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황교안 대표의 ‘독한 말’과 보수의 품격
[노트북을 열며] 황교안 대표의 ‘독한 말’과 보수의 품격
  • 지유석 기자
  • 승인 2019.12.19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운데)가 연일 ‘독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극우와 일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운데)가 연일 ‘독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극우와 일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연일 '독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황 대표는 19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선거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얼핏 들으면 점잖은 제안 같다. 그러나 발언의 전체 맥락은 무척 거칠다. 황 대표 발언을 그대로 옮긴다. 

"선거를 공정하게 그리고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할 국무총리와 법무부장관이 더불어민주당 특정정당의 국회의원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도 똑같았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30년 지기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서 공직선거를 자행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국민들께서 공노하는 부정선거 모습이었다. 과거가 현재의 거울이라면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 정권이 과연 무엇을 할지 불 보듯 뻔하다."

"문재인 대통령께 묻는다. 내년 총선 국민 뜻에 맞게 공정하게 관리하겠는가. 지금 보이고 있는 관권선거, 부정선거의 조짐을 개선할 의지가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안한다. 과연 그런 의지가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중립내각을 구성하시라. 지금이 바로 그런 타임이다."

황 대표가 언급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은 그야말로 의혹이다. 관련 의혹은 검찰이 수사 중인데, 검찰이 왜 지금 시점에서 이 사건을 터뜨렸냐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사건의 주요 등장인물인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짜맞추기 수사라며 검찰을 강하게 성토하는 중이다. 요약하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란 말이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거침이 없다. 보다 수위를 높여 부정선거라는 말까지 입에 올렸다. 17일 의원총회 때 황 대표는 이런 말도 했다. 

"상상하고 예상할 수 없었던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 이 모든 사태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민주당 중심의 극좌세력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선거법 개혁안·검찰개혁법안 등 패스트트랙 개혁 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눈앞에 두자 국회 본청 앞 로텐더홀에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장 앞엔 이런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깔려 있다. 

“나를 밟고 가라”

한편으로 ‘순교’도 마다않겠다는 비장감이 감돌지만, 뜬금없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정치입문 전까지만 해도 황 대표는 반듯한 이미지를 풍겼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태극기 우파세력과 일체가 된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풍긴다. 장외집회를 진두지휘 하면서 자신에게 몰려든 지지자를 '애국시민'이라고 하는 대목이 특히 그렇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추진위) 등 원내 정당 모두를 극좌세력으로 매도한 건 더욱 심각하다.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정치란 다양한 입장을 가진 이들을 한 데 묶어내는, 일종의 기술이다. 따라서 정치인이라면 상대를 향한 존중의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상대 정당을 도매금으로 '극좌'로 규정하는 태도는 정치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

황 대표는 17일부터 이어진 패스트트랙 개혁 법안 규탄집회에서 정면이 아닌, 소속 의원과 당원 쪽을 향해 서서 규탄발언을 했다. 

이 때문에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모인 취재진은 황 대표의 정면 컷을 잡기 위해 황급히 위치를 이동해야 했다. 황 대표가 오로지 극렬 지지자만 바라보는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서 이 장면은 무척 시사적이다. 

철학자이자 보수주의 정치인의 역할 모델로 추앙 받는 에드먼드 버크는 "보수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개혁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날로 태극기 극우세력과 ‘동기화’ 중인 황 대표가 곱씹어야 할 명언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