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다...‘조국 대란’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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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동양대 표창창 의혹 집중 조명한 MBC ‘PD수첩’
  • 지유석 기자
  • 승인 2019.10.02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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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은 1일 ‘장관과 표창장’을 통해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MBC ‘PD수첩’은 1일 ‘장관과 표창장’을 통해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수차례 한국 사회를 뒤흔든, 대표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다.  

2005년 11월 22일 현 한학수 앵커가 연출한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편은 황우석 신화 붕괴의 신호탄과도 같았고, 2008년 4월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은 이명박 전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문제점과 함께 광우병 위험성을 알렸다. 

특히 광우병 보도의 반향은 엄청났다. 2008년 6월 거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로 뒤덮였고, 이에 이명박 전 정권은 ‘PD수첩’을 강도 높게 압박했다. 그럼에도 ‘PD수첩’은 굴하지 않고 2010년 4월부터 세 차례 '검사와 스폰서' 편을 통해 검찰 권력의 민낯을 고발했다. 

1일 오후 방송된 '장관과 표창장'편도 기념비적이라 할 만 하다. 'PD수첩'은 이날 방송에서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조국 법무부장관은 후보자 지명 직후부터 갖가지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조 장관 딸이 입시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여론의 이목이 쏠렸다. 이 와중에 조 장관 딸이 동양대에서 받은 표창장이 가짜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진원지는 동양대 최성해 총장이었다. 더구나 이 주장은 조 장관의 국회인사청문회 직전 불거져 파장은 컸다. 최 총장은 조 장관 청문회 하루 전인 지난 달 5일 새벽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나온 직후 취재진에게 자신의 명의로 표창장이 나간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 같은데 제가 교육자적인 양심하고 친분적인 양심하고 정적인 문제하고 갈등이 좀 되더라고. 그래도 나는 교육자적인 양심을 택했습니다." 

최 총장의 발언은 조 장관 딸이 받은 표창장이 위조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후 언론은 최 총장 발언을 대서특필했고, 조 장관도 표창장 위조 의혹만큼은 피해가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졌다. 

표창장 위조 의혹은 조 장관에겐 '스모킹 건'이 될 수 있었다. 왜 그럴까? 강신업 변호사는 'PD수첩' 제작진에게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교수의 입장에 있는, 또 장관의 아내(정경심 교수)라고 하는 그런 사람이 자기 자식의 성공 내지는 또 의사를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사문서를 위조하고 그 위조한 사문서를 행사했다고 한다면 그건 ‘법정형이 몇 년 형이냐’를 떠나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역린을 건드리는 중요한 범죄일 수가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다. 표창장 위조 의혹은 검찰이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한 결정적 근거가 됐다. 

떠들썩했던 의혹, 검증해보니 ‘속빈 강정’

MBC ‘PD수첩’은 1일 ‘장관과 표창장’을 통해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떠들썩했던 의혹과 달리 검증결과는 속빈 강정이나 다름 없었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MBC ‘PD수첩’은 1일 ‘장관과 표창장’을 통해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떠들썩했던 의혹과 달리 검증결과는 속빈 강정이나 다름 없었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PD수첩'은 '스모킹 건'일 수 있는 동양대 표창장 검증에 나섰다. 결과는 보는 이들을 허탈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PD수첩' 제작진을 찾은 동양대 전직 조교들의 말이다. 

"수료증 상장 같은 건 학과에서 조교나 직원이 임의로 본인이 내용을 넣어서 만들기 때문에 그 내용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고 그 안에 양식도 다를 수 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 전직 조교 민윤주 씨(가명)

"왼쪽 상단에 일련번호가 ‘제 몇 호’ 나가잖아요. 그냥 제가 정했거든요. 임의로 정해서 항상 나갔었고. 그냥 성함 순으로 저는 쭉 나열해서 ‘0001’, ‘0002’이런 식으로 제가 일련번호를 적어서 나갔거든요." - 전직 조교 홍지연 씨(가명)

조 장관 딸이 봉사활동을 했고, 최성해 총장과 조 장관 가족과 가까웠다는 증언도 나왔다. 

