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시립미술관 특별전 유감
[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시립미술관 특별전 유감
무신경한 운영, 시민 문화향유권 침해와 공허한 대전방문의해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11.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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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입장료가 8000원 이라는데, 보지 말자!”
지갑을 꺼내들고 매표소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던 젊은이 2명은 조금 떨어져 있던 나머지 일행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 목소리에는 당혹스러움과 불만이 묻어 있었다. 지난 주말 대전시립미술관 입구에서의 일이다.

“입장료가 8000원 이라는데…!” 미술관 입구에서 망설임 없이 발길 돌리다
 
시립미술관 본관에서는 현재 2019 세계유명미술 특별전으로 몰입형 미디어아트전 <어떻게 볼 것인가-WAYS OF SEEING>라는 제목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평소 시립미술관 관람료는 500원이다. ‘어떻게 볼 것인가’는 특별전이어서 별도의 입장료가 책정된 것이다. 여기서 별도의 입장료와 티켓 가격에 대해 논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논점은 공공미술관이 왜 평소의 관람료로만으로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전시 없이 미술관 전체를 특별전으로 채워 입장료에 부담을 느낀 시민들의 발걸음을 막느냐 하는 점이다. 비록 그 기간이 짧다고 해도 그렇다. 대부분의 국공립미술관과 박물관들은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별도의 입장료를 받는 특별전을 기획한다.

하지만 적어도 전시관 하나쯤은 500원 1000원, 미술관에 따라 무료로 운영되는 상설전, 기획전 등 일상적인 전시도 병행한다. 시민에 대한 배려이자 서비스인 것이다. 대전시립미술관처럼 미술관 전체를 별도의 입장료를 받는 특별전만으로 채우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공공미술관이 왜 상설전 없이 미술관 전체를 입장료 비싼 특별전으로 채우나

얼마 전 <데이비드 호크니>전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서울시립미술관도 1층에서는 관람료가 무료인 기획전을 열어 대다수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도록 했다.

대전시립미술관도 22일부터는 5전시실에서 <이동훈미술상 특별상 수상작가>전을 개최한다. 전시는 12월22일까지다. 특별전 전시는 내년 1월27일까지다. 한 달 동안 특별전만 전시하는지 아니면 다른 전시가 기획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홈페이지에는 현재 <이동훈 미술상 수장작가>전만 예고되어 있다.

한편으로 특별전에도 무료 관람이 가능한 작품이 있었다. 미술관 안에서 받은 전시 설명을 담은 리플릿을 집에 돌아와서 찬찬히 훑어보다 알게 된 사실이다.

4전시실에서 전시 중인 석굴암 VR은 무료였다. 리플릿 사진 설명에는 본문 보다 훨씬 작은 것은 두 말할 것도 없고 정말 깨알보다도 더 작은 담배씨만한 크기의 글씨로 “석굴암VR은 무료관람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나중에 보니 입구에 세워진 안내문에도 다른 글씨보다 작게 명시되어 있기는 했다.

석굴암 무료 관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깨알보다 작은 글씨로 면피용 안내만

하지만 리플릿은 일단 입장권을 끊고 미술관에 들어가야 받을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밖에 설치된 안내문을 그렇게 꼼꼼하게 읽을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현장에서 무료 관람에 대한 미술관 측의 별도의 안내는 없었다.
 
그러면서 드는 궁금증 하나. 미술관 측은 무료 관람객과 유료 관람객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신박하기만 하다. 석굴암 VR이 설치된 전시실에는 다른 유료 관람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전시실 마다 입장권 소지 여부를 따로 체크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석굴암 VR’을 무료관람 할 수 있었다고 적극적으로 알렸어도 그 젊은이들이 불만을 표하며 뒤돌아섰을까. 특별전 말고 또 다른 전시가 있었어도 발길을 돌렸을까. 이는 미술관측의 허술하고 안이한 운영의 단적인 예가 아닐 수 없다.

미술관의 신박한 유료 입장객과 무료 관람객의 구분 안이하고 허술한 운영

이와 더불어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미술관 휴관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엑스포광장의 DMA 아트센터까지 둔산대공원에는 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등 3개의 미술관이 있다. 이 세 미술관이 모두 월요일에 휴관한다.

세계의 수많은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들은 대부분 주말에 문을 열고 관행처럼 월요일에 휴관을 한다. 하지만 도시 안에 여러 개의 유명하고 중요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있는 도시들은 휴관 일정을 서로 조정한다. 적어도 인접한 지역의 미술관들이 한날한시에 문을 닫는 일은 없다. 시민과 관광객들에 대한 배려이자 서비스다.

시립미술관 1998년, 이응노미술관은 2007년에 개관했으니 문을 연지 각각 20년,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렇다고해서 미술관 휴관일이 월요일이라는 것을 모든 시민들이 인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장소에 얼굴을 맞대고 있는 대전의 대표적인 미술관 두 곳이 같은 요일에 동시에 휴관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을 침해하는 무신경하고 무관심한 문화행정이 아닐 수 없다.

시립, 이응노미술관 같은 날 휴관, 한밭수목원 동·서원 휴관일 달라 편의제공

한밭 수목원은 동원과 서원으로 나뉘어 있다. 휴관일은 월요일과 화요일로 서로 다르다. 두 미술관 모두 대전시 예산으로 운영된다. 미술관은 왜 수목원처럼 휴관일을 조정하지 않을까. 유감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미술관 입구에는 특별전 안내문과 함께 나란히 ‘대전방문의해’ 조형물이 서 있다. 제발로 찾아온 관람객마저 발길을 돌리게 하는 미술관을 보며 말뿐인 대전방문의해 관광객 유치의 공허함을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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