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민식이법… ‘고작’과 ‘무려’의 차이
[노트북을 열며] 민식이법… ‘고작’과 ‘무려’의 차이
  • 최수지 기자
  • 승인 2020.02.09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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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1일 고 김민식 군은 스쿨존에서 엄마가 운영하는 가게에 가려다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지난해 9월 11일 고 김민식 군은 스쿨존에서 엄마가 운영하는 가게에 가려다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최수지 기자] “아이들 보호하려다, 부모가 징역간다.”

‘민식이법’ 취재 중 기자에게 한 학부모가 건넨 말이다.

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당시 9세)군의 이름을 따 마련됐다.

사고 3개월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오는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국회엔 산더미처럼 쌓인 법안이 많다. 20대 국회에만 1만 6211건이 계류 중인데, 민식이법은 빠른 속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 탓일까, ‘감성팔이’, ‘졸속법안’, ‘악법’, ‘떼법’이란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끊이지 않는 잡음. 왜일까?

상황을 짚어보자면, 빠른 속도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점이 있다면, 고쳐서 바로잡는 게 맞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소를 두 번 잃어선 안 되지 않겠는가.

스쿨존 내 교통사고 처벌 수위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점은 분명히 지적하고 넘어가야 한다.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로 구성됐다.

과속단속 카메라 의무 설치 등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 취지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는 없다.

반면 특가법에는 공감의 목소리가 부족하다.

“‘무려’ 무기징역이다”란 말이 쏟아져 나온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할 의무. 특가법 조항의 무책임함에서 비롯된 거다. 해석에 따라 고의가 아닌 과실로 처벌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운전자들의 불만은 바로 이거다. 명확하지 않은 기준에 무조건 과실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 ‘억울한’운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다른 법과 비교 해봐도, 민식이법 사망사고의 법정 형량은 강간죄(3년 이상의 유기징역) 보다 무겁다. 여러 단서조항에 따라 다르겠지만, 과실범과 고의범의 차이를 두지 않고 처벌하는 법에는 공감하기 어렵지 않겠나.

같은 특가법 개정안인 윤창호법과 비교해보자.

윤창호법 가해자에게 내려진 ‘고작’ 6년에 대중들은 분노했다. 사회는 법 개정으로 최대 무기징역의 법정 형량을 이끌어 냈다.

무슨 차이일까. 고작과 무려의 차이다. 공감의 차이라는 거다.

명확하고 분명한 법 아래 억울한 어린이도, 운전자도 없어야 한다.

불만을 토해내는 운전자에게도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아직 미성숙한 어린이를 보호할 의무는 어른에게 있다.

적어도 법 개정 취지에 정말 공감한다면, 그만큼의 노력은 보여야 할 텐데, 최소한의 규정도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을 향해 ‘엄벌 위주’형법은 안성맞춤일 수 도 있겠다.

우리는 과거에도 누군가의 이름을 딴 법안을 자주 마주해왔다.

음주운전 처벌 수위를 높인 윤창호법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임세원법(의료법) 해인이법(어린이 응급조치 의무화)과 태호·유찬이법(어린이 탑승차량 의무신고) 등 누군가의 죽음에서 비롯된 법안을 우리는 알고 있다.

사후약방문식 대처로 인해 줄줄이 생겨난 법안을 무책임하게 매도하고 호도하기만 해선 안 된다. 문제를 분명히 인식하는 데서 좀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할 수 있을 거다. 

눈물을 무기로 만들어 낸 법. 눈물로 호소할 수밖에 없는 현실. 둘 중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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