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세종맹모되기] ⑨ ‘고리타분(?)’ 역사책, ‘사고(思考)하는 아이’를 키워요
[독서로 세종맹모되기] ⑨ ‘고리타분(?)’ 역사책, ‘사고(思考)하는 아이’를 키워요
  • 김수영 숲속의 책놀이터 정음학원 원장
  • 승인 2019.11.19 0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통의 부모라면 자녀가 ‘책읽는 아이’가 되길 원한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아이들이 독서하는 모습에 그냥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 따라서 부모들은 자녀에게 “책 좀 봐라”는 잔소리를 시시때때로 내뱉는다.하지만, 단순히 “읽어라”는 말로만 아이들의 독서열기가 생길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독서교육·학습코칭 전문가인 김수영 정음학원 원장으로부터 ‘세종 맹모(孟母)’가 되기 위한 노하우를 10회에 걸쳐 들어본다. [편집자 주]

역사책을 효과적으로 읽는 법을 실천하면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
역사책을 효과적으로 읽는 법을 실천하면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

[김수영 숲속의 책놀이터 정음학원 원장]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해서’ 유명(?)해진 조선시대 고전이 있다.

이는 다름 아닌 ‘홍길동전’이다. 조선 시대 허균(1569~1618)은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삼아 홍길동의 활약상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꾸몄다.

소설에 나온 길동은 도술을 부리고 구름을 타고 이동하는 등 신출귀몰한 행동을 펼친다. 소재와 전개가 호기심 많은 현대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물론 이책은 아이들에게 재미만을 전하는 것은 아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조선 중기(15세기 후반~16세기 초반)의 생활상과 사회단상을 함께 보여준다.

인물에 대한 관심은 그 인물이 살고 있는 시대적 배경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뿐만 아니라, 그 시대적 배경 속에 독자 스스로가 살았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지, 어떠한 삶을 추구했을지 상상해볼 수 있는 기회도 경험한다.

이같은 역사책(?)을 아이와 같이 읽을 때면, 인물이 살던 그 시대의 나를 가정해 본 후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도 흥미로운 독서법이다.

덧붙여 아이들과 책을 함께 읽은뒤 이런 토론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부모님이 양반이면 양반으로 태어나고, 노비면 노비의 신분으로 태어난 시대가 있었다. 신분이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의 신분으로 정해졌다. 신분이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을 차별 대우하던 그 시대에 살았던 홍길동이 나였다면 과연 어떠한 삶을 추구했을까?

홍길동의 아버지는 신분이 아주 좋은 양반이었다. 길동은 형과 함께 공부도 하고 활쏘기, 칼 쓰기 등 무술도 익히며 건강하고 성실한 청년으로 자랐다.

아버지처럼 나라를 위해 일하는 관리가 되는 게 꿈이었던 홍길동은 형과 달리 관리가 되는 시험을 볼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된다. 길동은 형과 아버지는 같지만 어머니가 다른 서자였다. 형의 어머니는 양반이고, 길동의 어머니는 노비 출신이었다. 길동이 살았던 시대에는 어머니의 신분에 따라 자식의 신분도 결정됐다. 그리고 양반만 관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홍길동은 이러한 시대에 살면서도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은 어린이 독자)여러분은 홍길동이 살던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홍길동은 잘못된 사회를 방탕하게 살지 않고 바로 잡기 위해 자신과 같은 뜻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 활빈당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가난한 백성들을 도왔다. 과연 우리도 홍길동처럼 이렇게 살 수 있었을까?

이러한 토론을 통해 홍길동의 훌륭한 성품은 물론 조선 시대의 시대적 배경을 공감해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장점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공정하게 기회가 제공되는 현 시대에 여러분은 얼마만큼 만족하며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도 떠져 볼 수 있다.

제가 가르쳤던 경험담을 애기해보려한다.

홍길동이 살던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다며 흥분하던 11세 남학생에게 “부모님이 양반이면 그 시대가 오히려 더 좋은 세상 아닐까”하고 질문을 던졌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질문을 듣고 ‘왠지 부모님이 양반이 아닐 것 같다’고 말하거나 ‘양반이더라도 이러한 방법은 불공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 지금 너희들이 사는 세상은 어떠하냐”고 물으니 ‘시험을 다 볼 수 있게 하니 기회는 공정하게 제공된다’고 말했다.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니 홍길동보다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는데 만족하냐”고 물으니 행복한 시대에 사는지 몰랐다며 머쓱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공정한 기회를 주는 시대에 살지만 그 기회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 않다며 스스로를 반성하는 반응도 나왔다.

역사 독서는 시대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기계처럼 외우는 것이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의 삶을 통해 시대적 배경과 사건들을 자연스럽게 익힌 후, 그 당시 사람들의 감정과 고민을 같이 해보는 시간이다. 공감하며 역사독서를 한다면 역사적 깨달음이 어린이 독자의 삶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