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태안=김갑수 기자] 충남 태안군이 친일 행적은 물론 군부독재자를 향해 “영원한 찬양”을 외쳤던 미당 서정주 시인의 시비(학) 건립 계획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학암포 주민들에 대한 설득 작업이 남아 최종 철회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태안지역 정치권 인사들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조한기 지역위원장(서산‧태안)은 최근 가세로 군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서정주 시비 건립 계획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정의당 서산‧태안지역위원회가 논평을 통해 계획 철회와 함께 민주당의 입장을 압박했고,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서정주 시비 건립 반대 태안군민모임’(태안군민모임)을 결성하는 등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후 조 위원장은 민주당 핵심 당직자들에게 “잘 해결됐다”며 계획이 철회됐음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정주 시비 건립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높았고, 조 위원장 역시 우려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번영회 등 학암포지역 사회단체들은 여전히 강행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정주가 1950년대 학암포를 방문한 뒤 시상을 얻어 ‘학(鶴)’을 지은 만큼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시비를 세워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서 우수해수욕장 선정으로 군비 2000만 원을 확보했고, 이미 시비 제작에 들어갔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태안군민모임 강희권 공동대표는 “서정주 시비 설립 계획이 철회됐다는 연락은 받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에 대한 설득 작업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군이 보다 책임감 있게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태안군민모임은 지난 11일 긴급모임을 갖고 낙후된 학암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며 “더 좋은 시비를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 바 있다.
지역 정치권 인사는 “주민들에 대한 설득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계획이 철회된 것은 분명하다”며 “이로 인한 더 이상의 논란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한 민주당 차원의 공식 사과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군이 완전히 발을 빼고, 학암포 주민들이 시비 건립 계획을 강행할 경우 상황이 더욱 복잡해 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