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내포, 한국 서민문화의 수도
[노트북을 열며] 내포, 한국 서민문화의 수도
내포문화권 활발한 논의, 늦었지만 다행…브랜드 개발, 박물관 건립 등 절실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9.12.2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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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7기 들어 충남도를 중심으로 내포문화권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서산시 제공: 내포문화권의 젖줄 가야산/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민선7기 들어 충남도를 중심으로 내포문화권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서산시 제공: 내포문화권의 젖줄 가야산/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내포=김갑수 기자] 민선7기 들어 충남도를 중심으로 내포문화권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공주·부여 중심의 백제왕도문화권과 함께 충남의 양대 축으로 평가받는 내포문화권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23일 예산 덕산 리솜스파케슬에서 열린 충남도와 충남도역사문화원 공동 주최 ‘제1회 내포문화진흥포럼’은 앞으로의 과제가 적지 않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학계 전문가들은 내포문화권의 특성을 ‘새벽’ 즉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전초기지 성격을 가진데다, 타 지역과는 달리 해양문화가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인근 시·군을 아우르는 내포문화축제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중국 전초기지 역할을 하다 보니 불교와 천주교의 전례지 역할을 한 것은 물론, 성리학의 수용과 실학의 태동, 동학사상과 항일운동 등 한 문화권에서 이처럼 다양한 학문과 사상적 개방성을 가진 지역은 보기 드물다는 사실에도 대부분 동의했다.

이에 매우 공감하며, 차제에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선 내포문화권에 걸맞은 새로운 네이밍(브랜드화)이 절실하다.

수년 전 경북 안동시를 방문했을 때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도시 브랜드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유교문화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일부 수긍이 되는 측면도 있었다. 도산서원과 같은 안동이 가진 문화유산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에 착안해 내포문화권을 ‘한국 서민문화의 수도’로 브랜드화 하면 어떨까?

따지고 보면 왕도(王都)에 비해 내포의 옛 주민들은 피지배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천주교와 동학사상, 항일운동의 확산은 잘못된 지배체제에 대한 항의와 반발의 의미가 크다고도 볼 수 있다.

맹정호 서산시장 역시 박물관 건립을 모색 중인데, 위치는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불상과 가까운 보원사지 인근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료사진 합성)
맹정호 서산시장 역시 박물관 건립을 모색 중인데, 위치는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불상과 가까운 보원사지 인근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료사진 합성)

물론, 단순히 지배층 vs 피지배층의 구도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도 적지 않다. 백제 부흥운동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항일운동 역시 활발히 전개됐다는 점에서 내포의 옛 주민들은 늘 역사의 맨 앞에 서 있는 민초(民草) 그 자체였다.

전문가들의 좀 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내포문화권을 ‘한국 서민문화의 수도’로 부를만한 근거는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예를 들어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 남단 당진시 초입 어딘가에 “여기서부터 한국 서민문화의 수도 내포입니다”라는 안내판이 걸린다면 그에 따른 충청인의 자긍심은 더욱 높아지지 않겠는가?

둘째, 내포문화의 특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 건립도 서둘러야 한다. 충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인 김연 의원(민주, 천안7) 등이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내포 박물관 건립을 촉구해 왔는데 이렇다 할 움직임은 아직까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맹정호 서산시장 역시 박물관 건립을 모색 중인데, 위치는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불상과 가까운 보원사지 인근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맹 시장은 지난 26일 이 일대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서산과 태안의 마애불, 예산의 사면석불을 묶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필요가 있다”며 “보원사지의 법인국사탑(보물 제105호)과 탑비(보물 제102호) 역시 국보로 지정해 주실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충남도의회 장승재 의원(민주, 서산1)에 따르면 도내에는 ▲국립 6개 ▲공립 25개 ▲사립 17개 ▲대학 4개 등 총 62개소의 박물관이 있지만 서산시와 계룡시에는 없어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이 충북은 물론 전남 소재 박물관에 보관 중인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내포문화권을 아우르는 축제와 콘텐츠 개발도 검토해 볼 만 하다. 내포(內浦)의 사전적 의미는 “바다나 호수가 육지로 후미진 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가야산을 중심으로 한 충남의 서북부지역을 그 범위로 하고 있다.

오늘날의 행정구역으로는 보령시, 아산시(신창), 서산시(해미), 당진시(면천), 홍성군(결성), 예산군(덕산), 태안군 등을 말한다.

윤용혁 공주대 명예교수는 지난 3일 공주시 고마센터에서 열린 ‘대백제전 비전 및 전략수립 포럼’에서 “대백제전이 충청인 대동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공주, 부여만이 아니고 충남의 행정 거점에 해당하는 내포지역에서도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 주관의 백제문화제를 단기간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자료사진)
윤용혁 공주대 명예교수는 지난 3일 공주시 고마센터에서 열린 ‘대백제전 비전 및 전략수립 포럼’에서 “대백제전이 충청인 대동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공주, 부여만이 아니고 충남의 행정 거점에 해당하는 내포지역에서도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 주관의 백제문화제를 단기간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자료사진)

이에 관해서는 윤용혁 공주대 명예교수의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윤 명예교수는 지난 3일 공주시 고마센터에서 열린 ‘대백제전 비전 및 전략수립 포럼’에서 “대백제전이 충청인 대동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공주, 부여만이 아니고 충남의 행정 거점에 해당하는 내포지역에서도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 주관의 백제문화제를 단기간 개최할 필요가 있다”며 내포지역에서 백제 부흥운동을 주제로 한 특별 행사를 진행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대백제전이 공주·부여로 대표되는 왕도문화 뿐만 아니라 내포지역 중심의 서민문화도 포용할 필요가 있음을 내비친 대목으로 해석되고 있다. 동시에, 백제왕도문화권과 내포문화권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전혀 새로운 축제를 개발하는 것이 어렵다면 기존 각 시·군의 축제에 내포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몇 가지 콘텐츠를 접목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포문화권에 속한 7개 시·군이 순차적으로 축제를 개최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있다.

정리하면, 내포문화권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뚜렷한 방향성과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자칫 변죽만 울리기 십상이다.

인공지능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는 왜 내포문화권에 주목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부디 이 같은 논의와 모색이 충청인 스스로 자긍심과 정체성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만들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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