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13일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정치에 입문한지 꼭 1년을 맞는 날이다.
이날을 기념이라도 하듯 황 대표는 주요 이슈의 중심으로 등장했다. 먼저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보수당과의 통합을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황 대표의 말이다.
"마침 정당·시민사회 연석회의를 통해서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중략) 이번 통추위를 발족시키면서 저희도 동의한 ‘보수중도통합의 6대 기본원칙’이 발표되었다. 이 원칙들에는 새로운보수당에서 요구해온 내용들도 반영되어 있다. 이제 우리는 통합이라고 하는 대의 앞에 함께 스스로를 내려놓고, 국민들의 뜻을 잘 받들어야 한다. 그래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당도 함께 해나갈 것이다."
새로운보수당은 곧장 화답했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황 대표 발언이 "새보수당이 요구한 3원칙을 수용한 것으로서 보수재건과 통합으로의 한걸음 전진이라고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한국당이 흔들리지 않고 3원칙을 포함한 6원칙을 지키는지 예의주시하면서 양당 간의 대화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 대표의 구애에 새보수당이 답하면서 보수 통합은 빨라지는 모양새다.
한편 황 대표가 오는 4월 21대 총선에서 종로구 출마로 가닥이 잡혔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한겨레>는 12일 "당 내부적으로는 황교안 대표의 험지 출마는 종로 외에 답이 없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고 한국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종로는 이낙연 총리 출마가 꾸준히 거론된 곳이다. 만약 황 대표의 종로 출마가 확정되면 정치 1번지에서 전·현직 총리간 빅 매치가 성사되는 셈이다.
한때 차기 대선 주자 1위, 거품 빠졌나?
정치 입문 직후 한때 황 대표는 여야 차기대권 주자 후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하늘과 땅 차이다.
지금 황 대표는 리더십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보수 통합에 성과를 거두고, 이 총리와 선전할 경우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는 있다.
다른 한편으로 보수 통합은 위험천만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한국당 주류인 친박은 새보수당을 주도한 유승민을 배신자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통합 후 공천 과정에서 한국당 친박계와 새보수당계가 지분다툼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정말 종로에 출마해 이낙연 총리와 맞붙었는데, 큰 표 차로 패배했을 경우는 그야말로 치명타다.
황 대표는 1년 전 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아래와 같이 포부를 밝혔다.
"한국당에 입당하겠다고 하니 많은 분들께서 ‘왜 지금’ 이냐고 물으셨습니다. 당에 들어가려면 좀 더 일찍 갔어야 하고,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면 좀 더 늦춰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말씀들을 참 많이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나라가 크게 흔들리고 국민들께서 정말 힘들어하고 계신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황교안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만을 생각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한국당에 입당하기로 한 것입니다."
정치입문 때 포부와 달리 황 대표는 지지층 결집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황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부호를 찍는 이들이 많아진 것도 지지층 결집에만 급급했던 탓이다.
정치입문 1년을 맞은 황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정치인’ 황교안의 여정은 지금이 진짜 출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