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32]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서천 비인면 은행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32]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서천 비인면 은행나무
  • 장찬우 기자
  • 승인 2019.10.30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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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윽이 깊은 작은 고을에

자연을 사랑하니 마음에 근심 잊을 만하네.

인간의 옳고 그름 얽매이지 않고

꽃피면 봄인 줄 알고 잎 지면 가을인가 하노라.

#.

숲 속에 집을 지어 속세의 풍진 인연 끊고

숨어살면서 벼 익듯이 참된 성품 기르네.

한가롭게 베개에 쉬고 있으면 봄날의 졸음 쏟아지니

하는 일 없어 태초의 백성 같구나.

 

[굿모닝충청 장찬우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신사임당,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중기 3대 여성시인으로 손꼽힌 임벽당(林碧堂) 의성 김씨 (1492년~1549년)가 베게에 수놓았다는 시 두편이다.

그는 부여군 중정리 출신으로 김수천과 어머니 한양 조씨사이에서 장녀로 태어났다.

할아버지 김축으로부터 시·문·서를 익혔고 이후 수예에도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서기 1509년(중종4년) 18세의 나이에 비인면 남당리 유여주와 혼인해 아들 유위를 얻었다.

당시 시아버지 유기창은 중종반정 때 유배지 거제도에서 풀려났지만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벼슬을 마다하고 서천군 비인면 남당리에서 일생을 보냈다.

남편 유여주 또한 기묘사화(중종14년)가 터지자 남당리 도화동(복숭아꽃이 밤에 흩날리는 풍광을 보고 의성김씨 내외가 지었다고 전해진다.)에서 지냈다.

임벽당(林碧堂)은 명나라 황제가 지어준 호로 그녀의 이름은 사후에 더 높이 평가받고 있다.

1683년(숙종9년)에 애산 김두명이 중국여행을 다녀오면서 명나라의 목재 전겸익이 편집한 ‘열조시집’이란 책자를 가지고 들어와 더욱 각광받기 시작했다.

‘열조시집’에는 임벽당(林碧堂) 김씨의 시가 3편이나 수록돼 있다.

지금까지 전해오는 시문은 임벽당(林碧堂) 의성 김씨의 유품인 베개에서 전래되고 있다.

베개 양각에는 임벽당이란 글씨를 수놓고 베개 천에는 임벽당(林碧堂)의 시 두 수를 수놓았다.

임벽당(林碧堂)의성 김씨 내외가 중국여행을 다녀온 뒤 이를 기념해 비인면 남당리에 은행나무는 세 그루를 심었다고 전해지는데 그 중 한 그루만이 남아있다.

1982년 10월 서천군 보호수로 지정돼 유씨종중이 관리하고 있는 이 은행나무는 수령이 500년을 넘어섰고, 높이 25m에 둘레만도 8.4m에 달한다.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이곳에서 ‘나무제’가 행해지는데 마을에서 볼 때 앞쪽에 있는 길게 늘어진 나무가 암나무, 뒤편에 쭉 뻗은 나무가 숫나무이다.

위에서 뿌리가 내려와 아래나무가지와 붙어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마을주민들 사이에서는 ‘기이한 나무’라고 불린다.

세월이 하수상하여도 은행나무는 가을이면 어제나 노란빛으로 세상을 물들인다.

한 해 내내 생명활동으로 온 에너지를 쏟아내고 시나브로 세상을 밝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란 잎을 떨구고 말지만 여전히 은행나무는 생의 아름다운 희망이다.

세상을 잘못 읽은 누구에게 혹은 이땅에 불법으로 들어선 사람에게도 노랗게 물든 은행 잎을 바라보는 일은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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