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상품 포장… 청중은 神을 원했다
과도한 상품 포장… 청중은 神을 원했다
문옥배의 음악문화 읽기-신격화된 거장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 문옥배
  • 승인 2012.07.1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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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음악가 중에서 거장이라 불리며 신격화된 음악가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음악의 신동이라 불리는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그리고 악성이라 불리는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작품은 수많은 서양음악 중에서도 불멸의 작품이라 칭호가 붙어다닌다. 그런데 과연 바흐가 살았던 17세기, 베토벤이 살았던 18세기에도 그들은 거장으로 신격화 되었을까? 바흐는 당대에 그리 크게 인정받은 음악가가 아니었고, 베토벤은 비교적 크게 인정받았던 음악가였다. 그러나 그들이 거장이라 신격화되고, 그들의 작품에 불멸이라는 칭호가 붙진 않았다. 그럼 이들은 언제, 어떻게, 왜 신격화되었을까?

19세기는 서양음악사에서 낭만시대로 불리는 시대로, 청중의 취향에 맞춘 상업적 프로그램과 파가니니, 리스트 등으로 대변되는 비르투오소(virtuoso)의 음악회가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이다. 그러나 시간에 지남에 따라 청중의 취향은 변하기 시작했고, 비르투오소적 음악회와 작품은 점차 청중들로부터 외면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미학적 논리가 한 몫을 했다.

지나친 상업주의에 대한 비판과 함께 모든 외적 조건으로부터 독립된 자율성 있는 음악, 작품성 자체에 충실한 음악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한 것이다. 외형적인 비르투오소를 선호하는 청중 외에 예술성을 추구하는 진지한 청중이 등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19세기 중반부터 음악회는 음악을 진지하게 듣고자 하는 청중층과 사교와 유희에 몰두하는 청중층에 의해 비르투오소풍의 유희적 대중음악회’(Popular Music Concert)와 진지한 예술성을 추구하는 고전음악회’(Classical Music Concert)로 기능 분화가 시작되었다.

고전음악회의 청중은 대중음악회의 상업주의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였고, 음악에 대해 금욕주의적인 태도를 가졌다. 이들은 진지함과 박식함의 가치를 추구하였고, 취향 변화와 함께 과거에는 관심 밖에 있었던 과거의 작곡가와 그들의 작품이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고전음악회는 청중의 취향에 맞춘 상업적인 프로그램과 대중음악회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전음악회가 상업성과 결별한 것은 아니었다. 또 다른 상업주의로 대치된 것이었다. 곧 상업적 음악회와 비르투오소를 대신하여, 고급음악을 향유하려는 새로운 청중의 욕구에 부응한 새로운 음악 상품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때 등장한 새로운 상품이란 과거의 음악가를 재포장한 신격화된 거장불멸의 작품이라는 이미지였다.

고전적인 거장은 영웅으로 등장했으며, 이와 동시에 거장의 곡은 걸작품으로 포장되는 등 존경과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 거장이라 불리는 바흐모차르트베토벤 등의 이미지는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거장으로 신격화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을 포장해야 했고, 이에 따라 바흐는 평생을 교회를 위해 봉사한 경건하고 금욕적 삶을 산 교회 음악가이자 음악의 아버지로, 모차르트는 짧지만 화려한 생애를 살았던 신동으로, 베토벤은 가혹한 운명과 싸운 고뇌의 인간이자 그것을 극복한 악성으로 이미지 메이킹(image making)하였던 것이다.

이미지 메이킹의 작업에는 전기(傳記)가 활용되었다. 19세기는 음악가들의 전기가 대대적으로 출판된 시기이기도 했다. 당시 음악가들의 전기는 사실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픽션의 경우가 많았다. 음악가들에게 신비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부여하고 독자들에게 그 이미지를 믿도록 한 것은 이 시대 전기 작가들이 추구한 경향이기도 했다. 작가들은 앞을 다투어 작곡가들을 우상화, 영웅화, 신격화시켰다. 음악가는 사회를 벗어나서 존재하는 천재로, 평범한 사람으로부터 이탈해 있는 존재로 만들었다.
 
신격화된 거장들의 작품은 불멸의 걸작품으로 추앙을 받았고, 그 걸작품의 탄생에는 항상 신화와도 같은 에피소드가 따라 다녔다. 청중들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가가 영웅 같은 존재이기를 바라는 등 19세기의 낭만주의적 상상력이 역사적인 사실보다는 가공된 픽션을 생산한 것이다. ‘고독한 천재’, ‘신적인 영감의 소유자등의 거장과 걸작품은 음악매니지먼트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당시 청중들도 그것을 원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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