을 내고 "법적 근거도 없고, 내부 조항간 서로 충돌되는 이 수습안은 존재 자체가 모순이며 향후 교단의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도 "이 결정으로 김삼환·김하나 목사 부자와 일부 세습지지 교인들이 받는 타격은 하나도 없다. 어차피 2021년이 1월이 되면 김하나 목사는 위임목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보여주는 화해에 집착하고 대형교회는 살려줘야 한다는 어리석은 마음이 초래한 결과다. 하나로 이어지는 과정을 설계한 사람들, 또 그대로 따라준 사람들은 스스로 지혜롭게 해결했다고 자부할지도 모르지만, 참으로 우둔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습안을 둘러싼 이해당사자간 입장차, 그리고 수습안 가결에 따른 후폭풍 외에 주목할 점은 또 있다. 예장통합 교단 내 분위기 변화다. 

명성교회 세습,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옳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수습하기 위한 수습안을 들고 총회장으로 입장하는 채영남 목사. 채 목사는 2021년 1월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 가능 등 7개항의 수습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수습안은 되려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수습하기 위한 수습안을 들고 총회장으로 입장하는 채영남 목사. 채 목사는 2021년 1월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 가능 등 7개항의 수습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수습안은 되려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김삼환 원로목사가 김하나 목사를 후계자로 지목했을 때만 해도 이 교단 목회자들은 거부감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해 9월엔 교단 총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목회자대회를 열고 세습을 강하게 비판했다. 설교를 맡았던 소망교회 김지철 목사는 김삼환 원로목사에게 세습을 만류했다고 털어 놓았다. 당시 김지철 목사 설교 중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 (소망교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장로로 시무했던 대형교회다)

"일전에 김삼환 원로목사를 개인적으로 만났다. 세습하지 말고, 한국교회를 위해서 돈을 주고 사람을 파송하는 식으로 사유화하지 말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그러나 김 목사는 자신의 카리스마와 재물을 이용해 직분자들과 성도들을 조종하고 조작했다. 

거룩한 공교회를 사유화하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이는 하나님과 맘몬을 동시에 섬기는 우상숭배였다. 한국교회를 어둠의 세력에 넘겨주려 한 행위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날 대회에서 발표한 결의문은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아래는 결의문 중 일부다.

"우리 목회자들은 명성교회 목회자 세습 사건이 하나님의 교회를 개인의 사기업이라 생각하는 무리들이 자행한 재산승계 작업이며 금권으로 총회의 헌법조차 정면으로 허물어뜨린 공교회 유린 사건이고, 또한 '세습'을 '승계'라 강변하며 헌법조문을 비상식적으로 해석함으로 '직접 세습'의 길을 닦은 간사한 혀들이 맘몬에 부역한 반신앙적 사건이라는 공동의 인식에 도달했다.

특히 세습을 이루기 위해 금권을 동원해 공교회와 노회와 총회를 지속적으로 짓밟아 유린해 온 사태는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했고, 더 나아가 재판국은 헌법에 따른 올바른 재판을 기대하며 기도해 온 수많은 신앙인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절망감을 안겼다."

예장통합 교단 총회를 앞두고 이 교단 목회자 몇 명과 접촉해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세습을 허락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교단 총회가 명성교회 세습을 2021년 1월로 유예해준 점을 감안해 볼 때, 교단 목회자들이 심경 변화를 일으킨 점은 분명하다. 익명을 요구한 이 교단 목회자는 "한때 열렬히 세습에 반대하던 목회자가 총회에선 (세습에) 찬성했다. 크나큰 충격이다"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인다. 1년 전 절망감을 느꼈던 이들이 무슨 이유로 세습에 찬성했을까? 당시의 절망감이 지금은 희망으로 바뀐 것일까? 논란이 오래도록 지속되고 언론의 이목이 쏠리는 게 부담스러워 그냥 덮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아니면, 혹시 명성교회가 목회자를 회유한 건 아닐까? 이와 관련, 개신교 시민단체인 '평화나무'는 명성교회 측이 총회를 앞두고 명성교회 측이 전방위적인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직 의혹단계라 말하기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 교단 목회자들이 심경변화를 일으켰고, 이 같은 심경변화가 명성교회 세습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 사회가 명성교회 세습 사태를 주시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대형교회 세습은 본질적으로 교회 사유화이며, 그리스도교 신앙의 원리는 물론 사회적 상식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명성교회는 이 같은 사회적 압력에도 아랑곳없이 집요하게 세습을 관철시키려 했다. 그리고 소속 교단인 예장통합 교단은 세습에 길을 터줬다. 한국은 물론 세계 교회사에서 수치로 남을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에게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 당한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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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기사5 2019-10-08 01:26:09
목회대물림(교회세습)이 정말 성경적으로 잘못된 것인가요?
이와 관련해서 제가 관련 글을 지식iN에 올렸습니다. 한번 와서 보세요.
https://kin.naver.com/qna/detail.nhn?d1id=6&dirId=60901&docId=337108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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