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검·언유착, 온상은 ‘기자단’이었다
고질적인 검·언유착, 온상은 ‘기자단’이었다
리뷰] MBC ‘PD수첩’, 검찰 언론플레이 실태 고발
  • 지유석 기자
  • 승인 2019.12.04 17:4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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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직의 일그러진 관행을 고발해 온 MBC ‘PD수첩’이 3일 ‘검찰 기자단’편에선 언론과의 유착관계까지 범위를 넓혔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검찰 조직의 일그러진 관행을 고발해 온 MBC ‘PD수첩’이 3일 ‘검찰 기자단’편에선 언론과의 유착관계까지 범위를 넓혔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MBC 간판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이 다시 한 번 검찰 조직을 정조준했다. 

앞서 PD수첩은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별장 성폭력·김형준 전 서부지검 부장검사 비리 등을 다룬 바 있다. 그런데 3일 ‘검찰 기자단’편에선 언론과의 유착관계로까지 범위를 넓혔다. 

유력 신문·방송 뉴스의 첫 머리기사가 검찰발 소식으로 채워지는 경우는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리고 이게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만도 아니다. 

검찰이 권력의 중심에 서면서 자연스럽게 언론도 검찰에 기대기 시작했다. 검찰로서도 수사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언론을 주무를 필요도 있었다. 현직 A 검사는 'PD수첩'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검찰은 보고가 반이고 언론플레이가 반이란 말이에요. 솔직히 법원행정처 압수수색 영장 계속 기각 나니까 (검찰에서) 언론플레이 해서 결국 법원에서 받아내잖아요. 우린 모든 게 언론플레이에요."

그런데 검찰의 '언론플레이'는 파국적인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보도다. 당시 KBS와 SBS는 이렇게 보도했다.

"박연차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에게 2억 원 상당의 명품시계를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KBS 2009.04.22.

"권양숙 여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갑선물로 받은 1억 원짜리 명품시계 2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SBS 2009.05.13.

파장은 컸다. 고 노 전 대통령은 보도 열흘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이 보도는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는 게 드러났다. 'SBS 8시 뉴스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 논두렁 시계 보도 경위 진상조사보고서'엔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논두렁 시계 보도  이후 관련 기사를 쓴 언론사 기자 1명은 검찰이 기사내용을 부인하지 않아 그대로 썼다, 2명은 확인이 잘 되지 않아 맞을 것으로 보고 썼다라고 말함." 

무엇보다 피의사실 공표는 불법이다. 파장도 심각하다. 그럼에도 검찰의 언론 플레이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검찰이 원하는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다. 다시 현직 A 검사의 말을 들어보자.

"여론전도 해야 영장도 (잘) 나오고 당사자들한테 압박도 되고 당사자들 정신적으로 무장해제 시키는 것도 되잖아요. 망가뜨리는 거란 말이에요."

'PD수첩'은 검찰과 언론의 공생의 구조적 원인으로 '기자단'을 지목했다. 검찰·법원을 취재하는 법조 기자단 진입장벽은 무척 높다. 그러나 일단 기자단에 이름을 올리면 검찰발 '고급' 정보를 손에 쥔다. 

작동 방식에 대해선 "언론 대응을 하는 차장검사가 검찰 출입기자들에게 일괄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의 경우 기자들이 촬영을 할 수 있도록 문자로 정보를 제공한다"고 'PD수첩'은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서 없애려던 기자실, 문재인 정부선 ‘진화’

검찰 조직의 일그러진 관행을 고발해 온 MBC ‘PD수첩’이 3일 ‘검찰 기자단’편에선 언론과의 유착관계까지 범위를 넓혔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검찰 조직의 일그러진 관행을 고발해 온 MBC ‘PD수첩’이 3일 ‘검찰 기자단’편에선 언론과의 유착관계까지 범위를 넓혔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정부 기관 기자실 운영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기자단에 소속과 이름을 알리고 일정 기간 '출석일수'를 채우면 기자단 투표로 가입 여부가 판가름 난다. 

