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황교안 대표 곁엔 ‘우리’ 기독교인이 있다?
[노트북을 열며] 황교안 대표 곁엔 ‘우리’ 기독교인이 있다?
  • 지유석 기자
  • 승인 2019.11.27 18: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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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랑채 앞 천막에서 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게 개신교 성도의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성도는 무릎 꿇고 기도하며 황 대표를 격려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청와대 사랑채 앞 천막에서 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게 개신교 성도의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성도는 무릎 꿇고 기도하며 황 대표를 격려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단식이 27일 기준 8일째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사랑채 앞 황 대표 단식농성장엔 이른 아침부터 지지자와 취재진으로 북새통이다. 각당 인사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2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26일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손학규 대표, 27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이 황 대표 단식농성장을 다녀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도 27일 황 대표를 찾았다. 

농성장 주변엔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도 눈에 띠었다. 적힌 글귀를 보니 그리스도교(개신교) 교인인 듯 했다. 인상적인 글귀 몇 개를 아래 인용한다.

"우리 기독교인이 있잖아요."

"황 대표님, 주님께서 함께 하십니다. Only Jesus"

"이 시대의 모세와 같으신 분"

이뿐만 아니다. 경찰은 경호를 위해 농성장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일부 지지자는 폴리스라인 바로 앞에서 무릎을 꿇고 황 대표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 기도했다. 한 지지자는 기도를 마친 뒤 황 대표 농성천막 쪽을 보며 눈물 짓기도 했다. 

황 대표는 개신교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사법연수원 시절 기독교 대한침례회 교단에 속한 수도침례신학교에 편입해 신학을 공부하고 성일침례교회에서 협동 전도사로 시무했었다. 공직 퇴임 후엔 각 교회를 돌며 간증집회를 가졌다. 

이런 이유로 종종 종교편향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박근혜 전 정부 시절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됐을 때 자신의 책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에서 "우리 기독교인들로서는 세상법보다 교회법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이 이 세상보다 크고 앞서시기 때문”이라고 적은 대목이 논란을 일으켰다. 

올해 4월 부처님오신날 경북 영천에 있는 은해사 봉축법요식에 참석했다가 불교식 예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으며 또 한 바탕 논란이 일었다. 

보수 개신교계는 황 대표가 국무총리 임명을 받은 시점부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해왔다. 황 대표도 적극 화답했다. 황 대표는 3월 한국당 대표 취임 직후 보수 개신교계 연합체인 한기총을 찾았고,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등 지도부는 황 대표를 융숭히 대접했다. 황 대표가 전 목사 고소사건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이 KBS 보도로 드러나기도 했다. 

저간의 상황을 감안해 보면, 황 대표 단식에 개신교계의 성원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그럼에도 뒷맛은 개운치 않다.

단식을 다른 이에게 드러내지 마라 

청와대 사랑채 앞 천막에서 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게 개신교 성도의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성도는 무릎 꿇고 기도하며 황 대표를 격려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청와대 사랑채 앞 천막에서 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게 개신교 성도의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성도는 무릎 꿇고 기도하며 황 대표를 격려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먼저 황 대표 단식이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것 같지는 않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황 대표의 단식 투쟁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67.3%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감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8.1%에 불과했다. 국민 셋 중 둘은 공감을 표시하지 않은 것이다.  

정치권에선 황 대표 단식이 리더십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란 지적이 없지 않다. 공수처법 포기·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이 황 대표가 내세운 단식 명분인데,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먼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뼈대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은 27일 자정을 기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공수처 설치 등을 담은 검찰개혁법안도 오는 12월 3일 같은 수순을 밟는다. 

이날까지 이렇다 할 합의를 받아내지 못한 채 단식을 중단할 경우 황 대표 처지는 더욱 궁색해진다. 황 대표로서는 적어도 12월 3일까지는 '죽기를 각오하고' 단식을 해야 하는 처지인 셈이다. 

이렇듯 황 대표 단식은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 이 지점에서 개신교 성도가 이 같은 행위에 성원을 보내는 게 합당한지는 의문이 든다. 

세월호 참사 당시 개신교 교회는 참사 유가족을 외면하다시피 했다. 목회자와 성도의 외면으로 교회를 떠난 유가족도 있었다. 세월호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쫓겨나는 성도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이라는 게 교회가 내세운 이유였다. 

그런 개신교 성도들이 대의명분이 뚜렷하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 의도가 짙은 단식을 응원하니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비록 일부가 벌이는 일이지만 말이다. 

황 대표,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일부 개신교 성도들은 아래 인용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잘 새겨보았으면 한다.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얼굴을 하지 말아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남에게 보이려고 얼굴에 그 기색을 하고 다닌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단식할 때에는 얼굴을 씻고 머리에 기름을 발라라. 그리하여 단식하는 것을 남에게 드러내지 말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 마태복음 6:16~18 (공동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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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수 2019-12-01 01:31:16
그는 다른 것은 다 제쳐 두고서라도, 총리 시절 권력을 등에 업고 나타내었던 모습은 진정한 크리스찬의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다. 관용차를 타고 서울역 플랫폼까지 들어간 사건, 어느 도시에서 버스 정류장을 점령하고 기차 시간을 기다렸던 사건.
이런 모습 속에서 그에게는 겸손한 모습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잘 못을 인정하지도 못하고, 사과 할 줄도 모르는 사람.
하나님께 회개는 제대로 할런지...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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