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을’이 된 충남도와 ‘낙타 코끝’
[김선미의 세상읽기] ‘을’이 된 충남도와 ‘낙타 코끝’
관(官), 민자사업 계약하는 순간, ‘갑’에서 ‘을’로 전락하다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12.0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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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낙타 코를 조심하라'는 사막의 우화

“낙타 등에 짐을 싣고 사막을 건너던 상인은 날이 저물자 사막 가운데에 하룻밤을 머물 천막을 쳤다. 사막은 낮에는 태양이 작열하지만 밤이 되면 기온이 뚝 떨어져 몹시 추웠다.

상인이 고단한 하루를 접고 잠을 청하려 하자 밖에 있던 낙타가 아주 처량한 목소리로 ‘너무 추우니 코만이라도 천막 안에 집어넣게 해달라’고 애원을 했다.
 
상인은 거친 사막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낙타를 밖에 둔 것이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또 “코쯤이야” 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 허락을 했다. 처음에는 ‘코끝만’이라던 덩치 큰 낙타는 차츰차츰 주둥이와 머리와 앞다리, 몸통을 거쳐 결국 꼬리까지 천막 안으로 들이밀었다.
 
종국에는 주인을 밖으로 몰아내고 천막을 통째로 차지하고 말았다. 상인들은 천막 밖으로 쫓겨나 밤새 추위에 떨어야 했고 낙타는 천막 안에서 느긋한 밤을 보냈다.”

처음에는 '코끝만' 외치다 주둥이, 몸통 끝내 천막 밖으로 주인 몰아내다

처음에는 별 것 아닌 듯해서 방심하고 봐주었다가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낙타 코를 조심하라’는 중동의 우화다.

“안면도 개발 불씨를 살렸다” 사업자가 두 차례나 투자이행보증금 납부 기일을 지키지 않아 좌초 위기에 놓였던 충남 태안군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이 일단 정상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박수를 보내기에는 목에 가시가 걸린 듯 찜찜함이 남는다.

‘동양의 베네치아’를 꿈꾸며 30년 넘게 추진해온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은 충남도에게 신기루 같은 사업이다. 개발 가능성에 한 발 다가서는가 싶으면 어느 새 엎어져 허공으로 사라지기를 수차례다.

‘동양의 베네치아’를 꿈꾸며 30년 넘게 표류해온 안면도 관광지 개발사업

충남도는 그동안 미국의 관광레저 전문회사와 공동으로 '안면도관광개발 주식회사'를 설립하기도 했고, 어느 날은 세계적인 무기거래상인 아드난 카쇼기와 10억달러(약 1조2천억원)의 투자협정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해 지역민은 물론 전국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인터퍼시픽컨소시엄이란 회사가 등장했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 롯데컨소시엄도 안면도 개발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 모두가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신기루처럼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말았다. 첫 계획수립에서부터 30년 사이 충남도를 거쳐 간 도지사만 해도 관선, 민선 합해 무려 11명에 이른다.

드디어 민선7기 양승조 지사에 이르러 30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10월 KPIH안면도와 극적으로 본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당연히 환영하고 축하할 일이다. 충남도의 30년 표류하던 숙원 사업이 해결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KPIH안면도, 투자이행보증금 두 차례 연장 사업수행력 자금조달 의구심

그런데 정작 개발을 고대하던 현지에서는 미덥지 않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개발에 대한 찬반, 개발 방법 등에 대한 이견 때문이 아니다. 세계적인 투자회사도, 관광레저 분야에 경험이 있는 국내 대기업도 아닌 실적이 전무한 사업자가 어떻게? 하는 불안함이었다.

KPIH안면도는 유성복합터미널 개발 사업자인 KPIH를 모기업으로 하고 있는 업체다. KPIH는 이미 알려졌다시피 유성터미널 사업이행 과정에서도 예정된 계약 날짜를 몇 차례 지키지 못해 사업수행 능력과 자금조달에 대한 불신을 자초한 바가 있다. 당연히 사업자의 사업수행 능력에 의구심을 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KPIH안면도의 투자이행보증금 납부 과정도 유성터미널 사업 조성과 닮은꼴로 계약의 첫 단추인 1차 투자이행보증금 납부 기한을 두 번이나 어겼다.

충남도 후순위업체 없어 특혜 시비에도 대놓고 사업자 편의 봐주기

5000억 원이 넘는 사업을 수행하겠다는 업체가 처음에는 100억 원, 두 번째는 3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납부 기한을 제때 지키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남도는 10억 원 납부를 조건으로 업체 측의 재연장 요청을 받아들여 1차 투자이행보증금 납부일을 내년 1월 18일까지 연기해 주었다.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시비와 함께 충남도가 업체 측에 지나치게 끌려 다닌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충남도의 무리한 결정은 이번에도 무산되면 30년 숙원사업을 아예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초조함이 작용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충남도가 이렇게 대놓고 사업자의 편의를 봐주는 결정적 이유는 KPIH안면도가 공모에 단독으로 참여한 탓에 후순위협상대상자가 없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후순위업체로부터 고소당할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무산에 대한 책임 비난 치적쌓기에 사업자의 무리한 요구에 끌려 다녀

관이 주도하는 민자사업은 계약하기 전까지는 관이 ‘갑’이지만 계약을 체결하는 순간 민간사업자가 ‘갑’이 되고 관은 ‘을’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특히 선출직 기관장일수록 사업이 엎어질 경우 무산에 대한 엄청난 비난과 책임, 치적쌓기 때문에 민간사업자가 아무리 무리한 요구를 해도 어쩔 수없이 들어주게 된다는 것이다.

KPIH안면도의 두 차례의 투자보증이행금 납부 연장이 급기야는 주인을 천막에서 몰아내는 ‘낙타 코끝’의 시작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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