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태안=김갑수 기자] 충남 태안군이 2020년도 신규 사업으로 검토 중인 미당 서정주 시인의 시비 건립에 대해 태안군의회(의장 김기두)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서정주 시인의 친일행적이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
이한규 관광진흥과장은 15일 오전 진행된 제263회 군의회 임시회 2020년도 업무구상보고에서 ‘명사와 함께하는 해수욕장(학암포)’ 계획에 대해 보고했다.
이 과장에 따르면 서정주 시인이 학암포를 방문한 뒤 그 광경을 표현하는 ‘학(鶴)’이라는 시를 썼다는 것.
이에 군은 우수해수욕장으로 교부된 2000만 원을 활용, 학암포 다중지점에 시비를 건립하는 등 명소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영인 의원은 “서정주 시인의 친일행적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아시나?”라며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김 의원은 학암포 일원을 지역구(가선거구)로 둔 의원으로, 인근에는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옥파 이종일 선생의 생가(원북면 반계리)가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이 과장은 “구체적으로 방침을 받은 건 없다. 일부 주민들이 그 문제를 제기해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다만 그 주장만 반영할 순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의견도 들어보는 등 전체적으로 균형감 있게 살펴보겠다. (현재로선)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서정주 시인은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올라있는 인물로, 친일찬양 작품 11편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춘천시와 광양시를 비롯한 몇몇 지자체의 경우 서정주 시인의 친일행적을 문제 삼아 기존의 시비를 철거하거나 그가 작사한 ‘시민의 노래’ 제창을 중지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군이 이를 강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