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성추행 은폐 대전S여중, "거짓말을 거짓말로 덮었다"
[긴급진단] 성추행 은폐 대전S여중, "거짓말을 거짓말로 덮었다"
학생들 분노 제대로 못 짚는 학교와 재단
'꼰대'와 '완장'의 부끄러움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0.01.30 15:5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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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여고 학생들이 성추행 사건을 은폐한 학교에 항의하는 의미로 현관문에 'MeToo'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다.(굿모닝충청 권성하 기자)
S여고 학생들이 성추행 사건을 은폐한 학교에 항의하는 의미로 현관문에 'MeToo'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다.(굿모닝충청 권성하 기자)

[굿모닝충청 권성하 기자] 대전 S여중의 성추행 은폐 사건은 '거짓말'과 '돈'이 문제의 본질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두 개의 거짓이 네 개의 거짓을 낳고, 숨기고 꾸밀수록 더 많은 거짓을 부른다"고 했던 박노해 시인의 노래처럼 S여중은 학교와 재단까지 개입한 사학비리가 뿌리라는 지적이다.

S여중 사건은 단순한 성추행 은폐 사건이 아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사 개인의 일탈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학교와 사학재단의 묵인 속에서 덮힐 수 있었던 것은 S여중에 제공돼 온 교육부와 대전교육청의 예술중점학급(미술) 지원금에서 비롯됐다.

미술중점학급 정원(60명)을 맞추기 위해 학교 홍보담당이 초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입학설명회와 전화 상담을 통해 위장전입을 유도하고, 안내한 게 '성추행 은폐'의 발단이라는 것이다. 미술중점학교 지원학생은 관할 교육지원청 학군내 거주자로 모집단위가 제한돼 있다.

때문에 '미달'을 막고자 2015년부터 관할 교육지원청 밖의 학생들을 모집하면서 위장 전입 방법을 은밀하게 설명했고, 주소 이전이 마땅치 않은 학생은 교사와 행정실 직원들의 주소로 전입신고를 하게 한 뒤 입학 후 되돌리는 수법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법동초, 신탄진초, 내동초, 가장초, 복수초, 신평초, 금성초 등 확인된 학생만 10여명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기간제 교사들에게도 수법을 공유하도록 지시했고, 이를 거부하면 불이익이 돌아가기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S여중이 '미술중점학교'에 목을 멘 이유는 간단하다. 예술관련 중점학교로 지정되면 교육부와 대전교육청으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비용이 지원된다. 지난해만해도 교육부와 시교육청 지원금을 합해 1억원이 넘는 금액이 지원됐다.

성추행 은폐 역시 미술중점학교와 맞물린다. 해당 교사A씨는 미술부장교사였다.

학부모들은 "당연히 A교사가 학교와 재단의 불법을 모를리 없었고, A교사의 성추행에 대해 학교와 재단이 경찰과 대전시교육청에 신고하지 않고, 자체 징계위를 열어 '경고'를 준 것"이라며 "애초에 병가와 병휴직을 받아 준 것도 시간을 끌기위한 속셈이었고, 그러니 사건이 일어난 뒤 1년 뒤에 명예퇴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성추행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대전S여중 학생들이 학교장의 해명을 들은 뒤 요약해 SNS에 올린 글이다.(굿모닝충청 권성하 기자)
성추행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대전S여중 학생들이 학교장의 해명을 들은 뒤 요약해 SNS에 글을 올리고 있다.(굿모닝충청 권성하 기자)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은 학교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재발방지와 학생들에 대한 심리치료, 해당 교사의 파면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단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이 학교 교장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해명한 내용을 보면 "교육청과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 빼고는 완벽하게 처리했다", "그 사건 때문에 가정사가 힘들어진 선생님이 걱정됐다", "수업시간에 야동을 본건 사실이지만 자위는 하지 않았다", "이사장님이 너희들 만한 손녀가 있어서 친근하게 하려고 한 것이다", "학교에 오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위해 (위장전입을) 알려준게 무슨 문제냐" 는 식의 발언을 했다. 내부 비리와 성추행에 대한 학교와 재단의 현재 시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사화된 2건 외에도 최근 2년 반 사이에 여중과 여고에서 무려 4명의 교사가 성 관련 문제로 학교를 떠났다는 학부모들의 제보다. 이 역시 경찰과 대전교육청에는 신고되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더이상의 성추문 은폐와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전교육청 역시 안일한 태도로 이 문제를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다.

