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아라메길 탐방기] 가야산이 품은 백제를 걷다
[서산 아라메길 탐방기] 가야산이 품은 백제를 걷다
고풍저수지에서 개심사까지…'인간의 숭고한 노력은 자연조차 겸손하게 만든다'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9.12.09 11: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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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즐거움을 무엇과 바꿀 수 있으랴? 2015년 11월, 천안에서 고향 서산과 가까운 내포신도시로 이사한 뒤 생긴 유일한 취미는 등산이다.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걷기의 즐거움을 무엇과 바꿀 수 있으랴? 2015년 11월, 천안에서 고향 서산과 가까운 내포신도시로 이사한 뒤 생긴 유일한 취미는 등산이다.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서산=김갑수 기자] 걷기의 즐거움을 무엇과 바꿀 수 있으랴? 2015년 11월, 천안에서 고향 서산과 가까운 내포신도시(홍성군 홍북읍)로 이사한 뒤 생긴 유일한 취미는 등산이다.

‘작은 금강산’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용봉산에서부터 내포문화권의 젖줄 가야산, 그리고 ‘서해의 등대’ 오서산에 이르기까지 이 일대 웬만한 산은 모두 올라본지라 언제부턴지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갈증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출입처인 서산의 아라메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1코스를 걷고 탐방기를 써 보는 건 어떠냐?”는 제안을 받게 됐다.

이후 지도를 구하고 관련 정보를 검색하며 도상(圖上) 훈련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혹여 동행할 사람이 있을지 몰라 페이스북을 통해 “12월 6일 오전 함께 걷고자 합니다”라는 공지를 띄우기도 했다.

“좋은 시간되시길 바랍니다”라는 등 반응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선뜻 나서는 이는 없었다. 생각해보니 곧이곧대로 “18km, 약 6시간 소요”라고 안내한 것이 화근 아니었나 싶었다.

출발 하루 전날 일기예보를 보니 “올 겨울 들어 최강 한파”를 예고하고 있었지만 일정을 미룰 순 없었다. ‘추위쯤이야’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혹시 몰라 남성용 레깅스를 구입,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도 했다.

개심사는 아라메길 1코스의 한 구간이기도 하다. 버스 기사에게 고풍저수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 내려달라고 했더니, 자신도 산을 좋아한다며 용봉산 얘기부터 꺼냈다.
개심사는 아라메길 1코스의 한 구간이기도 하다. 버스 기사에게 고풍저수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 내려달라고 했더니, 자신도 산을 좋아한다며 용봉산 얘기부터 꺼냈다.
친절한 버스 기사의 도움으로 정류장도 아닌 운산면 갈산3리에 내릴 수 있었다.
친절한 버스 기사의 도움으로 정류장도 아닌 운산면 갈산3리에 내릴 수 있었다.
잠시 고풍저수지에 들렀지만 한국농어촌공사 입구 철문이 잠겨 곧바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잠시 고풍저수지에 들렀지만 한국농어촌공사 입구 철문이 잠겨 곧바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혼자 움직여야 하는 만큼, 동선을 고려해 아라메길 1코스 출발점인 유기방가옥이 아닌 고풍저수지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참고로 유기방가옥에서는 매년 3~4월 수선화축제가 열린다.

6일 아침, 주요 시‧군의 보도자료를 정리한 뒤 곧바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눈길을 염려해 아이젠을 찾느라 지연돼 서둘러야 했다. 9시 5분 내포신도시를 출발, 30분 쯤 걸려 서산 해미읍사무소에 도착했다.

이어 우체국 건너편 치킨집 앞 정류소에서 9시 42분 쯤 운산방향 시내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 손님은 3, 4명에 불과했다. 잠시 뒤 민둥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연관 있는 옛 삼화목장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농업을 전공한 청년이 아무르강가에서 남과 북, 러시아의 농부들과 대규모 콩 농사를 짓고, 청년의 동생이 서산에서 형의 콩으로 소를 키우는 나라”라고 말해 화제가 된 곳이기도 하다.

이어 제법 규모가 큰 (신창)저수지가 나왔고 개심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개심사는 아라메길 1코스의 한 구간이기도 하다. 버스 기사에게 고풍저수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 내려달라고 했더니, 자신도 산을 좋아한다며 용봉산 얘기부터 꺼냈다.

