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결정 후 미묘한 파장, 이란도 불편한 심기 표시
호르무즈 파병 결정 후 미묘한 파장, 이란도 불편한 심기 표시
청해부대 파견지역 한시적 확대에 정치권 ‘환영’, 진보 시민단체 ‘반발’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0.01.22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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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21일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정치적·외교적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 대한민국 해군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국방부가 21일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정치적·외교적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 대한민국 해군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한국 정부가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 독자 파병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러자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물론 한국과 이란 사이에서도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21일 "현 중동정세를 감안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며 "청해부대 파견지역은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 / 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되며, 우리 군 지휘 하에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이 이란 카젬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한 이후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국군 파병 여부가 주목 받았는데, 결국 우리 정부는 파병을 택한 것이다. 

한국 정부의 고민은 적지 않았다고 본다. 미국은 우회적으로 한국군 파병을 압박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가 공공연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한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자유로운 항행 보장을 위한 공동방위에 동참하라는 발언을 흘렸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도 7일 KBS 1TV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라크 침공 등 국제 분쟁이 있을 때 마다 미국이 파병을 요청해 온 사실을 감안해 볼 때, 이 같은 압박은 일정 수준 예상된 수순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과의 관계, 그리고 우리 교민 안전을 감안해 볼 때 미군과 공동행동도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국방부가 "중동 지역은 약 25,000명의 우리 교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일대는 우리 원유 수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우리 선박이 연 900여 회 통항하고 있어, 유사시 우리 군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고 밝힌 건 이 같은 고민의 산물로 풀이할 수 있다. 

늘 첨예하게 대립했던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2일 오전 국회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이 사안을 굉장히 신중하게 고민해 왔는데 국민의 안전과 국익이 직접적으로 걸린 만큼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번 파병은 아덴만 작전을 수행해 온 청해부대의 파견 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지휘권은 여전히 우리 군에 있다. 청해부대는 필요시 국제사회와도 협력하여 국민 안전과 선박 보호, 안정적인 원유 수급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당도 "미국과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 속에 프랑스를 비롯한 국가들이 상선 호위작전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다. 또한 2만 5천여 명에 이르는 교민의 안전, 원유 수송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 등을 감안할 때, 호르무즈 파병은 불가피할 것"이란 입장을 내놓았다.

청해부대 파병에 여야 모처럼 ‘한목소리’, 그러나....

반면 진보성향 시민단체는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진보연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등 90여개 진보단체는 22일 "지금 호르무즈 해협은 매우 불안정하고 많은 위험이 도사린 곳이다. 한국군이 이곳으로 파병된다면, 그 위기의 한복판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 지역이 불안정해지고 위험이 커진 일차적 책임은 미국 트럼프 정부에 있다. 트럼프 정부는 백기투항을 강요하며 이란을 위협했다"며 "한국군 파병은 그 지역 안전에 이바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지역 위험과 불안정 고조에 기여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세예대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국방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트윗을 아랍어와 한국어로 올렸다. ⓒ 무사비 대변인 트위터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세예대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국방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트윗을 아랍어와 한국어로 올렸다. ⓒ 무사비 대변인 트위터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파장은 이란으로까지 번졌다. 이란은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세예대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국방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트윗을 아랍어와 한국어로 올렸다. 

무사비 대변인은 한국어판 중동 지역 지도 사진을 올리면서 "대한민국 국방부가 페르시아만의 역사적인 명칭조차 모른다면, 어떠한 지식과 명분을 바탕으로 이 지역에 파병하려는 것인가? 상호 존중이란 두 문명국가 관계의 기본"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청해부대 파견 지역 확대를 발표하면서 아라비아 / 페르시아만을 병기했다. 그러나 이곳의 공식 명칭은 '페르시아만'(영어명 Persian Gulf)이다. 

다만, 사우디 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미국 등 이란에 적대적인 국가는 '아라비아만'으로 칭하기도 한다. 즉, 이란은 적대국이 쓰는 표현을 사용한 데 불만을 표시한 셈이다. 

청해부대 파병을 둘러싼 논란은 중동지역에 한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심각함에도, 주요 안보 현안에서 미국의 영향에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의 처지를 생생하게 드러내는 단면이다. 

미국의 파병 요구를 거절할 경우 당장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대북 제재완화 추진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미군과의 공동보조도 위험천만하다. 현재 중동 정세는 이란을 맹주로 하는 범시아파와 사우디가 주축인 범수니파의 대결구도다. 

미국은 사우디 등 범수니파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지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IS) 격퇴를 위해 일부 시아파 세력과도 전략적 공조를 취해왔다. . 

이 와중에 한국이 미국과 군사적으로 공동보조를 취할 경우 자칫 이 지역의 복잡한 군사적 갈등에 휘말릴 위험성이 없지 않다. 미군과 공동전선이 아닌, 독자 파병이라는 점은 이 같은 딜레마의 산물이다. 

한국의 처지에서 볼 때 중동을 비롯한 국제문제에서 미국이 개입된 갈등이 불거질 경우 이번과 비슷한 국내 정치적·외교적 파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를 약소국의 숙명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현실주의 균형자 외교라고 해야할지 명쾌히 선긋기는 어렵다. 그저 사안별로 실익을 따지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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