한 학부모는 "이 학교에서 무려 4명의 교사가 성 관련 문제로 옷을 벗는 동안 대전교육청이 단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알고도 눈을 감았다면 직무유기이고, 몰랐다면 이제라도 모든 교사에 대해 제대로 된 퇴직 절차가 이행됐는지를 살펴보고, 학교법인을 형사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 분노 본질을 모르는 '꼰대'와 '완장'들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교장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해명 자리'는 적나라한 꼰대와 완장의 모습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굿모닝충청>의 기사가 나오니까 부랴부랴 해명하는 것도 웃기지만 '해명'이라는 말 자체도 모순이라는 것이다.

녹취록에서도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그렇게 배웠는데. 문제가 뭔지 모르는거야, 알면서도 모르는척 하는거야"라는 학생들의 탄식이 흘러 나온다.

분노의 본질은 변명 대신 '책임있는 사과'를 하라는 것이다. S여중 기사 댓글에도 같은 맥락의 글들이 눈에 띈다.

"야동 사건 촬영했던 학생이다. 영상이 두개다. 야동도 보고 그것도 했다", "그래도 학생들이 착해서 대면해서 진심 담긴 사과하라 그러네. 보통은 강력한 법적인 처벌하라고 할텐데", "생기부로 마구 협박하면 저희가 무서워서 대우받는 줄 아나봐요" 등이다.

◆제 식구 감싸기가 '의리'인 학교

'돈'과 '거짓말'이 사태의 출발이라면 불법을 저질러도 눈 감아주는 것이 미덕인양 돼 버린 학교의 '제 식구 감싸기'는 교육계 전체를 욕 보이는 부패의 근원이 됐다.

학생들은 "교장 선생님의 해명 대로라면 성추행을 저질러도 해당 교사 개인의 가정사가 힘들어지면 눈을 감아줘야 하고, 고인이 되면 눈을 감아줘야 하느냐"며 "그게 아니라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학교가 시스템적으로 개선의지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라도 처리과정이 완벽했다느니 감성적인 접근을 하지 말라느니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강한 개선의지를 보여달라는 게 학생들의 목소리다.

자신들은 졸업하지만 이번 일을 눈감으면 또다른 피해자가 후배들에게서 나올 수 있다는 게 목소리를 낸 진짜 이유라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 수업시간을 마음대로 뺏고 해명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은 명백한 학습권 침해"라며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이해를 시키려는 행태도 자기결정권이 없는 미성년자에 대한 협박이나 다름없다"고 쓴소리를 냈다.

이제라도 S여중 학교와 재단이 사과성명을 내고, 연루된 관계자를 엄하게 문책하고, 제대로 된 법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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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2020-01-30 20:04:12
이 학교에 권력을 내새워 학생들에게 함부로 한 결과입니다.
아직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더이상 다른 선생님들께 피해주지 말고, 자진해서 밝히고 사과하시길 바랍니다.
졸업생을로써 부끄럽고 그 시절 참고 지냈던 때가 후회됩니다.
정법한 수사 부탁드립니다.

입학예정학생 2020-01-31 14:53:26
학교 입학예정인데 매우불안합니다. 정직한 사과와 교사를 파면하고, 학생복지와 학생인권에 대해 신경써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교사의 교육또한 신경 써주세요. 미래가 걱정됍니다.

신지윤 2020-01-31 20:52:42
계속되는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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