“요즘은 휴대폰 GPS까지 생겼다고 허니 월마나 좋은 세상인지 물류….”

다시 거슬러 내려와 운산면으로 향했는데 손님이 하나 둘 씩 늘기 시작했다.

나이 지긋한 부부가 버스에 올랐는데, 할아버지가 ‘행복충남’ 카드를 집에 놓고 왔다고 할머니가 잔소리를 했다. 버스 기사도 “가꾸 댕겨야쥬” 하며 핀잔을 줬다.

손님이 10여 명쯤으로 늘면서 대화의 꽃이 피기 시작했다. 서로 인사를 나눈 뒤 어딜 가는 길이냐고 안부를 묻기도 했다.

그 중 개심사에서 탄 할머니는 유독 말길을 못 알아들었다.

“워디 가신데유?”

“중앙병원 약 타러 가유”

“워디유?…아이구 영 뭇들어서 클났슈~”

“귀먹으야 명 질데유…지 아버지두 80까지 사셨잖유…”

“80이면 오래 사신거래유?”

“아이구, 그 당시 80이면 진거쥬”

(동의하는 분위기)

“그런디 내년은 무슨 띠래유?”

정겹게 이어지다 마무리되는 듯 했던 대화가 잠시 끊겼다. 순간 차안에 있는 모든 승객이 고개를 갸웃했다. 누군가는 확인해 줘야 할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떠오르지 않아 스마트폰으로 검색 찬스를 이용했다.

“경자년 쥐띠해라고 하네요”

“옴머이…그려? 맞어, 맞어”

별 일도 아닌데 박수까지 나왔다.

친절한 버스 기사의 도움으로 정류장도 아닌 운산면 갈산3리에 내릴 수 있었다. 오전 10시 13분. 카카오맵으로 확인해보니 고풍저수지까지는 2.4km 거리였다.

다시 도로 옆을 걸어 고풍터널(103m) 앞에 다다르자 이정표가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고 터널을 통과했다.
다시 도로 옆을 걸어 고풍터널(103m) 앞에 다다르자 이정표가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고 터널을 통과했다.
다시 큰 도로를 만나 조금 더 걸었더니 용현계곡 입구가 나왔다.
다시 큰 도로를 만나 조금 더 걸었더니 용현계곡 입구가 나왔다.
혼자 움직여야 하는 만큼, 동선을 고려해 아라메길 1코스 출발점인 유기방가옥이 아닌 고풍저수지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용현계곡 입구에 설치된 아라메길 안내판. 1-1코스를 걸었다.
혼자 움직여야 하는 만큼, 동선을 고려해 아라메길 1코스 출발점인 유기방가옥이 아닌 고풍저수지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용현계곡 입구에 설치된 아라메길 안내판. 보원사지에서 곧바로 개심사로 넘어가지 않고 용현자연휴양림과 전망대로 이어지는 1-1코스를 걸었다.

날은 추웠지만 바람이 불지 않고 하늘도 맑아 걷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콧노래가 나왔다.

왕복 2차선(618번 지방도) 도로였지만 신호등이 없어서 그런지 차량은 쏜살같이 내달렸다. “뭐가 그리 급하냐?”고 묻고 싶을 정도였다.

가장 시급한 것은 아라메길 1코스 이정표를 찾는 것이었다. 잠시 고풍저수지에 들렀지만 한국농어촌공사 입구 철문이 잠겨 곧바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다시 도로 옆을 걸어 고풍터널(103m) 앞에 다다르자 이정표가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고 터널을 통과했다.

터널을 지나 약 50m 쯤 직진한 뒤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고풍저수지가 있어서인지 별장 분위기의 고급 주택들이 여러 채 보였다.

주차된 차량은 여러 대였지만 날이 추워서인지 인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길가에 묶인 강아지 2마리만이 낯선 탐방객의 등장에 요란스럽게 짖어대고 있었다.

다시 큰 도로를 만나 조금 더 걸었더니 용현계곡 입구가 나왔다. 여기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인 셈이다.