그런데 모양새가 어색하다. 검찰을 포함해 정부기관 기자실은 국민혈세로 지은 청사 건물 내 자리해 있다. 그럼에도 기자단에 들어가려면 각 부처 홍보 담당자는 기자단에게 허락을 맡아 오라고 한다. 

기자단은 자체 내규를 통해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간사 등 기자단 임원은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기자단 가입을 희망하는 언론사 기자는 취재 보다 기자단과 ‘안면’ 트는 데 더 공을 들인다. 

그나마 이것도 어느 정도 이름값(?) 하는 언론사 소속 기자 이야기다. 군소 매체 기자는 아예 받아 들이려고도 하지 않는다.

위에 적은 일들은 실제 상황이다. 왜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정부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질까?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정보 창구를 기자단으로 한정해 관리하려는 목적이다. 검찰의 경우 기자단 소속 기자 중에 '잘 써줄' 기자를 골라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말이다. 

한 검찰출입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검찰 출입 기사 중에서 검찰의 수사과정을 감사해서 이 사람이 밤 열두시까지 검찰이 붙잡아놓고 있다, 이거는 구속을 안 해도 될 일인데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같다, 구형이 너무 세다, 가족들까지 별건수사하고 있다, 이런 기사 보셨어요? 검찰수사를 감시하는 게 아니라 검찰 수사대상을 감시하고 있어요."

다른 부처라고 다르지 않다. 고용노동부를 예로 들면, 이 부처 출입 기자단이 노동문제에 정통한 이들 같지는 않다. 기자단 간사 스스로 노동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하니 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노동 현안은 대한민국 사회에 심각한 의문을 던졌다. 1년 전 태안서부화력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 사망사건이 대표적이다. 

이제 10년째로 접어드는 유성기업 노사갈등, 강남 대로에서 고공 농성 중인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 씨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럼에도 노동부 출입기자단에서 거리로 나와 투쟁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보도한 경우는 몇몇 예외를 제외하곤 거의 없었다. 

기자단에 속해 있다고 검찰 등 각 부처 입장을 대변해주는 기사만 나오지는 않는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그러나 지금 관행대로라면 특종에 목마른 언론이 검찰의 여론몰이 시도에 휘둘릴 위험성은 늘 존재한다. 

신임 엄경철 KBS 보도국장은 출입처 폐지를 선언했다. 엄 보도국장은 'PD수첩'에 "지금 언론에 요구되는 건 속보가 아니고 정확성, 엄밀성인 것 같다"며 "각 영역에 전문성이 쌓아지면 출입처에 의존하지 않고도 해당 사안을 깊이 있게 볼 수 있고 관점과 가치 지향성을 가지고 사실을 바라보면 훨씬 더 나은 기사를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말 출입처를 없애려고 시도했다가 언론으로부터 호된 질타를 당했다. 노무현 정부 때리기엔 보수-진보 진영이 따로 없었다. 

그때의 아픈 기억 때문일까?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기자실은 오히려 아주 잘 ‘관리’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부처마다 요일을 정해 정례 브리핑이 이뤄지는데, 각본이 없음에도 진행은 매끄러이 이뤄진다. 그리고 마지막엔 늘 점심식사 장소를 알리는 공지가 이어진다. 특히 공짜점심은 출입처 기자단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다. 

방송 이후 대검찰청은 "정상적인 공보활동과 업무"란 입장을 냈다. 이 같은 입장이 그간의 관행을 개선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건 그저 혼자만의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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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기자단 2019-12-04 20:49:32
검찰 개 역할하는 검찰기자단 해체하라~

한은정 2019-12-04 19:47:20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출입처 기자단 제도의 문제점을 잘 지적해 주셨습니다. 앞으로도 단독보다 깊이있는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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