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시의회가 퇴짜 놓은 테미공원 미술관
[김선미의 세상읽기] 시의회가 퇴짜 놓은 테미공원 미술관
널뛰는 대흥배수지 활용 계획, 대전시 문화행정 민낯을 드러내다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10.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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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5층 창가에 기대어 발긋한 작은 꽃망울에서 시작해 연분홍빛 바다로 변하는 테미공원을 바라보는 소소한 즐거움이란.

팝콘이 튀겨지듯, 반죽이 부풀 듯 점점 커지는 분홍빛 덩어리가 빚어내는 봄날의 풍경은 몽환적이기까지 했다.

봄날, 분홍빛이 빚어내는 테미공원의 몽환적 풍경에 미술관이 더해진다면 

옛 대전시립도서관 현 테미예술창작센터 뒤편 대전시민의 오래된 쉼터이자 봄날 눈 호사를 선사하는 테미근린공원에 금상첨화로 미술관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토록 멋진 곳에 미술관이 생긴다니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대전시의 미술관 건립을 마냥 반기기에는 사전 준비와 계획이 허술해도 너무 허술해 광역시의 문화행정이 이래도 되는가 싶다.
 
최근 민선7기 대전시는 중구 테미공원 정상에 설치된 대흥배수지에 미술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배수지 물탱크의 특성을 활용해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는 산업유산의 문화적 활용이다. 외피는 제법 그럴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미술관을 왜 이곳에 세워야 하는지, 어떤 성격의 미술관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이유와 타당성 있는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련의 과정과 내용을 보면 산업유산이나 문화유산을 활용한 문화공간 재창조가 지자체마다 붐을 이루다보니 대전시 역시 이 대열에 편승하려는 것처럼 비춰진다. 

산업유산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겠다지만 미술관 설립 이유와 타당성은 빈약

대전시는 올 추경예산에 ‘시립미술관 테미 건립 기본계획 및 타당성’ 용역 예산 8500만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추경예산 심의에서 용역비가 전액 삭감된 것이다. 집행부를 길들이기 위한 의회의 몽니가 아니다. 의회가 제동을 건 이유를 보면 대전시가 미술관 건립을 얼마나 쉽게 생각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시의회는 현재 미술관 건립을 추진 중인 테미공원 인근에 조성되는 ‘테미창작마을 조성을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 점을 들어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테미창작마을은 낙후된 테미공원 주변과 테미예술창작센터, 옛충남도관사촌인 테미오래 등과 연계한 원도심의 문화예술거점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시의회는 테미공원 미술관은 ‘테미창작마을 조성 용역’ 과 관련성이 큰 만큼 결과가 나온 후 이를 토대로 ‘미술관 건립 계획’을 세우는 게 맞다는 입장을 냈다. 한마디로 일의 순서가 틀렸다는 지적이다.

허술한 준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 실패한 주먹구구식 행정의 답습

시는 “테미창작마을 용역에 미술관 건립 내용이 담기지 않아 따로 용역을 추진한 것”이라고 해명을 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일머리가 이처럼 뒤죽박죽인 것도 문제이지만 내용은 더 엉성하기 때문이다. 시민세금을 투입하는 사업임에도 어떤 성격의 미술관을 만들지, 무엇을 담을지에 대한 비전 제시와 고민이 전혀 없다는 지적은 대전시가 곱씹어 뼈아프게 들어야 할 대목이다.

대전시는 민선6기 때인 2016년 테미공원 내 대흥배수지에 ‘이원복 만화창작관’을 건립하고 산책로 곳곳에 만화 캐릭터 조형물을 설치해 '이원복 만화동산'으로 꾸미겠다고 했다. 하지만 만화창작관은 첫 발도 떼지 못하고 흐지부지 무산됐다. 

다중이 이용하는 공원에 특정인의 이름을 딴 창작관을 세우는 것이 타당한지, 작가가 대전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등 반발과 반론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치밀한 계획 없이 어느 날 뜬금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다 실패한 주먹구구식 행정의 전형이었던 셈이다.

어떤 성격의 미술관을 만들지, 무엇을 담을지에 대한 비전 제시 없어

민선7기 대전시는 이원복 만화창작관 실패에서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 졸속으로 추진하다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그 자리에 똑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기 짝이 없다.

명색이 복합문화예술거점 공간 조성인데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미술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별 고민 없이 툭 던진 것 같다. 규모도 그다지 크지 않아 재정부담도 많지 않을 테니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듯싶다.

최근 미술관 붐이 불며 미술관은 다른 어느 문화기반시설보다 반응이 뜨겁다. 지자체 마다 미술관 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성공한 도시도 있으나 태반이 주먹구구식으로 접근해 문만 열어놓고 개점휴업인 곳이 태반이다.

내 돈 아니라고 건물부터 짓고 보는 시정은 이제 그만, 문화시설도 예외 아냐

내 돈 아니라고 시민세금으로 건물부터 짓고 보는 토건식 한건주의는 이제 그만이다. 그것이 아무리 규모가 작은 시설이라도 말이다. 필요한 문화시설 확충은 시장이 바뀔 때 마다 업적처럼 쏟아내는 전시행정 대신 정확한 실태조사와 향후 수요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을 세워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그릇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어떤 음식을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해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문화기반시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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