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비웃듯 치솟는 아파트값, 백약이 무효일까?
정부 대책 비웃듯 치솟는 아파트값, 백약이 무효일까?
리뷰] MBC ‘PD수첩’, 두 차례에 걸쳐 부동산 투기 정조준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0.01.16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C ‘PD수첩’은 7일과 14일 두 번에 걸쳐 아파트값 과열 양상 문제점을 보도했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MBC ‘PD수첩’은 7일과 14일 두 번에 걸쳐 아파트값 과열 양상 문제점을 보도했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경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야당은 경제가 폭망했다며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겠다고 연일 날을 세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부동산, 그러니까 아파트 값은 오히려 오른다. 

문재인 정부들어 17차례 부동산 관련 정책이 발표된 사이 아파트 값은 11% 올랐다. 그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부동산으로 쉽게 돈을 벌려는 세력이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과 제도로 부동산 시장 왜곡을 바로잡아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왜곡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MBC 간판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7일과 14일 '우리가 아파트를 살 수 없는 이유' 2부작을 방송했다. 

'PD수첩'이 고발한 아파트 매매 실태는 실로 어이없다. 강남 아파트 값이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싸다는 뉴욕과 별반 차이가 없다. 저명 건축가가 설계하고 뉴욕 맨해튼을 내려다볼 수 있는 아파트의 3.3㎡(평당) 가격이 1억 1000만원 수준이다. 한강이 보이는 고급 아파트 평당 가격과 비슷하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경제는 호전 기미가 뚜렷하다. 그런데 뉴욕 부동산 가격은 하향세다. 한국에선 그 반대다. 경기는 좋지 않은데, 부동산 가격은 치솟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 이유는 앞서도 지적했듯 부동산 투기 세력이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건, 부동산 투기를 붙잡아야 할 정부가 오히려 투기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우선 주택 보유에 따른 세금, 즉 보유세는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50억 아파트를 소유했을 때 연간 5000여 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만약 과세 당국이 뉴욕과 시세가 비슷한 강남 고급 아파트에 이 정도 세금을 메겼다면? 당장 '세금폭탄'이라고 반발하고, 보수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할 것이다.

가벼운 세 부담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부동산세 부담률의 경우 OECD 평균이 0.6%인데 비해 한국은 0.3%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인상을 추진했다. 보유세 인상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활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논의는 흐지부지된 모양새다.  

여기서 의문이 들 수 있다. 부동산은 사유재산인데, '내 돈' 들여 교통 조건이 좋고 좋은 학교가 많은 강남에 좋은 아파트를 샀는데 왜 정부가 보유세를 부과할까? 이 같은 의문에 충남대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훌륭한 답을 제시해 준다. 정 교수는 'PD수첩'에 이렇게 말했다.

"국가가 많은 세금을 들여서 한강을 정비해주고 지금도 계속 해서 수역 관리를 해주는 것이고 거기에 대해서 무임승차하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그런 것들에 대해서 당연히 국가는 그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국회의원 41명이 ‘강남 부동산 부자’

부동산 보유세 부담율은 OECD 평균 0.6%인데 비해 한국은 0.3% 수준에 그친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부동산 보유세 부담율은 OECD 평균 0.6%인데 비해 한국은 0.3% 수준에 그친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입법으로 왜곡을 바로 잡아야 할 국회의원은 오히려 앞다퉈 강남 부동산을 사들인 것 같다.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14%인 41명이 강남구에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PD수첩' 취재결과 드러났다. 

이 중 울산 울주가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강길부 의원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 각 한 건 씩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국회의원의 부동산 소유가 불법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은 이전부터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로 수차례 지적됐었다. 국회의원이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으로 불로소득을 얻는 국회의원이 제대로 된 부동산 관련 법안을 만들 수 있을까? 

이게 비단 서울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인천 연수을에 출마를 선언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구 후보들이 강남과 부동산 과열지구에 주택을 보유하고 정작 지역구에서는 전세를 살고 있다"며 "이렇게 해서는 지역발전에 대한 비전을 신뢰하기 어렵지 않겠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신년사에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강한 신념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바로 잡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부동산 관련 과세에 대한 조세저항이 강한데다, 정부·정치권이 왜곡을 바로잡기는 커녕 수혜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PD수첩’이 두 차례에 걸쳐 부동산 문제를 정조준한 점은 무척 반갑다. 현행 제도는 부동산 임대소득 보다 노동을 통해 얻은 소득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한다. 

이런 나라에서 열심히 일하려는 국민은 없다. 갓 가정을 이룬 신혼부부가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 모아 부동산을 사들이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부동산 과열은 위험수위를 넘은지 오래다. 문재인 정부가 대책을 위한 대책이 아닌, 진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부동산 투기야 말로 적폐 중의 적폐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