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인] 심규용 신부, 문 닫혔던 100년 교회 살려
[굿모닝충청인] 심규용 신부, 문 닫혔던 100년 교회 살려
예산교회 재건 프로젝트 주도…"교회 문 닫지 않게 자립하고파"
  • 이종현 기자
  • 승인 2019.11.03 15: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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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예산교회 심규용 신부.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예산교회 심규용 신부.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지방 소멸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충남 예산군은 2013년부터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했다. 저출산·고령화·인구 유출이 원인이다.

1917년 문을 연 예산교회도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100주년을 맞이했던 2017년, 대한성공회는 예산교회 문을 닫았다. 교회가 1927년 설립한 신명유치원(예산지역 최초 유치원)도 같은 해 폐원했다.

당시 신학대학원생이었던 심규용 신부는 이 소식을 접한 뒤 기록을 남기기 위해 예산에 왔다.

그는 주민과 오랜 시간 함께한 교회가 이대로 사라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예산교회 재건 프로젝트(Again 1917, 일어나요 예산교회)’가 탄생했다.

예산과 연고가 없는 그가 왜 교회를 재건하려고 했는지,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지난달 31일 만나 물었다.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예산교회와 신명유치원.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예산교회와 신명유치원.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다음은 심규용 신부와 일문일답.

-예산에 오게 된 계기는.

“예산교회를 처음 만난 건 2017년 8월이다. 교회 매각 전 기록을 남기기 위해 오게 됐다. 올 2월 예산교회로 발령받아 본격적으로 예산교회를 재건하고 있다.”

-예산교회 재건 프로젝트란?

“처음엔 시골에 있는 작은 교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회가 도심 한복판에 있었고 규모도 컸다. 100주년에 문을 닫는 교회가 안쓰러웠다. 하지만 신학생 신분에 교회를 되살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방이 사라지면 지역이 간직한 수많은 이야기도 사라진다. 서울로 올라가 성공회대학교 신학대학원 성직과정 대학원 동기들과 고민했다. 같은 해(2017년) 10월 100주년 기념 저녁기도회를 열고 예산교회를 다시 살리자는 뜻을 모았다. 이후 대전교구가 재건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대학원 동기들과 예산에 틈틈이 내려와 예배당을 정비하고 주변에 자란 풀을 뽑았다.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형이다. 원도심 활성화, 지역 주민 누구나 문화·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도록 우리 역할을 다 할 생각이다.“

-교회를 재건하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과거 10만 명 이상이던 예산지역 인구는 7만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방 소멸, 공동화 현상은 앞으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교회가 공동화 현상을 막을 순 없다. 그러나 지방 소멸과 공동화를 막는 데 힘을 모을 수 있는 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예산교회 심규용 신부.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예산교회 심규용 신부.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예산은 사과로 유명하기 때문에 전국 상공회 네트워크에 글을 올리고 사과를 팔고 있는데 호응이 좋다. 판매 금액은 일정 부분 성당 수리비에 사용되고 있다. 오전에도 아산에 가서 사과를 팔고 왔다.

작년에는 지역 주민과 함께하기 위해 책방, 영화모임(신명극장) 등을 만들었다. 처음엔 얼마나 사람이 모일까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주민들이 많이 참여해 보람찼다.”

-힘들었던 점은.

“오래되고 낡은 것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좋은 자산과 전통이 될 수 있다. 교구에 매각 철회를 설득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예산군이 공모한 국토부 뉴딜 사업 대상 파트너로 함께 하는데.

“교회와 유치원이 뉴딜 사업 대상지에 있다 보니 예산군은 지역이 필요로 한 어린이 놀이시설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함께하게 됐다.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앞으로 협의를 하겠지만 주민이 편히 쉴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 싶다. 또한 예배당 벽면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켜 주중에는 주민에게 개방하고자 한다.”

-앞으로 계획은.

“교회가 다시 문을 닫지 않도록 자립하고 싶다. 또 지역이 필요로 한 교회를 만들고 싶다. 특히 신명유치원은 지역 주민에게 귀중한 자산이다. 유치원을 거쳐 간 주민을 위해 기념관을 만들고 싶다. 마을 공동체도 살리고 싶다. 북카페와 미술관, 동아리방을 만들어 지역 주민에게 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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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2019-11-04 20:15:35
홀로 묵묵히 먼지털며 일으켜세우시는 심부제님
멀리서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계속 놀라운 소식 기대해도 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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