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읽기] 민주주의를 배우고 익히는 학생자치
[성광진의 교육읽기] 민주주의를 배우고 익히는 학생자치
  •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 승인 2019.11.1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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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학교에 정작 민주주의가 없다’는 말이 결코 생소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왜냐면 학교의 주체인 학생들의 의사가 학교 운영에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학급회의나 학생회 같은 자치기구가 있으나,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에 어렵다. 학교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민주적 절차가 작동하지 않는가 하면 수렴된 의견도 반영되는 절차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미래를 이끌어갈 주인공들에게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실천적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가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대의민주주의의 학습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 자치의 목적은 학교 민주주의의 실현으로 학생들에게 시민 의식을 올바르게 가르치는데 있다. 진정한 학생자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학생의 의사가 제대로 수렴되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학생자치기구가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전의 17개 시민단체와 기관으로 구성된 대전청소년인권네트워크가 2019년 6월 1일~7월 30일까지 대전지역 중・고등학생  2,73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직도 현실은 요원하기만 하다.

‘2019년 대전학생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회의 운영과 관련하여 중학생의 65.4%가 관심이 없거나 모른다고 하고, 고등학생 역시 48.2%가 관심이 없거나 모른다고 대답했다. 심지어 고등학생의 32.1%는 학생회가 형식적인 기구라고 보고 있다.

중학생의 16.2%, 고등학생의 19.7%만이 학생회가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하며, 나머지 학생들은 학생회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나 관심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결과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대다수 학생들이 학생자치 활동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학생회 임원 선출 기준에 제한을 두는 것도 중·고등학생 28.2%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또 모르겠다는 응답도 39%였다. 이 또한 학생자치에 대해 무관심한 것을 드러내는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최근에 필자가 고등학교에서 학생회 임원을 역임한 대학생과 대화한 내용을 통해 학교현장의 현실을 살펴보자.

“강제 야자. 두발 제한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문제를 우리가 결정할 수 없게 하는 것이 잘못이에요. 학교에서 하라면 해야지 다른 말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니까요. 민주적으로 우리를 대해주는 것이 진정한 학생 인권인 것 같아요. 학생회는 허수아비이고 학교 어디에도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데가 없잖아요. 학교운영위원회라는 곳도 말만 들었지 학생들이 참여를 막아놨잖아요. 학급회의, 학생회 대의원회의도 형식적으로 열리는데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 학생들의 의견을 내기 위해서는 서명운동을 벌이거나 하면 주동학생은 징계를 받습니다. 학교 현실이 이런데 어찌 민주시민을 양성하나요.”

정치적인 절차는 민주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각 영역에서 민주주의가 잘 실현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제대로 익히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학생들이 수동적인 존재로 학교생활에서 자존감을 갖지 못하면 성장하여 사회에서 민주적인 의식으로 생활할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자치, 즉 학생 참여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스스로 학교의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될 때, 학교에 대한 애정도 두터워지고 구성원 간 더 깊은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둘째, 학생들이 직접 의사 결정에 참여하였을 때, 결정된 내용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실천할 수 있다.

셋째, 자신들의 의견을 모아서 학교 운영에 반영되는 과정을 통해 대의제 민주주의를 경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바른 학생자치를 위한 방안으로 어떤 것이 구체화되고 실천되어야 할까?

무엇보다 학생자치기구인 학생회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민주적인 임원 선거와 회의공간을 보장하는 것은 기본이고, 학생회 운영 예산을 스스로 편성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학생 스스로 만드는 민주적 학교생활협약을 제정하여 운영하도록 하고, 학급회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아래로부터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학급회의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학생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런 다음, 학생회의 회의 결과가 학교 운영에 반영되는 학생 정책결정참여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회의 결과를 놓고 학교장과의 간담회를 실시하고, 그 내용을 공지하는 등의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 교복선정위원회, 현장체험학습 활성화위원회 등에서 학생 관련 주요 내용을 결정할 때 학생회 대표 참여 및 발언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도부터 ‘학생참여예산제’ 운영을 통해 학생자치 관련 예산 편성과정에 학생회 및 동아리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고, 예산을 자율적으로 계획·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가 예산에 대한 시민들의 감시와 통제가 민주주의의 기본인 것과 마찬가지로 학교 예산 편성에 이해 당사자인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 역시 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훈련이다. 학생참여예산제는 학생들이 자신과 관련된 예산사업에 직접 참여하면서 생생한 민주적 의사 결정을 경험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학생참여예산제’는 지금 충북교육청과 충남교육청에서도 도입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제도의 도입은 학생들의 의견이 학교 운영에 반영되는 학생 정책결정참여제의 일환으로 학생자치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학생이 참여하는 학교민주주의 즉 학생자치는 이제 전국적인 흐름으로 대전교육도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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