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에 몰아친 '부동산 광풍'과 '소제동 블루스'
[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에 몰아친 '부동산 광풍'과 '소제동 블루스'
인구, 경제성장률 등 각종 경제 지표 바닥, 부동산만 나 홀로 고공행진
뉴트로 감성 물씬한 화보, 소셜미디어가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들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0.01.02 10: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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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엄마, 우리 선화동 집 괜히 팔고 나왔나 봐요.”
“뭐! 소제동 땅값이 1000만원이 넘는다고?”

사람 지워낸 공간에 자본 입혀 가난마저 도시재생으로 ‘핫’하게 소비하다

대전시 인구는 지난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만 명이 무너졌다. 이제는 147만 명을 약간 웃돌고 있다. 출생아 수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대전의 합계 출산율은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전은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며 경제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8%에 그쳐 0%대를 기록했다. 특별·광역시 중 울산, 인천 다음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우울한 통계지표다.

이처럼 인구와 각종 경제 지표에서 찬바람이 불고 있는 대전이지만 부동산 시장만큼은 전국 수위를 달리며 눈을 번쩍 뜨게 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보인 대전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아랑곳없이 올해도 나 홀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때 아닌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면서 유성구, 서구를 비롯해 중구까지 전국 공동주택 가격 상승률 상위 1-3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1년 사이 30% 이상 급등한 아파트도 여럿이다.

유성·서구·중구 전국 공공주택 가격 상승 상위 1-3위 나란히 이름 올려

대전서 오래 산 중장년층에게 ‘소제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전역 뒤편의 ‘오래되고 낙후된 지역’이다. 선화동 역시 한때는 대전의 부촌으로 불렸으나 빛바랜 추억이 된지 이미 오래다.

10년 동안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면서 폐가가 넘쳐나며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마을이 된 소제동에 어느 날부터 ‘꽃’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힙 플레이스’로 뜬 것이다.

독특한 인테리어의 카페와 이국적인 음식점들이 들어서며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들의 성지가 됐다. 대전의 달동네로 불리던 동네가 최신 유행을 쫓는 젊은이들의 “힙 플레이스라니?” 원도심, 소제동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소제동이 뜬다기에 처음에는 ‘소제동 철도관사촌’ 살리기에 나섰던 지역 학계, 문화예술인들의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보는가 싶었다. 낙후됐던 동네가 뜨고 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부동산 가격 폭등,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가 앞서기도 했으나 일단은 반가웠다.

지역 학계 문화예술계 ‘소제동 철도관사촌’의 역사와 가치 알아봤으나 

그러나 우려는 결코 기우로 끝나지 않았다. 부동산 광풍과 맞물리며 1평(3.3㎡)에 300~400만원 하던 땅값이 무려 1000만~1200만원까지 치솟았다는 뉴스가 전해지더니 젠트리피케이션 논란이 점화됐다. 실제 한 부동산 사이트에 매물로 나온 대지 45평에 18평 남짓한 목조 주택의 가격은 5억4000만원에 이르렀다. 평당 1200만원이다.
 
미세먼지가 맹위를 떨치던 날, 소제동을 찾았다. 외관을 크게 바꾸지 않고 낡고 오래된 이미지를 유지한 카페나 식당 하나하나는 독특하고 예뻐서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뉴트로 감성 물씬한 화보가 된다.

하지만 폐가 옆에 생경한 모습으로 드문드문 자리 잡은 카페와 식당들의 모습은 기괴할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감수성 부족인지 이질적인 공간은 현실의 공간이 아닌 박제화된 ‘영화 세트장’이나 ‘오브제’처럼 보였다. 더구나 도시 재생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풍경이었다. 

만들어진 소제동, 부동산 임대업체의 철저한 기획물 대전의 익선동 되나?

낙후된 동네, 낡은 건물에 감각적이고 독특한 인테리어로 장식한 카페들이 화제가 된 ‘소제동 탄생’은 자발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 아니다. 서울 익선동에서 유사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도시재생’을 내세운 한 ‘부동산 임대업체’의 철저한 기획에 의한 것이다. 실제 부동산 사이트에서는 소제동을 ‘대전의 익선동’이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선화단길’이라는 짝퉁 냄새 나는 별칭은 마음에 들지 않으나 옛 충남도청 뒤편의 선화동 일대에도 1950~60년대의 주택을 개조한 복고풍의 카페와 맛집들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난 40년 동안 생긴 곳보다 몇 배 많은 4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선화동도 부동산 광풍 속에 임대료, 부동산 가격 상승의 바람을 타고 있다. 소제동과는 달리 기획부동산의 돈이 한꺼번에 투입되지 않고 주민들이 살고 있는 주택과 기존 상가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사람이 지워진 박제화 된 ‘도시재생’은 자본 입은 도시재생 코스프레

도시재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역주민’이다. 사람이 빠진 도시재생은 도시재생 코스프레, 자본을 입힌 패션에 불과하다. 오랫동안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사람을 밀어낸 진공의 공간 조성을 도시재생이라 말할 수는 없다.

전통과 역사 자원, ‘난쏘공’의 낡고 퇴락한 공간과 가난마저 자본을 입혀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소비하는 사회가 서글프기만 하다. 삶과 유리된, 사람이 지워진 박제화된 세트장 같은 공간은 우리에게 온기와 안온함을 주지 않는다. 부동산 광풍과 소셜미디어가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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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숙 2020-01-02 22:37:52
소제동 최근의 변화가 너무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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