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북을 열며] 재벌·대기업 쪽으로 기울어진 저울추
    노트북을 열며] 재벌·대기업 쪽으로 기울어진 저울추
    노동자는 형 올리고 사용자는 깎은 법원 판결 유감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0.01.1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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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심에서 1년 10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던 유시영 전 유성기업 대표이사의 2심 형량이 1년 4개월로 깎였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1심에서 1년 10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던 유시영 전 유성기업 대표이사의 2심 형량이 1년 4개월로 깎였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8일과 10일 대전지방법원에선 유성기업 관련 두 개의 재판이 열렸다. 결과를 요약하면 노동자에겐 형량을 늘렸고, 유시영 전 대표이사 등 사측의 형량은 깎였다. 

    먼저 8일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심준보 부장판사)는 2018년 11월 유성기업 상무 폭행 혐의로 기소된 노동자 다섯 명 전원에게 1심 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이들은 이미 1심에 따른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들의 형량이 낮고 도주우려가 있다며 이들을 법정 구속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아래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9일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경우 항소심이 제1심 양형판단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유성노동자 5인에 대한 항소심 재판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며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10일엔 1심에서 법정 구속된 유시영 전 대표이사의 항소심 선고가 있었다.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징역 1년 10개월,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에 따라 유 전 대표이사의 형량은 1년 4개월로 6개월 줄었다. 유 전 대표이사와 함께 기소된 이아무개, 최아무개 전 임원의 형도 감형됐다.

    형사법정의 경우, 재판부 판결에 따라선 한 개인(혹은 법인)의 법익이 박탈당한다. 이 같은 성격상 재판부는 최종 선고를 앞두고 고민을 거듭한다. 유성기업 사건을 다룬 각 재판부도 고민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재판부 판단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누구 죄가 더 심각할까?

    1심 보다 더 무거운 형을 받은 노동자들이 법정에 선 이유는 임원 폭행이었다. 유 전 대표이사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으로부터 1노조 무력화 전략을 인지했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회사돈을 창조컨설팅에 지급한 혐의(임무위배행위)를 받는다. 

    폭력은 그 어떠한 경우로도 용납되어선 안 된다. 그러나 지은 죄 만큼 처벌을 가해야 한다는 게 형법의 근본적인 취지다. 

    한 번 따져보자. 임원 폭행을 한 노동자와 폭력을 동원해 노조파괴를 시도하고, 여기에 회사돈을 사용한 유 전 대표 중 누구의 죄가 더 위중해 보일까? 대표이사라는 우월적 지위에 있으면서 자금과 인력을 목적달성(노조파괴)에 사용할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그런 결정을 한 유 전 대표 아닐까? 

    이 대목에서 비록 형을 낮췄지만 "유 전 대표이사가 창조컨설팅으로부터 노조와해 시나리오를 제공받고 회사돈 13억 원을 사용한 행위는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을 파괴하는 것으로 그 목적 등을 살펴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 재판부가 적시한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동관련 사건을 다룰 때, 검찰과 법원은 사용자 편을 들어주기 일쑤였다.(이 점에서는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유성기업 관련 사건을 다룬 법원의 판결은 사법부의 저울추가 어느 쪽에 기울어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동계에선 노동사건만을 전담하는 노동법원 설치를 요구해왔다. 관련 논의가 아주 없던 것도 아니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사법제도개혁추진위에서 검토됐고, 18·19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후속 논의는 없었고, 법안은 폐기 수순을 밟았다. 

    이미 정치권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의 힘을 빼는 제도개혁이 이뤄지는 중이다. 

    노동사건과 관련해서도 사회적 논의가 일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제 더 이상 재벌대기업에 쏠린 검찰·법원에 노동사건을 맡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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