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만의 진로교육엔 ‘한계’
지역내 우수 기관과 협업 ‘필요’
세종국책연구원, 中1 자유학기제 연계
진로프로그램 운영...학생 체험 다변화
[굿모닝충청=세종 신상두 기자] 부모의 교육열을 나타내는 한자성어 가운데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것이 있다.
맹자가 어렸을 때 그의 어머니가 좋은 환경을 ‘보여주기’ 위해 3번씩 이사(공동묘지→시장→글방)를 다녔다는 데서 유래한 글귀다. 2300여년전 맹모는 어린 나이에 다양한 직업이나 환경을 ‘접해보기만 해도’ 진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실행한 ‘열성’ 학부모였던 셈이다.
‘맹모삼천지교’는 학교 등 전문 교육기관의 역할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환경이 아이들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맥락에서, 세종교육청(교육감 최교진)은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실시하는 진로교육만 고집하지 않는다. 다변화된 직업·진로를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세종지역의 우수진로 교육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는데 역점을 둔다.
다행히 세종은 신생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의 ‘진로교육 환경’이 양호한 편이다.
우선 ‘공무원 도시’라는 별칭에 걸맞게 정부청사의 각 부처는 좋은 체험 교육터로 종종 활용된다.
아울러, 학생들에게 좀 더 자유롭고 새로운 시각에서 미래직업을 꿈 꿀수 있게 하는 곳이 있다. 세종에만 존재하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그것은 다름아닌 ‘세종국책연구단지’다.
우리나라 인문정책 ‘브레인’들의 집합소인 세종국책연구단지의 존재는 아이들의 진로 탐색·설계에 색다른 자극이 될 만하다.
세종시 반곡동에 위치한 국책연구단지에는 KDI(한국개발연구원)를 비롯해 20여개 연구기관과 그 부설기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는 석박사급 연구·지원인력 23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기관에는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이 경제·사회·과학 등의 다방면에서 국가정책과제들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연구자들이 하는 일과 연구 결과물이 미치는 영향 등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의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세종교육청은 국책연구기관들을 지원·육성·관리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성경륭)와 손잡고 지역특화 진로체험 프로젝트를 수년째 진행하고 있다.
각 국책연구원은 기관특성에 맞는 체험프로그램을 마련,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연계해 매년 1번씩 운영한다.
이들 연구기관들이 직업 프로그램을 운영한 지는 3년 정도가 됐다. 이 과정을 거쳐간 학생만도 1천여명이나 된다.
올해는 지난달 27일부터 3일간, 관내 중학생 150여명이 국책연구단지내 각 연구원에서 진행한 진로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재능기부에 나선 곳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한국조세재정연구원·한국법제연구원·한국노동연구원·한국교통연구원·한국직업능력개발원 등에서 6곳.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관계자는 “세종으로 이전해온 후 지역사회와의 소통·봉사 등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진로 프로그램을)운영하기 시작했다. 각 국책기관의 특성을 반영한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서인지 참여학생들의 호응도는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 연구기관에서 진행하는 진로체험프로그램 현장을 들여다보면, 다채로운 구성과 재미있는 설명, ‘현실적’인 질문·답변이 오간다.
지난달 있었던 국토연구원에서의 진행광경을 보자.
학생A “연구원이 되려면 어떤 대학을 가야 하나요? 연봉은 어느정도...”
프로그램 진행자B “특정 대학보다는 관련학과를 선택해 학사·석사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연구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면 됩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는 생활현상과 세금에 대한 연관성에 대해 설명하고, 조세재정연구원에서 근무하기 위한 조언도 이어졌다.
프로그램 진행자C “‘나는 재정 탐정! 생활 속 재정 지출(세금 혜택), 그로 인해 누렸던 혜택은 무엇이 있죠?”
학생D “무상급식, 국가 장학금, 세종시 청소년 진로체험카드, 고복저수지 버스 공짜, 주민센터, 도서관, 놀이터 등...”
프로그램 진행자C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자가 되려면 어떤 전공과 지식, 업무 능력, 자질을 갖추어야 할까요?”
학생E “경제학, 통계학, 경영학, 수학, 프로그래밍 전공, 업무능력으로 논리적 사고력, 다른 사람과의 협력, 소통능력, 건설적인 토론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서는 학생들이 교통연구자가 되는 참여형 미션 ‘세종시내 버스정류장 수는 적정한가?’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지도를 구하고 ▲현재 버스정류장 간격 조사 ▲몇명이 타고 내리는지 조사 ▲설문조사 ▲가상의 정류장 설치 후 시뮬레이션 단계를 거쳐 적절한 버스정류장 수를 산출해봄으로써 연구자의 하는일에 대해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국책연구단지 진로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다.
올해 행사에 참여했던 k학생은 “(국책연구단지에서)진로체험을 하면서 다른 곳에서 할수 없는 경험을 한 것 같아 너무 좋았다. 진로체험을 하면서 많은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 됐다. 나중에 진로를 선택하는데 굉장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프로그램을 들은 H학생은 “연구자를 실제로 만나서 실감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연구원이 되기전까지 경험한 공부·유학과정 등을 알려줘서...”라며 국책연구단지에서의 진로프로그램에 후한 점수를 줬다.
“‘보고 듣고 가보는 것’만으로도 동기 부여,
‘나도 연구원이 되고 싶다’는 아이들 많아”
세종교육청 관계자는 “국책연구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나도 연구원이 되고 싶다’며 꿈을 키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아이들에겐 ‘보고 듣고 가보는 것’만으로도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다 ”며 지역특화 진로체험 프로젝트의 효과를 설명했다.
세종교육청과 지역우수자원과의 협업은 세종진로교육의 롤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당국은 진로체험 스펙트럼을 넓히고, 해당 우수자원들은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하는 기회가 되니 말이다.
이에따라, 앞으로 지역사회 차원의 진로교육 협업을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