고드름이 달린 쥐바위를 지나 이정표를 따라 계단을 올랐더니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마애여래삼존상(국보 제84호)이 나왔다.
고드름이 달린 쥐바위를 지나 이정표를 따라 계단을 올랐더니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마애여래삼존상(국보 제84호)이 나왔다.
안내판에 따르면 마애불은 자연 암벽에 선을 새겨 넣거나 도톰하게 솟아오르도록 다듬어 만든 불상을 말한다.
안내판에 따르면 마애불은 자연 암벽에 선을 새겨 넣거나 도톰하게 솟아오르도록 다듬어 만든 불상을 말한다.

고드름이 달린 쥐바위를 지나 이정표를 따라 계단을 올랐더니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마애여래삼존상(국보 제84호)이 나왔다.

안내판에 따르면 마애불은 자연 암벽에 선을 새겨 넣거나 도톰하게 솟아오르도록 다듬어 만든 불상을 말한다. 삼존불은 6~7세기 동북아시아에서 유행한 보편적 형식이지만 보주(寶珠)를 들고 있는 입상보살과 반가보살이 함께 새겨진 것은 중국이나 일본, 고구려, 신라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형식이라고 한다.

충남도역사문화연구원이 펴낸 ‘내포의 역사와 문화’(박재용 선임연구원)에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원래 서산‧태안지역은 해로를 통해 중국과 교섭하는 관문이자 전초기지였다. 또한 태안반도로 유입된 중국의 문화가 가야산 줄기를 경유해 예산을 지나 공주‧부여로 이르는 길은 문화이동로이자 첩경이기도 했다. 이 일대의 백제 군현들은 일찍부터 중국문화에 개방되어 있었고, 백제의 웅진천도 이후에는 지역적 성격이 좀 더 뚜렷하게 정립되어 갔던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은 불교의 도상양식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으며 조각 솜씨는 매우 뛰어나 얼굴의 미소는 무엇으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을 만든 집단은 불교교리나 경전에 밝은 사람들로서 왕실이나 중앙의 유력한 귀족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조각을 한 장인도 수도에서 파견돼 온 뛰어난 조각가로 볼 수 있다”고도 분석하고 있다.

학술적인 부분까지는 몰라도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을 만든 솜씨 좋은 조각가는 분명, 뭔가 좋은 일이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지 않고서야 ‘백제의 미소’를 담아내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다시 발길을 돌려 아라메길 관광안내소를 지나 보원사지에 이르렀다. 널찍하고 양지바른 터에 당간지주와 5층석탑이 거의 일직선으로 서 있었다.
다시 발길을 돌려 아라메길 관광안내소를 지나 보원사지에 이르렀다. 널찍하고 양지바른 터에 당간지주와 5층석탑이 거의 일직선으로 서 있었다.
통일신라에서 고려 초까지 크게 융성했고, 왕사와 국사를 지낸 법인국사 탄문이 이곳에 묻혀있다고 한다.
통일신라에서 고려 초까지 크게 융성했고, 왕사와 국사를 지낸 법인국사 탄문이 이곳에 묻혀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백제의 불상인 금동여래입상(9cm)에서부터 통일신라시대의 금동여래입상과 고려시대의 금동여래좌상, 그리고 고려철불좌상 등이 발굴됐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백제의 불상인 금동여래입상(9cm)에서부터 통일신라시대의 금동여래입상과 고려시대의 금동여래좌상, 그리고 고려철불좌상 등이 발굴됐다고 한다.
5층석탑은 경주 불국사 석가탑과 다보탑의 아름다움을 모두 지닌 것처럼 느껴졌다.
5층석탑은 경주 불국사 석가탑과 다보탑의 아름다움을 모두 지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려 했지만, 겨울이라서 그런지 문을 연 식당을 찾아볼 순 없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나온 것이 다행이었다.

다시 발길을 돌려 아라메길 관광안내소를 지나 보원사지에 이르렀다. 널찍하고 양지바른 터에 당간지주와 5층석탑이 거의 일직선으로 서 있었다.

통일신라에서 고려 초까지 크게 융성했고, 왕사와 국사를 지낸 법인국사 탄문이 이곳에 묻혀있다고 한다. 특히 주변에 100여개의 암자와 1000여명의 승려가 있었다고 하니 그 위세가 엄청났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백제의 불상인 금동여래입상(9cm)에서부터 통일신라시대의 금동여래입상과 고려시대의 금동여래좌상, 그리고 고려철불좌상 등이 발굴됐다고 한다.

