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제보자 잇단 정치 입문, 반길 일이다
    내부제보자 잇단 정치 입문, 반길 일이다
    "'불의에 침묵하지 않은' 공익적 가치 커
    입법과정에 이들의 경험 반영토록 기회 보장 필요"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0.01.23 15: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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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계열사 산업재해 은폐 사실을 고발한 내부고발자 이종헌 씨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환영을 받고 있다. ⓒ 자유한국당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LG 계열사 산업재해 은폐 사실을 고발한 내부고발자 이종헌 씨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환영을 받고 있다. ⓒ 자유한국당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장진수 전 주무관, 박창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 이탄희 전 판사, 이종헌 씨. 

    최근 정치에 입문한 이들의 이름이다. 이들 중 장 전 주무관과 박 지부장은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판사와 이종헌 씨는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부름을 받았다. 이들에겐 하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내부제보자'다. 

    장 전 주무관은 이명박 전 정부의 민간인사찰 의혹을 폭로했고, 박 지부장은 땅콩회항 피해자로 한진그룹 조 씨 일가의 부조리를 드러낸 주인공이다. 

    이 전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세상에 알렸고, 이종헌 씨는 LG 그룹 계열사에 재직하면서 회사가 산업재해를 은폐한 사실을 고발했다. 

    내부제보자의 정치입문을 두고 시각은 엇갈린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탄희 전 판사의 민주당 입당을 두고 "공익 제보를 의원 자리랑 엿바꿔 먹는 분을 인재라고 영입했으니 지금 민주당 윤리 의식이 어떤 상태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내부제보자의 정치입문을 '불순한' 것으로 폄하할 수만은 없다. 내부제보는 동기가 순수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내부제보 ‘제도적으로’ 막는 현행 법 

    기자는 2017년 시민단체 내부제보실천운동의 지원을 받아 2017년 한 해 동안 내부제보자를 연속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이들은 예외 없이 가혹한 불이익으로 고통 당하고 있었다. 

    내부고발로 엄청난 불이익이 따르리라 내다 본 내부제보자는 없었다. 오히려 조직 내부 시스템의 문제에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하면 조직에서 상을 주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 동기로 작용한 경우가 더 많았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내부제보자를 보호할 안전장치가 없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더욱 놀라운 건, 현행 제도가 내부제보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부제보자가 지적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아래 인용한다. 

    "국민권익위원회(아래 권익위)가 주무 국가기관이다. 그런데 내부고발자들이 권익위를 거치지 않고 언론이나 검찰 등 다른 기관에 먼저 제보를 하면 내부고발자로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즉, 권익위에 내부고발 내용을 접수한 다음 검찰로 이첩하거나, 언론에 보도요청이 이뤄져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난 이 점이 가장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 내부제보자 A 씨

    "회사 측은 내부 문제를 언론에 알려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해고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국가권익위원회(이후 권익위)를 찾아가니 언론 보도가 나가면 공익 제보자로 보호를 못 받도록 규정돼 있었다. (중략) 심지어 공영방송 보도도 공익 제보에 속하지 않았다. 조직 내부에서 해결 의지가 의심스러워 언론에 알렸는데 회사가 이를 문제 삼고,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한다면 사회발전을 위해서도 올바른 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내부제보자 B 씨 

    "현행 사립학교법 하에선 관할청의 행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법인 이사의 임원승인 취소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여기에 사법부는 너무나 보수적이어서 사학엔 한없이 관대하다. 사립학교를 보편 교육을 위한 공익적 성격보다는 사유재산으로 인식하는 하는 한계가 너무나 심각하다." - 사학비리 제보자 C 씨 

    동기와 무관하게 내부제보는 공익적 가치가 크다. 내부제보가 아니었으면 이명박 전 정권의 불법사찰 의혹도, 한진그룹 조 씨 일가의 전횡도, 사학비리도, 군 납품비리도, 거대 자동차 메이커 차량의 엔진 결함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내부제보자에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현행 제도는 내부제보자를 지켜주기 못하는 실정이다. 관련 법을 들여다보면 내부제보를 '제도적으로' 막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지울 수 없다. 

    법과 제도를 바꾸는 건 정치의 영역이다. 내부제보가 갖는 공익적 가치를 감안해 본다면, 내부제보자의 정치 입문은 당연한 일이고 장려해야 할 일이다. 

    이명박 전 정부의 불법사찰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은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 더불어민주당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이명박 전 정부의 불법사찰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은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 더불어민주당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장진수 전 주무관은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사회는 건전한 공익제보자가 생존할 수 없는 사회이기에 모두가 불의와 불공정에 방관자가 되고맙니다. 공익제보자와 그들을 위한 사회 보호 구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더 어두운 미래가 우리를 기다릴 뿐입니다."

    이제 여야 각당은 내부제보자가 자신의 경험을 입법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활동기회를 보장하고, 정치인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단지, 한 때 여론의 관심을 받았던 이들을 내세워 컨벤션 효과만 거두는 데 몰두해선 안된다. 이들은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나아지게 하는 데 필요한 소중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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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아 2020-01-23 17:23:31
    저도 내부고발자이지만 정치, 권력은 싫습니다. 차라리 시민감시단, 관련 법을 고치기 위한 자문 참여 이런 건 얼마든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