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니가 맞춰 봐! 스무고개 된 투자기업 이름
[김선미의 세상읽기] “니가 맞춰 봐! 스무고개 된 투자기업 이름
허시장의 리더십·신뢰마저 의심케 하는 대전시티즌 기업구단화 협상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10.3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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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대전시티즌은 과연 누구 품에 안길 것인가? 이달 초 허태정 대전시장의 전격적인 발언으로 촉발된 대전시티즌 인수 기업이 베일에 쌓이며 이와 관련한 온갖 추측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철통 보안 덕분에 ‘밀실행정’ ‘거래 의혹’ 까지 제기되며 허 시장의 리더십과 업무 스타일까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투자 기업과의 업무협약(MOU) 일정까지 구체적으로 밝히면서도 정작 궁금하고 중요한 해당 기업이 어디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철통 보안, 난무하는 억측 속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협약 우려

대전시티즌에게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의 전환은 일대 변화다. 팀이 비록 온갖 문제를 일으키고 성적은 하위권을 맴도는 혈세 먹는 하마라도 그렇다. 매각이 됐든 대기업 유치가 됐든 일단 대전시가 손을 놓으며 운영권이 바뀌는 일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추진 과정은 행정의 형평성과 공정성,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

전임 시장 시절 시 소유의 재산을 민간에 매각하면서 벌어졌던 의혹과 갈등은 지금까지도 민간 매각의 실패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모든 과정을 유리알처럼 공개하며 진행할 수는 없다.

사안에 따라, 철저한 보안을 위해서, 때로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비공개로 추진하기도 하고 최종 결과가 나온 후에도 협상 과정이 공개되지 않기도 한다. 행정의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해도 충분히 양해가 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상대 있는 협상 비공개 양해할 수 있지만 찔끔찔끔 정보 흘려 불신 자초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시티즌 투자 기업을 둘러싼 매끄럽지 못한 허 시장과 대전시의 대응은 대전시 행정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낳게 한다. 시티즌의 기업구단화는 허 시장의 첫 언급 후 발언의 모호함으로 인해 매각인지 기업 투자인지를 놓고 헷갈리게 했다.

매각설이 기정사실로 흘러가며 몇몇 기업을 두고 걷잡을 수 없이 온갖 소문이 무성해지자 허 시장은 ‘매각’이 아닌 ‘기업의 투자를 받는 대신 운영권을 넘기는 기업구단으로 전환’임을 못 박았다. 더불어 이달 말까지 MOU를 체결하겠다는 일정도 공개했다.

허 시장의 첫 언급 후 2주일만의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다. 짧은 기간 일사천리로 진행된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이미 해당 기업과 상당한 수준에서 물밑 협상이 진행됐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매끄럽지 못한 시장과 대전시 대응, 대전시 행정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

하지만 정작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투자 기업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상대 기업이 원치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대신 무슨 스무고개 하듯 “재계 50위 안에 드는 대기업, 지역 연고가 있고, 프로구단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회사”라는 힌트만 쏟아 냈다. 심하게 표현하면 마치 “니들이 맞춰 봐라” 하는 식이다.
 
이런 와중에 유력하게 거론되던 신세계를 제치고 ‘KEB 하나은행’이 시티즌 투자 기업으로 결정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온갖 소문과 함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되자 대전시는 떠밀리듯 MOU 체결 전에 인수 기업을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대전시 발표대로라면 이번 주 안에 인수 기업 공개와 양해각서 체결이 모두 마무리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 투자 기업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고, 애초 이달 안으로 하겠다던 투자 양해각서 체결은 다음 달로 미뤄졌다. 일정이 미뤄진 것은 역시 기업 사정 때문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기업 이름 함구, 스무고개 맞히기 같은 힌트만

이렇듯 여론을 떠보듯 여러 정보를 노출하고 자신들이 약속한 일정마저 지키지 못하면서 시중에서는 여러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투자 기업의 철저한 비공개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첫째는 협상 과정에서 기업이름이 밝혀질 경우 여러 요구 조건들이 쏟아져 협상을 어렵게 하거나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는 불확실성에 대한 안전장치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받아들이기에는 개운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상대 기업이 원치 않아 이름을 밝히지 못할 거면서 왜 찔끔찔끔 설익은 협상 내용을 흘려 소모적인 논란을 유발하고 진정성에 의심을 사며 비난을 자초하는지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역대 시장들도 만지작거렸던 대전시티즌의 혁신이라는 뜨거운 이슈를 단발 뉴스가 아닌 이슈몰이로 컨벤션 효과의 극대화를 노린 ‘정치인’ 허태정의 노림수라는 것이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알 수가 없다. 행정 미숙인지, 인기를 노린 이슈몰이인지 말이다.

불확실성에 대한 안전판, 이슈몰이를 노린 정치인 허태정의 노회한 노림수?

분명한 것은 대전시티즌의 환골탈태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허 시장의 멋진 트로피가 될 것이다. 반면 만에 하나 협상이 깨지거나 지역사회가 수긍할 수 없는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계약이 이뤄질 경우 과정이 요란했던 만큼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젊은 시장에게 불투명의 대명사나 노회한 정치인 이미지가 덧입혀지지 않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기업구단화 성공이라는 전리품에 취해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협약을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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