5층석탑은 경주 불국사 석가탑과 다보탑의 아름다움을 모두 지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수많은 유물과 유적을 보유하고 있는 가야산 자락이지만, 이 일대에는 이렇다 할 박물관조차 없다는 것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충남도의회 일각에서 내포박물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맹정호 서산시장 역시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이를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5층석탑 뒤편 산자락에는 아라메길을 1코스 개심사 입구를 안내하는 장승이 세워져 있었다. 입술에 홍조를 띤 지하여장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5층석탑 뒤편 산자락에는 아라메길을 1코스 개심사 입구를 안내하는 장승이 세워져 있었다. 입술에 홍조를 띤 지하여장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길을 따라 진입하다 갈림길이 나오는데 백제미소길 퉁퉁고개가 아닌, 전망대가 있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길을 따라 진입하다 갈림길이 나오는데 백제미소길 퉁퉁고개가 아닌, 전망대가 있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계곡 사이에 난 임도라 물소리가 경쾌했다. 휴대폰은 터지지 않았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이곳에 빨치산이 활동했을 정도라고 하니 첩첩산중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계곡 사이에 난 임도라 물소리가 경쾌했다. 휴대폰은 터지지 않았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이곳에 빨치산이 활동했을 정도라고 하니 첩첩산중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약간 지루하게 느껴질 무렵 내포문화숲길 이정표가 나왔다. 왼쪽은 백암사, 오른쪽은 개심사 방향이었다.
약간 지루하게 느껴질 무렵 내포문화숲길 이정표가 나왔다. 왼쪽은 백암사, 오른쪽은 개심사 방향이었다.

5층석탑 뒤편 산자락에는 아라메길을 1코스 개심사 입구를 안내하는 장승이 세워져 있었다. 입술에 홍조를 띤 지하여장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길로 진입하면 목표 지점에 곧바로 도착할 수 있었지만 그러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다시 발길을 돌려 1-1코스 구간인 용현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부터 ‘이대천자지지(二代天子之地)’ 남현군묘가 있는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에서 시작되는 백제미소길 구간과 겹치게 된다.

길을 따라 진입하다 갈림길이 나오는데 백제미소길 퉁퉁고개가 아닌, 전망대가 있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잠시 뒤 차량통행이 차단된 임도가 시작됐다.

계곡 사이에 난 임도라 물소리가 경쾌했다. 휴대폰은 터지지 않았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이곳에 빨치산이 활동했을 정도라고 하니 첩첩산중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완만한 경사라 초보자들도 충분히 가능한 코스였다. 약간 지루하게 느껴질 무렵 내포문화숲길 이정표가 나왔다. 왼쪽은 백암사, 오른쪽은 개심사 방향이었다.

잠시 뒤 중부지방산림청의 산림유전자보호림 안내 표지판이 나왔고,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전망대에 도착했다. 오후 2시 정각이었다.
잠시 뒤 중부지방산림청의 산림유전자보호림 안내 표지판이 나왔고,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전망대에 도착했다. 오후 2시 정각이었다.
소나무 가지로 인해 시야가 완전 좋지는 않았지만 멀리 서산시내와 부춘산이 보였다.
소나무 가지로 인해 시야가 완전 좋지는 않았지만 멀리 서산시내와 부춘산이 보였다.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은 경사진 길을 걷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 벤치가 있어 잠시 쉬어가기도 했다. 태안 쪽에서 오는 것으로 보이는 송전탑이 눈에 거슬리긴 했지만 상쾌함을 가시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잠시 뒤 중부지방산림청의 산림유전자보호림 안내 표지판이 나왔고,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전망대에 도착했다. 오후 2시 정각이었다. 소나무 가지로 인해 시야가 완전 좋지는 않았지만 멀리 서산시내와 부춘산이 보였다.

