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46] 숲이 되고 사회가 된....공주 신풍면 느티나무와 떡갈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46] 숲이 되고 사회가 된....공주 신풍면 느티나무와 떡갈나무
  • 장찬우 기자
  • 승인 2019.12.05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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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장찬우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충남 공주시 신풍면 대룡리에 가면 밭 가운데 크고 우람한 느티나무와 떡갈나무가 마주보고 서 있다.

지금이 주변이 밭이지만 과거에는 이곳으로 도로가 지나갔다고 전해진다.

또 일제강점기에 떡갈나무 뒤쪽으로 넝쿨이 우거졌는데 강제징용을 피하기 위해 마을 청년들이 넝쿨에 숨어 살았다고도 한다.

1970년대에는 이곳에 몸을 숨겨 살아남은 청년들의 자손들이 떡갈나무 잎을 수확해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다하니 이 무슨 운영의 장난인가.

느티나무 수령이 250년에 이르고 떡갈나무는 380여 년이 됐으니 마을의 길흉화복가 변천을 모두 지켜봤으리라.

하지만 지켜본 마을 사람들만 위기가 있었던 건 아닐 것이다.

긴 시간 동안 나무도 위기를 맞았으리라.

온갖 위기를 묵묵히 견뎌 온 나무는 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숲이라 불린다.

나무라고는 달랑 느티나무와 떡갈나무 두 그루 뿐이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숲 이상의 넉넉함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개체이면서 사회를 이룬다는 말이 있다.

줄기 하나만 보면 개체라고 생각되지만 가지들이 뻗어 있는 사이로 무성한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면 숲 속에 들어 온 느낌을 준다.

한 배아에서 자라나 성체를 이루는 인간과 달리 나무는 생장점이 싹눈에 있어 그들이 자라면 또 하나의 나무가 된다.

느티나무와 떡갈나무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노라면 수많은 풍상을 겪으며 어려움을 헤치고 나온 역사가 느껴져 저절로 숭고해진다.

사람들은 ‘있다’ ‘없다’만 있지 ‘있다’ ‘없다’ 사이도 있고, ‘있다’ ‘없다’를 포함한 전체도 있을 모른다.

우리 역사나 사회를 보면 숲이 가진 영역 보다 나무 한 그루가 연결하는 세상이 훨씬 깊고 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적어도 대룡리 주민들에겐 느티나무와 떡갈나무는 그냥 나무가 아니라 숲이고 사회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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