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위협 일삼는 ‘악성민원’… “감정쓰레기통 아닙니다!”
폭언·위협 일삼는 ‘악성민원’… “감정쓰레기통 아닙니다!”
민원·복지 담당 공무원들, 줄지 않는 악성민원에 피해 호소
“매뉴얼·상담보다도 실질적인 제재 방법 필요” 강조
  • 정민지 기자
  • 승인 2019.12.25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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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민원에 고통을 호소하는 공무원이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악성민원에 고통을 호소하는 공무원이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 대전시 모 동행정복지센터 내에서 민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 모씨는 최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불면증의 이유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거뭇거뭇한 다크서클이 이 씨의 눈 밑에 자리 잡은 지도 벌써 반 년째다.

이 씨를 이렇게나 스트레스 받게 한 사람은 바로 민원인 최 모씨. 최 씨는 반 년 전부터 이 씨의 업무전화번호로 꾸준히 전화를 걸어오고 있다. 더우면 덥다고, 추우면 춥다고, 비가 오면 온다고,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린다면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 가하겠다”는 폭언을 행사하는 것.

심한 언어폭력에 “녹음할 수 있다” 으름장을 놓아도 꿈쩍도 안 하는 악성민원인 최 씨에 이 씨의 스트레스 지수는 최상이다. 어느덧 반 년 동안이나 시달리고 있지만 최 씨를 적극적으로 제지할 방법이 없는 현실이다.

이 씨 사례는 실제 악성민원의 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다.

악성민원에 고통을 호소하는 공무원이 줄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를 확실히 제재할 방법이 없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공무원들의 몫이다.

대전지역의 자치구와 동 행정복지센터 등에 따르면 악성민원은 폭언, 협박, 신체위협, 오물투척, 성희롱 등 종류도 다양했다.

지역의 A동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전화상으로 또는 직접 찾아와서 행정복지센터에서 해줄 수 없는 부분, 규정상 안 되는 부분에 대해 처리해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분들이 많다”며 “그 분들에게 ‘그 부분에 대해서 법적으로 처리해드릴 수 없다’고 하면 욕설을 하시거나 언어·신체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각 구청·동 행정복지센터마다 일명 ‘요주의 인물’들이 있는 거로 안다.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바로 소리 지르는 분들이나 폭언하는 분들이 예전부터 있었다”며 “한 분이 몇 달 동안 지속적으로 그러는 경우도 있고, 한시적으로 그러시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또 장소와 사람에 따라 악성민원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람 몇 없는 좁은 민원실에서보다 넓게 탁 트인 민원실에서 폭언과 위협을 더 심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또 남자 공무원이 응대할 때보다 여자 공무원이 응대할 때 더 심하게 폭언을 하는 경우도 옆에서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악성민원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 또는 시·구청에서 ‘특별(악성, 고질)민원 대응 매뉴얼’ 등 지침이 내려오지만, 문제는 실제로 그 지침을 적용시키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B동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민원인들의 폭언이나 신체적 위협이 있을 때 어떤 식으로 처리하란 지침이 있지만, 그걸 다 적용시키진 못한다”며 “정말 위험하다 싶은 상황에 한해서만 적용시킬 수 있고, 그 외 나머지 경우는 대부분 대화로 풀려고 하는 편”이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몇몇의 자치구에선 자체적으로 심리상담 프로그램이나 힐링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한 자치구 민원업무 담당 공무원 C 씨는 “심리 상담프로그램이 있다고 가끔 공문이 내려오는데 업무 자체로도 바쁜 탓에 신경을 많이 못 쓰고 있다”며 “악성민원의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들도 많고 심하면 정신의학과 상담의 도움을 받는 직원도 봤다. 조금이라도 이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재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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