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설국열차ʼ와 임신순번제
[청년의 소리] ‘설국열차ʼ와 임신순번제
  • 이연우
  • 승인 2014.12.08 15:1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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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연우 한남대학교 정치언론국제학과 4학년
[굿모닝충청 이연우 한남대 학생] 기차의 맨 앞 칸에는 권력자들이 호화롭게 뒹굴고 있고, 기차의 맨 끝인 꼬리 칸에는 노동자들이 밤낮을 쉼 없이 일만 하고 있다. 이 기차는 오직 소수 권력자들의 명령과 다수 노동자들의 복종에 의해 움직이지만 언제 어디서나 그렇듯 모든 혜택은 권력자들의 몫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ʼ 속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 의료계에 실제로 설국열차가 운행 중인 모양이다. 맨 앞 칸에 자리 잡은 병원의 권력자들이 맨 끝 꼬리 칸에 있는 간호사들에게 병원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게끔 ‘임신 순번제’를 강요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임신 순번제란 병원 내에서 간호사들 여럿이 한꺼번에 임신을 할 경우 병원 업무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는 미명 하에 부서장급이 간호사들의 순번을 정하여 임신 시기를 조절한다는 현대판 산아제한정책이다.

만약 간호사가 이 순번을 거부하거나, 임의적으로 임신을 할 경우에는 근무 표에 불이익을 당하거나 부서를 이동당하는 등 부당한 피해를 보기도 한다. 심지어 부서장의 질책이 두려워서 중절수술까지 받는 간호사마저 있을 정도다. 이처럼 임신 순번제는 상당한 강제성을 띠는 비인간적인 제도이다.

최근 5년 내 임신 경험이 있는 조합원 중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보건의료노조 조사에서 임신 순번제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7.4%로, 5명 중 1명꼴이었다. 또한 임신한 간호사 중 18%는 유산을 했다고 밝혀 의료계의 충격적인 실태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는 비단 하루 이틀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의료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공공연히 전해져오던 사실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는 주구장창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출산율이 최하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임신의 자율권’마저 침해당하여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가 없는 형편인데 말이다. 굳이 의료계가 아니더라도 사실 대부분의 직장들이 임신을 애물단지 취급하고 있다.

아무리 분만휴직, 육아휴직 등 출산장려정책이 다양해지고 있더라도 그를 당당히 이용할 수 없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임신을 미뤄야만 하는 것이다. 진짜 출산장려정책은 노동자를 배려하는 것이다. 정부는 ‘OECD 평균’이라는 잣대를 ‘출산율’에만 맞출 것이 아니라, ‘노동여건’에 맞춰야 한다. 출산율처럼 우리나라의 노동여건 역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기 때문이다.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꼬리 칸 노동자가 결국 반란을 일으켜 기차 맨 앞 칸까지 진격하게 되지만 현실에서는 부디 앞 칸의 권력자들이 먼저 나서서 꼬리 칸을 보호해주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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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학생 2015-03-26 21:23:53
정말 멋있네요 잘 보고 갑니다.

가나다 2015-03-08 20:59:45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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