발길을 재촉해 2시 14분 개심사 입구에 도착했고, 여기서부터 오솔길을 따라 내리막을 걸어 2시 30분 쯤 개심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운산면 신창리에 위치한 개심사는 충남 4대 사찰 중 하나로, 백제 의자왕 14년인 654년 해감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벚꽃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편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절집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무조건 영주 부석사, 청도 운문사 그리고 서산 개심사부터 생각할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개심사의 심검당(尋劍堂)에 대해서는 “그러고 보면 이 집은 그 기둥이 얼마나 크고 힘차게 휘었는지 모른다. 그러고 보면 이 절집 종루의 기둥도 기상천외한 모습”이라며 “그 모두가 자연스러움을 거역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고 순종한 마음의 소산”이라고 평했다.

발길을 재촉해 2시 14분 개심사 입구에 도착했고, 여기서부터 오솔길을 따라 내리막길을 걸어 2시 30분 쯤 개심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발길을 재촉해 2시 14분 개심사 입구에 도착했고, 여기서부터 오솔길을 따라 내리막길을 걸어 2시 30분 쯤 개심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운산면 신창리에 위치한 개심사는 충남 4대 사찰 중 하나로, 백제 의자왕 14년인 654년 해감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산면 신창리에 위치한 개심사는 충남 4대 사찰 중 하나로, 백제 의자왕 14년인 654년 해감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개심사의 주요 건물에 사용된 목재는 일직선으로 뻗은 것이 드물었다. 아무래도 이 일대에서 그런 종류의 나무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 개심사의 주요 건물에 사용된 목재는 일직선으로 뻗은 것이 드물었다. 아무래도 이 일대에서 그런 종류의 나무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 개심사의 주요 건물에 사용된 목재는 일직선으로 뻗은 것이 드물었다. 아무래도 이 일대에서 그런 종류의 나무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 아닐까 싶었다.

개심사에서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도 장관이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짙은 솔향을 내뿜고 있었다. 여유가 있었다면 잠시 쉼을 청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개심사에 도착한 직후부터 배터리가 나가 휴대폰이 꺼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제공해 준 렌터카를 오후 5시 내포신도시에서 받기로 했는데 3시가 넘어서면서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개심사 입구에서 물건을 파는 아주머니에게 버스 시간을 물었더니 운산에서 3시 30분에 출발한 해미 방향 시내버스는 3시 50분에서야 도착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저수지 도로를 따라 해미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히치하이킹을 해서라도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 입대 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보고 남도를 찾은 이후 처음 하는 시도였다.

다행히 승용차 운전자 덕분에 해미와 운산 방향 갈림길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었는데 본인도 산행을 좋아해 종종 차를 얻어 탄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역시 동병상련(同病相憐)보다 강한 동지애는 없는 것 같았다.

개심사에서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도 장관이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짙은 솔향을 내뿜고 있었다.
개심사에서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도 장관이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짙은 솔향을 내뿜고 있었다.
회사에서 제공해 준 렌터카를 오후 5시 내포신도시에서 받기로 했는데 3시가 넘어서면서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회사에서 제공해 준 렌터카를 오후 5시 내포신도시에서 받기로 했는데 3시가 넘어서면서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걸은 코스(약 13km)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배터리 하나가 옥에 티로 남은 셈이 됐다. (개심사 입구에 있는 신창저수지)
이날 걸은 코스(약 13km)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배터리 하나가 옥에 티로 남은 셈이 됐다. (개심사 입구에 있는 신창저수지)

또 다시 한참을 걷다 1톤 화물차를 운전하시는 어르신 덕분에 해미까지 갈 수 있었다. 해미면사무소 직원의 도움으로 잠시나마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3시 50분이었다.

다행히 렌터카 배송 업체 직원과 통화해 약속시간을 잡았고, 행여 길이라도 잃을까 노심초사하던 아내도 안심시킬 수 있었다.

이날 걸은 코스(약 13km)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배터리 하나가 옥에 티로 남은 셈이 됐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잠시나마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기술과 문명의 발달이 인간에게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고…. ‘백제의 미소’를 완성한 석공의 마음가짐과 숭고한 노력은 때로는 자연조차 겸손해지게 만드는 위대함 그 자체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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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춘산 2019-12-09 15:39:45
초겨울의 냉기를 헤치며 역사가 숨쉬는 낭만 코스를 멋지게 걸으셨습니다.
무언가 모를 뿌듯함으로 가슴을 채우셨겠지요?
앞으로 더 많은 탐사의 길 찾으시고, 실한 글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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