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원의 복지이야기] 혈액형은 바뀌지 않았는데...
    [김세원의 복지이야기] 혈액형은 바뀌지 않았는데...
    은퇴 없는 삶을 살아야 할 100세 시대
    유엔은 100세 이상을 장수노인으로 규정
    변화에 적응해야 삶의 만족도 높아져
    • 굿모닝충청
    • 승인 2020.01.13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혈액형 검사를 다시 해 봤다.
    변함없이 O형이란다. 평상시에 하던 검사에 추가해 혈액형 검사를 해달라고 하자, 간호사들은  매우 의아 해 했다. “뭐 그냥 한 번 해보려고요! 학급 인원이 60명을 넘었던 중학교 시절, 단체로 혈액검사를 했다가 친구와 혈액이 뒤바뀌었고, 그 사실을 대형수술을 목전에 두고 알게 된 60대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봤어요. 그런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요!”라고 에둘러 말했다.

    사실은 거짓말 이었다!
    새삼스럽게 혈액형 검사를 해본 것은, 요즘 들어 ‘내가 알던 내가 아닌 것 같아서’였다. 조그마한 일에도 화를 내고, 약속시간에 늦은 친구를 유난히 닦달하는가 하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밤잠을 설치는 일이 잦아졌다. 지나치게 소심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졌다. 의존성향이 강해지고, 수동적이게 되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 ‘나이 듦’의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너무도 마뜩치 않았다.

    노년기의 은퇴자들은 대개 이런 경험을 한다.
    어떻게 정의하는 가에 따라 달라지지만 ‘노년기’를 생산력을 상실하고 부양대상자이자 복지의 대상이 되는 시기로 분류한다면, 그 시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은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여유와 안일의 삶이 될 수 도 있겠지만 가난과 고통 · 상실의 시간으로도 여겨질 수 있다. 그래서 은퇴에 대한 의미도 통일되지 않고 있다. 먼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은퇴자라고 정의하는 경우가 있다. 본인이 자신을 은퇴자로 평가하고 ‘그렇게’사는 것이다.

    둘째는 현재 받고 있는 급여가 감소하던가,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시점에 도달하면 은퇴로 보는 것이다. 경제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 가에 따라 은퇴여부가 결정된다. 임금이나 노동시간이 어느 수준이하인 경우를 은퇴로 간주하기도 한다. 주 30시간 미만인 사람을 은퇴자로 정의하거나, 연 1000 시간미만 일하는 사람을 은퇴자로 규정하는 것이 그 예가된다.

    세 번째는 가장 오랫동안 일한 직장을 그만두는 시점을 은퇴로 정하는 것이다. 소일거리가 있다 해도 오랫동안 해왔던 주된 직업수행을 중단하면 은퇴다. 다분히 현대산업사회의 산물이며, 직업 활동이나 생산 활동에서 벗어나는 시기가 은퇴 시점이다. 네 번째는 연금 수령시기를 기점으로 은퇴를 정의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이나 국가에서 제공하는 공적연금을 받는 사람들을 은퇴자로 보는 것이다.

    은퇴를 하게 되면 본인을 둘러싼 환경 변화와 마주해야 한다. 익숙한 것들을 버리거나 작별해야하고, 새로운 상황에 놓여진다. 은퇴 후의 삶은 스스로의 결정권이 약화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역할상실에 따른 소외와 배재도 심화되곤 한다.

    노년기에 도달하면 다른 연령대보다 물리적 환경에 취약하다고 한다. 인간의 전 생애과정 중 은퇴를 하는 시기에 처한 ‘환경’에 따라 삶의 만족과 행복도가 달라진 다는 것이다. 은퇴 후의 환경이 노인의 안녕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하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노년기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유용한 실천적 지식을 얻기 위해서다.
      
    그래서 평생을 현역으로 지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고, 상당부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지만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평생을 현역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지난한 과제다.

    UN은 지난 1956년 내렸던 노인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바꾸었다. 인간수명이 60-70세에서 100세 시대로 전환된 만큼 생애주기별 연령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유엔이 내린 생애주기별 연령을 보면 청소년의 연령은 17세까지다. 청년은 18세에서 65세다. 중년은 69세에서 79세이고, 노년은 80세에서 99세다. 장수노인은 100세 이상으로 규정하였다.

    새로운 일도 아닌 것이 올 해 대전의 100세 이상 노인은 331명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는 2007년 1,764명이었던 국내 100세 이상 인구가 2017년 4,793명으로 증가했다. 2028년에는 1만800여명, 2039년에는 3만 명, 2058년에는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행정안전부는 추산했다.

    20세까지 교육을 받고, 60세에 은퇴해 80세까지 살았던 삶의 방식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20세 무렵에 끝났던 교육은, 이제 80세까지 일과 병행해야 할 필수요인이 되었다. 80세부터의 은퇴 시기는 더욱 늦춰질 개연성이 크다. 미래 학자들은 미래 노인의 취향은 현재 30세에서 50세사이의 취향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급격하고도 불확실하게 변화되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것을 기꺼이 수용하려는 열린 자세가 나이 들어가는 데 있어 유용한 생존수단이 될 것이다. 

    내가 먼저 변화되어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연초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 가지 혈액형을 만들어 수혈 치료를 개발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려낸 칼 란트슈타이너( 193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를 공연히 의심하거나 탓해서는 안 될 것 같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