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36] 백성의 바람을 담은 나무...논산 성동은행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36] 백성의 바람을 담은 나무...논산 성동은행나무
  • 장찬우 기자
  • 승인 2019.11.05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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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장찬우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전우치(田禹治)가 실존인물이라고?

배우 강동원이 영화 속에서 묘사했던 전우치가 실존인물이라는 사실은 안건 충남 논산시 성동면 개척리에 있는 은행나무 때문이다.

500여 년을 살아남은 이 은행나무는 조선 중종때 기인이며 도술가로 알려진 전우치가 심었다고 전해진다.

전우치는 1519년(중종 14) 일어난 기묘사화(己卯士禍)에 연루돼 도피 생활을 했다고 한다.

호남지방으로 내려가던 중 성동에 이르러 손에 든 은행나무 지팡이를 땅에 꽂으며 “이 지팡이가 싹을 틔워 자라나면 전씨가 계속 번창할 것이고, 만약 죽으면 전씨는 남의 그늘 속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담양 전씨 문중에서는 해마다 정원 대보름이면 이 은행나무 앞에서 가문의 평안과 번영을 빌고 있다.

전우치와 관련된 이야기는 대부분 황당하고 괴이하다.

흥미로운 것은 전우치가 실존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전우치에 관한 기록이 조선시대의 사서인 조야집요(朝野輯要)를 비롯해 대동야승(大東野乘), 어우야담(於于野譚), 지봉유설(芝峰類說) 등 여러 문헌에서 나타난다.

‘사술로 백성을 현혹시켰다고 하여 신천옥에 갇혔는데, 옥사하자 태수가 가매장시켰고, 이를 뒤에 친척들이 이장하려고 무덤을 파니 시체는 없고 빈 관만 남아 있었더라.’

‘밥을 내뿜어 흰나비를 만들고, 새끼줄을 만들어 하늘에 던지고 어린 아이를 시켜 그것을 타고 하늘에서 천도를 따오게 했다.’

‘오산집(五山集)에 따르면 그가 차식(車軾)을 찾아가 두공부시집(杜工部詩集)을 빌려갔는데, 알고보니 그가 죽은지 한참 뒤였더라.’

전우치는 본관은 남양(南陽), 송도(松都) 출생이다.

미관말직 벼슬을 지내다 사직하고 송도에 은거하며 도술가(道術家)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그와 관련된 기록들 대부분이 만들어진 얘기일 것이다.

언뜻 보아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것들이 많다.

고향이 송도인데 낙향을 하다 은행나무를 꽂은 곳이 논산이라는 것도 그렇고, 미관말직 벼슬아치가 당대 명사인 조광조와 교류했다는 점도 그렇고, 기묘사회에 연루됐다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

누군가의 전설은 기이하고 신비롭지만, 그 누군가의 신분은 지극히 낮고 평범하다.

전설은 대부분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백성들의 입을 통해 만들어지고 퍼지기 때문이다.

전우치가 심었다고 전해진 은행나무 지팡이 원목은 오래전에 고목이 되어 부러지고 자라나온 가지가 네갈래로 뻗어 있다.

민중이 만들어 낸 이야기는 비록 고목과 함께 기억 속에서 사라졌지만 그 안에 담긴 바람은 500여 년이 흘러도 여전히 가지를 치고 있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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