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광진의 교육읽기] 우리의 교육은 언제까지 입시에 휘둘릴 것인가?
    [성광진의 교육읽기] 우리의 교육은 언제까지 입시에 휘둘릴 것인가?
    •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 승인 2019.10.08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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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이번 수시에 어느 대학에 원서를 넣어야 할까요?

    입시 상담하러오는 고3 아이들 대부분은 심각한 표정에 고민이 가득하다.

    -너는 어디를 생각하고 있는데?”

    -A대학교 00과, 또는 00과를 염두에 두고 있

    었는데요.

    -가만 있자 지난번에 치른 모의고사 결과 배치표를 보면 정시로는 A대학교에 점수가 조금 모자랐는데.....  수시로는 가능할지 모르겠다. 

    인터넷으로 입시정보 관련 포털을 열고 지망대학의 학과를 살펴본다.

    -논술우수자는 그렇고.... 학생부교과전형은 워낙 모집 숫자도 적고 수능최저학력등급이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중에 3개 영역에서 7등급 이하라 하면, 한 영역당 2등급 이상이어야 하는데 네 모의고사 결과로는 조금 힘들 수 있고 말이야.....

    -그래도 학생부교과우수자 전형이 저희 같이 지역 일반고 학생들한테는 유리한데, 그냥 한 번 넣어볼래요. 

    -하지만 작년에도 15대 1이 넘어서 말이야. 올해도 70명 정원에 15명밖에 뽑지 않는데다가,  아까도 말했지만 수능최저학력기준도 네 수준에서는 조금 무리일 것 같은데.....

    -그렇다면 학생부종합전형은 어떨까요?

    학교생활기록부를 아이와 함께 하나하나 점검해본다.

    -교과 성적에서 우수상을 받은 과목도 있고, 봉사활동 실적도 좋고, 교내 정규 동아리 활동과 관련해 교내상도 받았네.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회장도 지내고, 거기다 학생회 임원 활동도 했으니, 이것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를 잘 만들고 학교 추천서를 제출하면 되겠네.

    심각하던 아이의 얼굴이 밝아지면서 생기가 돈다.

    -저 학생부 채워 넣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보충· 자율학습 하느라 힘들지, 휴일에는 봉사활동 다녀야지, 거기다 진로와 관련한 자율동아리 만들어 활동도 했어요. 어휴~

    -어려웠지만 그런 활동이 네 성장에 도움이 되고 보람이 될 거야.

    -즐겨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게 다 입시 때문에 하는 거라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하긴 그렇다. 학교에서는 입학하는 날부터 ‘대학’, ‘대학’하면서 전쟁터에 내보내는 전사처럼 목표와 전략을 세우라 채근하고 3년 내내 학교생활의 모든 것을 입시와 연결시켰으니......

    -그래도 고등학교 생활에서 동아리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향토유적답사반으로 지역의 유적도 직접 찾아보고, 자료 발표도 하면서 선조들의 문화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과거에는 진로체험이나 동아리활동 같은 비교과영역들은 시간만이 존재했을 뿐 내용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심지어는 수능 관련 자율학습으로 채워지는 것이 일쑤였다. 만약 지금의 학생부종합전형이 사라지면 학교의 교육과정은 전적으로 중간·기말시험과 같은 일제고사와 수능시험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너는 수시를 모두 서울 쪽으로만 내지 말고 지방 국립대도 내는 것이 어떻겠니?

    -싫어요, 저의 형이 지방대에 다녔는데, 한 학기도 안 되어 그만 두고 다시 수능시험을 치르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갔어요. 그런데 형이 말하기를 서울에 오길 잘했다고 하더라구요. 서울에서는 지방대를 지잡대라면서 학교 취급도 안한다고 해요. 

    아이의 말이 단호하다.

    -고속열차 타면 전국이 한두 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인데 무슨 지방 타령이냐. 몇몇 사람들이 지나치게 과장해서 말하는 거야.

    이런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말하는 교사나 듣는 학생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여튼 부모님과 상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어머니께서 내일 오신대요. 

    다음날 온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의 의사를 전적으로 존중하며, 학생과의 상담 결과 그대로 응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다음날이었다. 

    -00의 아버지입니다.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려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예 어제 어머님도 다녀가시고.... 상담이 잘 끝났습니다.

    -사실 이런 말씀 드리기 어려운데.... 아이에게 B대학을 가라고 권유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며칠 동안 애와 다툼이 있어 집안이 어수선합니다.

    B대학은 이 지역의 국립대이다.

    -학생은 무조건 서울로 가겠다고 하던데요. 어머님도 동의하셨는데.....

    -사실 아이 엄마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라고 했지만 지금 고민이 많아요. 아실 거예요. 큰애가 지금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사실 서울 애 때문에 지금 몹시 힘들거든요. 사립대다 보니 비싼 수업료는 그렇다 쳐도 아이 생활비가 장난이 아니에요. 처도 나가 일하는데, 저희들이 버는 게 거진 반은 서울로 빨려 들어가는 거예요. 큰 애가 장학금을 받겠다고 노력해도 사립대라 그런지 받기가 만만찮고, 알바를 해도 코딱지 같은 돈을 벌다 보면 학교 공부를 따라갈 수 없다고 하니, 

    이런 하소연에 공감하지 않을 월급쟁이는 없다. 

    -아이들 사교육비에 시달려서 저축도 제대로 할 수 없었는데, 큰애를 재수까지 시켜서 작년에 서울로 보낸 뒤로는 아주 힘들거든요. 대학 가서도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학원비까지 보내야 하니 부담이 커요. 사실 이제부터는 우리 부부의 노후 준비도 해야 되는데, 둘째까지 보내면 빚을 지게 생겼어요.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그 처지가 가슴으로 느껴진다.

    -저도 학생에게 말은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저의 말은 권고에 불과하지, 강요하기는 어렵습니다. 부모님께서 차분하게 설득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입시 지옥으로 청소년들을 몰아넣고, 부모들은 노후를 준비하기 어려울 만큼 자녀 교육에 수입을 쏟아 붓고 있는 현실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윗글은 필자의 교단 경험을 토대로 재구성한 이야기임을 밝힙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와 여당은 오는 11월 발표할 예정인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서 비교과영역인 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을 입시전형에 반영하지 않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학생부종합전형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런 정도로는 입시의 문제는 더욱 꼬이고 학교는 시험 성적 위주로 돌아가 입시학원과 다를 바 없게 될 수 있다. 그나마 학교의 체면을 살려주던 비교과영역의 교육과정이 허수아비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성장하기 위해서 학교는 학교답게 정상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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