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주차하는 둥지, 문화공간 PARKing
예술이 주차하는 둥지, 문화공간 PARKing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⑥ 대전 대흥동 ‘문화공간 주차ʼ
  •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 승인 2014.12.0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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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대전 대흥동에 있는 ‘PARKing 문화공간 주차’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자연스레 한국화가 박석신 씨의 생각과 작업을 빼놓을 수 없다. 이야기를 ‘주차’에서부터 시작해보자.
‘주차’는 박석신 씨의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여기서 그의 생각 하나,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앞으로(Pro) 던지는(Ject) 행위이다. 이곳도 그가 던져놓은 하나의 문화 놀이터이다. 실제 이곳은 버려진 여관건물의 반지하 차고였다. 천정도 낮고 좁아 차를 대기보다 거의 쓰레기장에 가까웠다.

‘주차ʼ는 박석신 화가의 프로젝트 중 하나
대흥동에 작업실을 가지고 있던 박석신 씨의 눈에 이 버려진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여기서 뭔가 해보자는 생각은 어쩌면 그에게 당연한 것이었다. 탓을 하자면 예술가로서 관객 앞으로 한걸음 다가가려는 그의 예술적 태도이다.

“예전부터 대흥동은 구도심이었죠. 그래서 세도 싸 예술가들이 이쪽으로 많이 몰렸어요. 대부분 자신 내부로 침잠하는 작업들을 많이 하는데 그래도 사회와 함께 뭔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다가 이 공간을 발견하고는 한번 해보자, 했던 거죠.”

‘주차’라는 문화놀이터에 들어서면 먼저 낮은 천정의 공간이 친숙하게 인사한다. 그리고 바닥에 선명한 주차선을 볼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10여 점의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래서 ‘작은 갤러리인가?’ 라고 생각하는 순간, 더 낮은 곳으로 통하는 문이 열린다. 반지하 아래 2/3지하가 또 있었다.
“이곳은 우리 작업실입니다. 문화놀이터의 본부라고 할 수 있죠.”
그곳에는 눈에 익숙한 또 하나의 박석신이 서있었다. 그가 만든 또 다른 박석신은 가벼운 배낭을 메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PARKing은 실제 주차장이어서 그렇고 또 뭔가를 진행하고 있는 박 씨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낮고 좁은 공간에서 뭘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변신한 이 차고에서 많은 일이 일어났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였고 대흥동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화, 예술작업의 본부 역할을 했으며 사람들이 찾아와 직접 예술을 체험하는 장터가 된 것이다.

“문화적으로 변화하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어요. 관객도 문화예술에 직접적 체험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에 목말라 있었던 거죠. 이곳은 갤러리만이 아니라 문화공간으로 놀고 같이 체험하고 즐기는 곳입니다.”

이쯤에서 그가 던지고 있는 작업들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당신의 이름은 꽃입니다.’이다. 간단하게 말해 이 작업은 사람의 이름을 한국화로 그려주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 한국화를 업으로 삼고 있는 박석신 씨는 사람의 이름에 우리 그림에 접목시켜서 이미지화시키고 한 사람의 정서와 감성, 그리고 역사를 함축해서 그림으로 표현한다.

“이것은 시서화(詩書畵)가 통합된. 문인화의 형식이기도 합니다. 한사람 이름에 글 그림 역사를 담는 것이죠. 벌써 만여 명 작업을 했습니다. 제가 사는 안아감 마을이나 복지시설 등 소외된 사람들을 먼저 찾아갔죠.”

일본인 관광객 정기코스

시골 어르신들을 비롯해 이름에 상처받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막 지어져 불리지 않는 이름과 논산댁, 강경댁, 누구 엄마, 누구의 할머니로 살았던 여성들이 그들이다. 이런 분들에게 역사를 듣고 감성을 따라가면서 이름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모두들 너무 놀라신다고 한다. 한 사람의 역사와 감성을 스토리텔링 한국화로 다시 정립하는 것이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폭발하는 감성을 주체하지 못한다고 했다.

“요즘은 일본인 관광객이 대흥동에 오면 ‘주차’에 들르는 일이 정기 코스처럼 되어버렸어요. ‘당신의 이름은 꽃입니다.’ 때문이죠.”

한 일본인의 예를 들었다. 평생 제재소에서 일했던 맑은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에게 평생 나무를 만졌으니 이제 나무가 하는 소리를 들어주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이제는 내가 나무다.’라는 뜻으로 한글 이름을 써주었더니 한참을 울면서 앉아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이름 하나로 자신의 역사를 돌아보고 정서적으로 되새김질하는 체험은 예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파랑새 프로젝트이다. 이 작업은 팔레트 받침나무와 같은 재생나무를 새의 모양으로 잘라서 여러 색의 물감들과 함께 거리에 늘어놓는 것이 시작이다. 그러면 지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새에 알록달록 색을 칠하고 자신의 이름을 새긴다. 자신의 꿈과 누군가의 희망을 그리는 것이다. 그러면 거리의 곳곳에 새들을 붙인다. 파랑새로 희망과 예술의 거리를 만드는 일이다. 틈새벽화 프로젝트도 파랑새와 비슷한 취지이다. 오래된 골목의 구석구석에는 지저분한 세월의 찌꺼기들이 많다. 이런 작은 골목의 틈새에 새로운 옷을 입히는 것이 틈새벽화이다. 대흥동을 찾는 일이 있으면 골목의 곳곳 어디에 틈새벽화가 숨어있는지 찾아보는 일도 새로운 즐거움이다.

