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잇단 공기업 부조리, 문재인 정부 해결의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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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직접고용 두고 여전히 갈등… 마사회 하청구조 ‘도마’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0.01.22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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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행진이 21일 오후 최종 목적지인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이들은 출발에 앞서 문재인 정부에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한국 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행진이 21일 오후 최종 목적지인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이들은 출발에 앞서 문재인 정부에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한국도로공사·한국마사회 등 공기업 내 부조리를 시정하라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이들 공기업 소속 노동자, 더 나아가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먼저 도로공사의 경우 톨게이트 노동자 직접고용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17일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 지부 도명화 지부장은 청와대 앞 사랑채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김천 도로공사 점거 농성은 22일 기준 136일째를 맞았다. 

이강래 전 사장의 행보는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 전 사장은 지난 해 12월 사표를 낸 뒤 지역구인 남원 선관위에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사장에 대해 공천 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를 두고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 직접고용과 자회사정책 폐기를 위한 시민사회공동대책위'(아래 톨게이트 직접고용대책위)는 "비상식적이고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보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인권기준인 법원 판결마저도 무시하는 이강래 전 사장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피해가 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이강래 낙선이 정의"라고 선언했다. 

톨게이트 직접고용대책위는 이어 "그를 공천 적격대상으로 올린 것도 정부여당이며, 무늬만 정규직이고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자회사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문재인 정부라는 점에서 근본적 원인이 청와대의 책임인 것은 분명하다"며 화살을 여당과 청와대에 돌렸다. 

한국마사회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해 11월 부산경남 경마공원 소속 고 문중원 기수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남긴 유서엔 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래는 고 문 기수가 남긴 유서 중 일부다. 

"하루빨리 조교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죽기 살기로 준비해서 조교사면허를 받았다. 그리고 나서도 매번 경매 때마다 내려가서 공부도 하고 여러 마주님들과 친분도 쌓고 그 덕에 마방만 받으면 바로 입사시켜 준다는 약 속도 많이 받았다. 그럼 뭐하나, 마방을 못 받으면 다 헛일인데. 면허 딴 지 7년이 된 사람도 안주는 마방을 갓 면허 딴 사람들한테 먼저 주는 이런 더러운 경우만 생기는데, 그저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안되니”

기수 일곱 명 ‘극단적 선택’, 그곳에선 무슨 일이?

고 문중원 기수의 죽음으로 그가 속했던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선 2004년 개장이래 7명의 기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사회 내부의 부조리도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부산경남 경마공원은 2004년에 개장했다. 개장 당시부터 마사회는 ‘선진경마’라는 이름으로 무한경쟁체제를 도입하고자 했다. 그래서 마필관리사의 경우 서울경마장에서처럼 조교사협회 고용이 아니라 조교사 개인들이 고용하는 형태를 취했고, 부가순위상금도 없애고 순전히 순위상금으로 임금이 주어지는 방식을 택했다. 게다가 비경쟁성 상금을 줄이고 경쟁성 상금을 확대했다. 

외국인 기수와 조교사, 말 관리사를 도입해 이들이 프리기수로 일하게 함으로써 경쟁을 더욱 부추겼다. 그 결과 부산경마공원은 순위에서 밀려나면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생계유지가 안 되며, 조교사들의 권위가 더 강한 상태였기 때문에 마필관리사들과 기수들은 조교사들에게 문제제기를 할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이 마필관리사들과 기수들을 극한 상황으로 내몬 것이다."

마사회 내부 부조리가 드러나면서 유가족과 노동계는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아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최준식)과 유가족, 정의당 여영국 의원 등은 지난 해 12월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마사회에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등을 촉구했다. 이어 27일엔 시민대책위와 유가족이 상경 투쟁을 선언하고, 고인의 시신을 서울로 옮겼다. 

이에 대해 마사회는 8일 입장자료를 내고 "마사회는 경마를 주최하는 기관이며, 경주에 참여하는 마주는 구단주, 조교사는 감독, 기수는 선수의 역할을 하므로, 이에 따라 상호 간 계약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이라면서 "일반적인 사례로 프로 스포츠의 감독과 선수가 구단과 계약을 하고, 선수가 자신의 개인 트레이너와 계약을 하며, 골프 선수가 캐디와 계약을 맺는 것과 동일하다"고 해명했다. 

생계유지가 곤란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기수가 받는 전체 소득 중 1위~5위까지 경주성적에 따라 지급 받는 순위 상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에 불과하며, 나머지 약 55%의 소득은 경주의 성적과 무관하게 경주에 출전한 그 자체의 대가인 기승료, 경주마를 훈련시킨 대가로 받는 조교료 등"이라며 "기수의 평균 소득은 연간 1억 2천만원을 상회하며, 성적 하위권의 기수들도 기승료・조교료 등의 수입을 통해 평균 소득이 약 7천만원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한국 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행진이 21일 오후 최종 목적지인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한국 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행진이 21일 오후 최종 목적지인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그러나 아직 유족 면담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4일엔 경찰이 마사회를 찾은 유족을 막아서기도 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공기업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했다며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17일부터 21일까지는 설 전 문제해결을 촉구하며 마사회 본사가 있는 과천경마 공원을 출발해 청와대까지 오체투지 행진에 나서기도 했다. 

오체투지를 마친 다음 날인 22일 오전 83개 시민사회단체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시민단체는 마사회와 청와대, 농림축산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정부부처를 싸잡아 비판했다. 특히 청와대를 향해선 "이 정권이 출범한 뒤 사망한 희생자만도 네 명이다. 그런데도 마사회장을 임명한 청와대는 죽음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마사회 김낙순 사장은 문재인 정부와 관련이 깊다. (도로공사 이강래 전 사장의 경우도 문재인 정부 1호 공공기업 인사다)

충남 천안이 고향인 김 사장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국민참여본부 기획위원을 지냈고, 참여정부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다. 민주당 선대위원회의 조직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문재인 후보 지지활동을 한 이력도 있다. 

유가족이나 노동계가 청와대에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건, 도로공사나 마사회가 공기업일 뿐만 아니라 조직의 수장이 문재인 정부와 관련이 깊다는 이유도 없지 않다. 

이제 설 연휴까지 이틀의 시간이 남았다. 그러나 사태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마사회는 8일 자 입장문 외에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다. 마사회 홍보실은 22일 오후 "담당자가 회의 차 외근 중"이라고 답했다. 

지난 해 12월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고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 씨는 오열하며 국민적 관심을 호소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지난 해 12월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고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 씨는 오열하며 국민적 관심을 호소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고 문중원 기수의 부인 오은주 씨는 지난 해 12월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눈도 감지 못한 채 싸늘하게 식어 있었습니다. (중략) 가족 밖에 모르던 착한 사람이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 얼마나 가슴 속에 힘든 생활을 품고 살았을까. 제 남편이 마지막 문을 나서는 순간이 기억납니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아이들에게 아빠 다녀올께 사랑해 하고 나섰습니다. 

현관문을 나선 순간 제 남편은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요? 죽을 준비를 하러 가는 그 마음 여러분은 아시겠습니까? 혼자서 얼마나 두려웠겠습니까?"

벌써 일곱 명의 기수가 무섭고 두려운 마음을 안고 생을 마감했다. 

문재인 정부가 부디 이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기 바란다.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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