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의 복지이야기] 복지사각지대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김세원의 복지이야기] 복지사각지대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어렵고 지친 사람을 돕겠다는 의지와 관심이 관건
복지신청주의에서 발굴주의로의 전환도 고민해봐야
  •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
  • 승인 2019.11.1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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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

[굿모닝충청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던 세 모녀가 동반 자살한 사건은 “이제 대한민국도 웬만큼은 산다!”라는 국민들의 자부심을 무너뜨렸다. 햇볕도 잘 들어오지 않는 지하 셋방에서 세 모녀는 질병을 앓고 있었고, 수입도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2014년 2월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70만 원, 그리고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허술한 사회안전망이 도마 위에 올랐고, 같은 해 12월 세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과 긴급복지 지원법이 개정되었고,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 제공 및 수급권 발굴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관련된 3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통상 세 모녀법이라 불렸다.

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기초생활 보장을 위한 생계급여, 해산급여, 장제급여, 자활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 7가지 급여를 최저생계비 대신 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토대로 각 급여에 적용되는 기준을 따로 설정하였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맞춤식 급여로도 불렀다.

또한 부양의무자의 월 소득 인정액 기준과 부양의무자가 중증장애인인 경우에도 부양의무 소득 · 재산 기준을 완화했다. 아울러 교육급여에 대해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였다.

개정된 긴급복지 지원법은 긴급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을 확대하고 대상 선정자에 대한 소득 · 금융재산 기준 완화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위기 가구 발굴을 위한 위기 발굴 시스템 점검과 신고의무 확대 근거를 명시해 지자체의 신속 대응을 유도토록 하였다. 생계 지원에 대한 소득 기준을 완화하고, 주거 지원기간의 상한을 6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하였다.

신설된 사회보장급여의 이용과 제공 및 수급권발굴에 관한 법률은 어렵고 힘든 처지에 놓여있지만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나 곤란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법이다. 전기나 수도 공급이 끊긴 우리의 이웃들을 찾아내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 8월 서울 봉천동 임대아파트에서 새터민 여성이 장애아들과 함께 숨졌다. 2009년 한국에 온 이 여성은 하나원을 나와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비 지원을 받다가, 수급자격을 상실했다.

지난 2일에는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70대 노모와 40대 딸 네 명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경찰은 시신의 부패정도로 보아 이들은 숨진 지 한 달이 넘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의 비극은 건물보수를 위해 이 건물을 찾은 리모델링 업체 관계자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드러났다.

국민건강보험료의 체납, 단전과 단수, 가스 공급 중단 등을 복지담당자 등에게 알려 극적인 선택을 막는 제도가 있었지만 이번에도 그런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건강보험료가 3개월 이상 연체되면 해당구청에 통보되는데, 체납기간이 두 달에 그쳐 어려운 사정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유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통을 당하고 있다.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급격한 경제 위기에 내몰린 경우에는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고 그에 맞는 복지를 실현시키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무력화 될 수 도 있다.  

도움이 필요하고 위험한 상황으로 간주해 공적제도가 개입할 수 있는 기준을 더욱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오래된 논쟁거리지만 국민기초생활조방제의 부양의무가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실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복지를 통해 복지의 사각지대가 해소 될 지는 아직 두고 볼 일이다. 이미 우리 대전과 충남의 행정복지센터에도 사례관리요원이 배치되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고, 필요한 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해주고 있으며,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우리의 국민기초생활 수습은 신청에 의해 이루어진다. 절박한 시점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찾았던 행정기관에서는 이런 저런 서류를 요구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도움을 받지 못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방치하다가 사망사건처럼 큰 사건이 나지 않는 한, 담당공무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람에게 수급권을 재량으로 주게 되면 감사대상이 된다.

복지발굴주의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공공인력의 확충이 전제되어야 한다. 경직되어 있는 공적 복지자원 못지않게 지역사회의 다양한 민간자원과의 협업도 요구된다.

같이 고민해보아야 할 것은 공적인 개입과 도움이 늘어날수록 약화될 수 있는 자활의지다. 기초생활보장제의 도입 시 “개인의 물질적 사회적 빈곤과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를 극복하고 사회통합이나 사회적 주류화속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가치”, 곧 자활이라는 목표를 어떤 위치에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논거도 필요하다고 본다.

복지사각지대를 없애려는 제도와 시스템의 정비는 계속되어야 한다. 더 중요 한 것은 ‘힘들고 지친 상황에 놓여있는 우리의 이웃을 절대 방관하지 않겠다’는 우리들의 의지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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