‘우연에서 필연 찾기’도 ‘공간 주차’에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이다. 이것은 우리 그림에 관한 특집으로 우리 그림을 재발견하는 작업이다. 관심을 많이 가지고 온다.

“우리 그림의 특징은 화선지에 스미고 번진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문화예술도 사람들의 감성에 스미고 번졌으면 좋겠다는 취지이죠. 저도 처음에는 화선지에서 일어나는 번짐이 많이 불편했어요. 스미고 번지면서 약해서 찢어지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번지는 효과를 펼치고 어느 한 부분을 선택하면 예술이 나타났습니다. 이런 우리 그림의 특징을 통해서 한국화를 새롭게 체험하는 작업입니다.”

당신 이름은 꽃ㆍ파랑새 등 프로젝트 다양
‘화음(畵音) 콘서트’는 무대 위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이다. 한마디로 손에 잡히고 귀로 들을 수 있는 살아 움직이는 한국화를 펼치는 일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에 보면 기생이나 악사들이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죠. 그런데 정작 이런 그림들이 어떤 배경으로 그려졌으며 왜 이렇게 표현되었는지 안을 들여다보는 스토리는 잘 모릅니다.”

무대는 이렇다. 먼저 무대에 그림을 비추고 인문학 강의를 한다. 표정과 복식, 장소 등은 왜 이렇게 구성되었는지 설명하고 음악에 관한 이야기도 덧붙인다. 그다음 그림 그대로 악사들을 무대에 불러내 실제로 어떤 음악을 어떻게 연주했는지 들어본다. 이 시대에 그들의 마음을 그림과 음악으로 생생하게 표현해주는 것이다. 이는 음악과 미술과 인문학이 함께 통합예술로 거듭나는 무대이다. 이 공연은 수원 화성의 특설부대에서 7번 이상 진행되면서 대단한 반응을 이끌었다. 특히 해외의 반응이 좋아서 곧 외국무대에 올릴 예정을 가진 프로젝트이다.
그가 만들어나가는 문화예술프로젝트만 소개하기도 숨 가쁘다. 그러나 정작 그는 누구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가 궁금했다.

문화예술의 연결이 주차할 수 있는 품
“간단하게 말하면 저는 한국화가입니다. 그리고 우리 그림의 소중함을 쉽고 재미있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 하는 프로젝트들이 다 그렇습니다. ‘좋은 관객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할까요?”

TV프로그램 ‘화첩기행’에 오래 출연했던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화첩기행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많이 보여주었던 것도 우리 그림의 매력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여기에 그가 가지고 있는 방랑기질도 한몫 거들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작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예술관으로 드러났다.

개인적인 예술 작업도 이런 그의 성향과 닿아있다. 바로 ‘연결’이다. 작은 나무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들이 사방으로 연결되어 퍼져나가는 형식의 시리즈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은 그림 하나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지만 이것들이 하나, 둘, 셋 연결되면서 점점 의미가 확장됩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면서 다른 이야기로 확장되는 것이죠. 제 작업은 누군가를 연결하고, 연결을 확인하고, 연결될 수밖에 없는 관계를 인식하는 겁니다.”

이처럼 지금 그가 진행하는 모든 작업도 연결되어있다. 좋은 관객을 만들고, 한국화의 매력을 알리고, 여러 방면으로 문화예술 교육을 진행하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하는 모든 일은 예술과 관객과의 간격을 좁히는 끈으로 작용해 모두가 연결되어있다.
이야기는 다시 ‘문화공간 주차’로 돌아갔다.

“많은 예술가들의 노력으로 대흥동이 살아나고 있잖아요? ‘주차’도 마찬가지죠. 많은 사람들이 찾고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가치가 생겨났죠. 그러니까 건물주가 집세를 올려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대치중에 있어요.”

그가 웃으면서 얘기한 문제는 이미 많은 곳에서 일어났다. 서울의 홍대 앞이나 문래동 등 많은 예술촌들이 사람들을 모으자 다시 값비싼 상업지구로 변해버리는 악순환의 조짐이 그것이다. ‘주차’가 그 아기자기한 공간을 비운다면 그 자리는 비싼 세를 내야하는 상업공간이 될 것이다.
차는 떠나지만 주차장은 항상 거기에 있다. ‘주차’는 그곳에서 문화예술의 연결이 주차할 수 있는 품을 내주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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