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연주 전 KBS사장, 한국언론 잘못된 관행에 ‘경종’
    정연주 전 KBS사장, 한국언론 잘못된 관행에 ‘경종’
    리뷰] KBS ‘저널리즘토크쇼J’의 자기 반성
    • 지유석 기자
    • 승인 2019.10.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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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방송된 KBS 1TV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는 자사 보도 관행을 정조준했다. ⓒ KBS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20일 오후 방송된 KBS 1TV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는 자사 보도 관행을 정조준했다. ⓒ KBS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진짜 특종은 그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면 영원히 묻혀버리는 거예요.”

    정연주 전 KBS 사장이 20일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아래 저리톡)에 출연해 한 말이다. 정 전 사장의 출연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이날 64회차 '저리톡'은 KBS 보도관행을 정조준했다. 정 전 사장은 이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해 KBS, 더 나아가 한국 언론 전반에 만연한 잘못된 관행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전직 사장을 초대해 자사 보도를 비판한 프로그램은 아마 '저리톡'이 처음일 것이다. 

    KBS는 공영방송임을 자처한다. 그러나 두 달 가까이 한국 사회를 뒤흔든 '조국 대전'에서 깊은 내상을 입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투브 채널 '알릴레오'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씨 자산관리인인 김경록PB 녹취록을 공개한 게 발단이었다. 

    KBS는 반박에 나섰고 유 이사장은 재반박했다. 이어 10일엔 김경록PB 인터뷰 전문을 공개했다. KBS 역시 전문을 공개했다. 

    KBS와 유 이사장 측의 갑론을박은 여러모로 미디어 환경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일 것이다. 

    KBS는 공영방송이다. 반면 유 이사장이 운영하는 '알릴레오'는 1인 미디어다. 김경록PB는 조 전 장관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을 해소할 열쇠를 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처음에 KBS와 인터뷰를 했다가 1인 미디어를 찾은 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말하자면 1인 미디어가 특종을 했고, 공영방송은 '물을 먹은'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미디어 진입장벽도 무너졌다.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서초동 촛불집회에서도 1인 미디어는 기성 매체기자 보다 더 활발히 취재활동을 했다. 그럼에도 김PB가 공영방송을 외면한 이유를 설명하기엔 충분치 않다. 

    김PB가 알릴레오를 찾은 근본적인 이유는 KBS의 보도 행태에 있었다. KBS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 줄곧 검찰에 확인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김 차장(김경록PB)이 증거 인멸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던 만큼 정 교수나 본인에게 유리한 이야기만을 선별하거나 최악의 경우 허위 사실을 언급할 우려가 있었고 KBS는 이에 대한 객관적인 확인이 필요했다, 게다가 만약 실제 사실과 다른 내용이 그대로 보도가 될 경우 향후 조사를 받을 김 차장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방어권 문제도 고려했다"는 게 KBS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저리톡' 고정패널인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는 "만약에 확인해주면 그렇다고 그게 또 진실이 되는가?"하고 되물었다. 

    일단 검찰은 KBS에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검찰이)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것은 검찰이 그걸 확인해줘 봤자 법적으로 확인이 되는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뭘 확인했다는 걸까? 검찰의 수사 방향이 그런 지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결국은 검찰의 수사 방향이 이렇다 라고 보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 전 사장도 거들고 나섰다. 정 전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KBS에서 이번에 이 사태와 관련해서 검찰에 크로스 체크를 했다는 그것을 보고 아니 도대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슈퍼 갑, 검찰한테 뭘 확인을 하지? 이게 범죄가 구성되나? 그걸 확인하려고 하는 건가? 그거는 아니잖아요."

    김경록PB 인터뷰 논란에 대응한 KBS 행태는 결국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검찰에 종속돼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검찰은 검증영역 밖? 

    검찰은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뉴스의 진원지다. 그래서 온 국민이 검찰의 움직임에 눈과 귀를 곤두세우고, 취재진은 대형 사건이 불어질 때면 주변에 늘상 진을 치고 대기한다. 

    동시에 검찰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이다. 경우에 따라선 조직 보호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특정한 개인 혹은 단체를 '찍어' 의도적으로 피의사실을 흘리기도 한다. 

    문제는 언론이 이를 여과 없이 받아쓴다는 점이다. 논란이 된 김경록PB 인터뷰도 KBS가 전체 맥락 중 검찰 시각에 맞는 대목만 잘라 반영한 점이 문제였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이 20일 오후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에 출연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 KBS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정연주 전 KBS 사장이 20일 오후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에 출연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 KBS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저리톡'에 출연한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이 같은 관행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이다. 만약 언론이 검찰이 혹시 다른 의도를 갖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면, 인격살인에 가까운 여론 재판은 없지 않았을까? 

    정 전 사장은 자신이 당한 일을 털어 놓으면서 검찰과 언론의 유착 실태를 아래와 같이 요약했다. 

    "검찰은 그냥 하나의 주장일 뿐이에요. 그리고 피의사실이다시피 그냥 의심하는 거예요. 검찰이 이게 범죄라고 그냥 의심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거를 검찰 출입 기자들은 많은 경우에 마치 범죄로 확정된 것처럼 받아들여요."

    언론은, 기자는 ‘특종’에 목말라한다. 그런데 무엇이 특종인가? 정보가 지금처럼 개방돼 있지 않은 시절 특종은 자신만이 아는 사실, 아니면 남보다 먼저 아는 사실이 특종이다. 

    그러나 이제 정보는 사방에서 차고 넘친다. 대형사건 사고는 일반 독자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려 상황을 전한다. 

    이런 시대에서 검찰이나 다른 정부기관이 던져주는 정보를 받아 약간의 손질을 거쳐 ‘단독’ 타이틀 붙여 보도하는 광경은 우스꽝스럽다. ‘조국 대전’에서 국민이 언론에 실망한 이유도 검찰발 단독(?) 보도만 쏟아질 뿐 정말 의미 있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 있었다. 

    이제 ‘특종’, ‘단독’ 보도의 의미 규정부터 다시 하자. 무엇이 특종이고, 무엇이 단독인가? 정연주 전 사장의 말에 답이 있다. KBS, 더 나아가 한국 언론이 곱씹어야 할 답이기도 하다. 

    “진짜 특종은 그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면 영원히 묻혀버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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