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30] 강순 장군의 억울한 죽음을 닮은 걸까...보령 산수동 소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30] 강순 장군의 억울한 죽음을 닮은 걸까...보령 산수동 소나무
  • 장찬우 기자
  • 승인 2019.10.28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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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장찬우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충남 보령에 산과 물이 아름다운 산숫골이라는 마을이 있다.(보령시 오천면 갈현리)

이 마을 길가에 덩그러니 별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위로 자라지 않고 드러누워 자라 크지 않아 보인다.

개다가 가지가 여러 곳으로 뒤틀려 있다.

낙락장송(落落長松)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무엇이 그리 불편 했을까.

가지마다 배배 틀어가며 용트림하듯 꼬여있다.

이 소나무를 심은 사람은 조선 초기의 명장 강순(康純) 장군이다.

조선건국 4년 전인 1390년에 태어나 1460년 북쪽 변경지역의 여진정벌에 참가하고 그 공으로 경성절제사(鏡城節制使)가 됐다.

1467년에 이시애(李施愛)의 난이 일어나자 진북장군(鎭北將軍)으로서 남이(南怡)와 함께 난을 평정하는데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함경도의 호족이었던 이시애는 세조의 중앙집권 체제 강화 정책에 반발해 난을 일으켰다.

세조가 북도 출신의 수령을 점차 줄이고 서울에서 직접 관리를 파견하자 불만을 샀던 것이다.

강순은 난을 평정한 공으로 적개공신(敵愾功臣) 1등에 신천부원군(信川府院君)으로 봉해졌다.

이 해에 서정장군(西征將軍)으로서, 좌장군 어유소, 우장군 남이와 함께 정예군 1만 명을 지휘하여 여진을 소탕하기도 했다.

1468년 우의정을 거쳐 영의정으로 오위도총관에 임명됐지만 반란을 꾀하였다는 모함을 받아 그 해에 사형됐다.

강순과 남이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이시애의 난을 힘을 합쳐 평정하고 여진과도 함께 싸운 전우였다.

그런데, 유자광(柳子光)의 모함에 남이가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 둘의 운명은 증오의 관계로 변했다.

예종은 남이를 직접 국문하면서 “누구와 함께 역적모의를 했느냐?”고 다그쳤다.

그러자 왕 옆에서 국문을 거들고 있던 강순을 가리키며 “영의정 강순과 함께 하였소”라고 말했다.

나이 80의 강순은 펄쩍 뛰었지만 그도 모진 고문에 못 이겨 역모를 실토했다.

결국 둘은 형장으로 끌려가게 되었는데, 강순이 말하기를 “너는 나와 무슨 원수를 졌기로 나를 끌어들이느냐?”고 묻자

남이는 “여보시오 영상, 나도 참으로 원통하오.

내가 누명을 쓰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실 원상이 그대로 보고만 있으니 같이 죽어도 마땅하다고 여긴 것이오”라고 답했다고 한다.

강순이 이 소나무를 심은 것은 여진을 정벌하고 이시애의 난을 진압한 뒤다.

강순은 왕으로부터 이 일대의 땅을 하사받고 둘러보다가 소나무를 심었는데, 이것이 지금의 산수동 소나무다.

나무가 곧게 자라지 못하고 뒤틀려 옆으로 자란 것도 강순의 억울한 죽음때문 아니었을까.

이시애의 난을 평정한 때가 1467년이고 그가 죽은 때는 1468년이니 나무의 수령은 적어도 550년은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강순은 사후 시신이 수습되어 소나무가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보령시 주포면 관산리 배재산 아래 묻혔다.

이후 이 곳에 대학교가 들어서 멀리 떨어진 보령시 미산면 봉산리로 이장했다.

산수동 소나무는 예부터 영험이 깃든 소나무로 알려졌다.

마을 사람들은 가지를 꺾으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기고 나무 앞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지고 진다고 믿어왔다.

해마다 5월초 제물을 갖추어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제를 지내고 있다.

2009년 10월에 충청남도 기념물로 지정돼 현재 신천(信川) 강씨(康氏) 문중이 소유하고 있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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