놀라운 점은 최성해 총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자유한국당 관계자로부터 자문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PD수첩'이 공개한 최 총장 측근 정 아무개 씨의 녹취록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조국(장관) 편 잘못 들어갔다가는 자한당이 정권 잡으면 학교 문 닫아야 돼 그렇잖아요. 자한당이 (학교를) 놔두겠어요? 27일 바로 서울 올라가서 ◯◯◯(전 자유한국당 고위 관계자)하고 ◯◯◯ (전 교육감)하고 전부 다 서울 오라고 해서 서울에서 만났어요. 그러면 최교일 씨가 제일 가까이 있으니까 교감했을 거예요. 어떻게 할까."

이 녹취록에서 '최교일'이란 이름이 눈에 띤다. 바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바 있고, 경북 영주가 지역구인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최 총장과 최교일 의원이 유착했다는 의혹은 이미 대구 MBC가 제기한 바 있다. 대구 MBC는 9월 16일 "동양대학교가 3년 전 노후 건물과 땅을 지자체에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이 도움을 줬다"고 보도한 바 있었다. 

요약하면,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딸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의혹은 사실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자유한국당이 조 장관을 낙마시키려 최성해 총장과 모종의 교감을 했다는 게 사실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 검찰이 끼어 들었다. 검찰이 표창장 위조 의혹을 근거로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한 것이다. 

여의도에 이어 청와대까지 넘본 검찰 

이 같은 검찰 행태는 여러 면에서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검찰이 정 교수를 기소했다는 사실은 조 장관 인사청문회 종료 직후 알려졌다. 

장제원·주광덕 의원, 여상규 법사위 위원장 등 자유한국당 청문위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안 듯 한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한국당과 검찰 사이에 모종의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만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 현직 기자는 'PD수첩'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검찰이 특정 기자들한테 ‘우리가 11시쯤에 법원에 (공소장을) 보낼 거다. 하지만 발표는 12시 이후에 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아침자로 준비해라’ 이렇게 팁을 줬어요."

검찰이 내놓은 공소장은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검찰은 처음엔 정 교수가 총장 직인을 찍어 위조했다고 적시했다가, 슬그머니 직인파일을 가지고 소프트웨어적으로 위조 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리고 피의사실을 왜곡해 언론에 흘렸고, SBS 등 몇몇 언론은 검증 없이 받아썼다. 

그런데 직인만 문제가 아니다. 검찰은 표창장 원본을 찾지 못했고, 피의자인 정경심 교수 조사도 하지 않았다. 조 장관도 검찰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피의자 소환 없이 기소가 이뤄진 점에 있어서는 저로서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검찰이 이유로 내세운 공소시효 만료도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검찰 주장에 대해 "사문서 위조죄는 위조한 문서를 실제로 사용한 행위, 다시 말해 위조사문서 행사죄와 함께 기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표창장을 입시에 활용한 것은 2014년, 위조사문서 행사죄 공소시효는 한참 남은 상황에서 검찰이 급하게 사문서 위조로만 기소했다"고 'PD수첩'은 지적했다.

검찰은 조국 장관 가족 의혹을 수사한다며 1달 사이 7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같은 수사가 정치적이라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검찰은 조국 장관 가족 의혹을 수사한다며 1달 사이 7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같은 수사가 정치적이라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검찰은 1달 사이 조 장관 주변 의혹을 수사하겠다며 7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기소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 하나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인다. 과연 검찰의 기소가 과연 탄탄한 수사에 기반한 것일까? 'PD수첩' 취재 결과에 따르면 답은 '아니오'다. 

‘PD수첩’은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음은 물론, 이 같은 수사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점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조국 장관과 표창장’편은 실로 의미 있다. 

이제 검찰의 노림수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문제를 따져볼 차례다. 혹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가 비검찰 출신이고, 검찰개혁 소신을 밝혀온 조국 후보자의 법무부장관 임명을 막기 위한 정치적 선택 아니었을까? 이 같은 정치행위를 위해 검찰권을 발동한 건 아닐까? 과연 이런 행태가 합당한 것일까? 

윤석렬 검찰총장은 조 장관 가족 수사에 대해 "수사는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과 달리 저간의 상황은 검찰이 국회 인사청문회는 물론 대통령 인사권에까지 개입한 모양새가 됐다. 

급기야 지난 달 2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은 촛불로 뒤덮였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검찰 개혁’을 외쳤다. 

이 같은 사태 전개에 윤 총장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향후 있을 검찰 수사결과 발표, 그리고 재판 결과와 별개로 말이다. 무엇보다 윤 총장은 국민이 준 검찰권을 조직 기득권을 위해 사용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조국 장관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검찰개혁은 이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조국 대란’이 가져온 나비효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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