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북을 열며] '기생충'의 정치학
    [노트북을 열며] '기생충'의 정치학
    정치권, 부의 양극화 해소에 역량 모아야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0.02.12 12: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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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자 환호하고 있다. 배우 송강호도 봉 감독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 뉴욕타임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자 환호하고 있다. 배우 송강호도 봉 감독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 뉴욕타임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소식이 여전히 화제다. 

    <기생충>은 정치권에도 파장을 몰고 왔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여야 모두 환영입장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은 "101년을 맞이한 한국 영화가 세계적 반열에 올랐음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며, 한국인과 한국 문화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세계에 과시했다"고 논평했다.

    자유한국당은 "다른 무엇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침체와 정체, 절망에 빠진 대한민국에 전해진 단 비같은 희소식이다. 영화를 만든 제작자와 배우들, 관계자 여러분들께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세계 주류 영화계에 우뚝 선 한국 영화가 한류의 새로운 동력이 돼 세계 곳곳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길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의당도 "기생충이 오늘까지 걸어온 길에는 수많은 영화인들과 문화예술인들의 피와 땀, 눈물이 서려있다. 숱한 이들의 헌신 위에 오늘의 성과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세계의 시선을 대한민국으로 집중시킨 많은 이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제2, 제3의 ‘기생충’이 반드시 뒤이어 탄생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그런데 정치권의 논의는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진원지는 한국당이다. 강효상 한국당 원내부대표는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생충>을 언급했다. 

    강 부대표는 먼저 "외국에도 소니나 MGM같은 큰 거대 영화기업이 있지만, 과연 우리나라도 대기업인 CJ그룹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같은 쾌거가 있었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며 CJ 그룹을 치켜세웠다. 

    이어 봉 감독의 출신지역을 입에 올렸다. 강 부대표의 말이다. 

    "한 가지 더는 우리 봉준호 감독은 대구 출신이다. 69년에 대구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다닌 감독인데, 저도 동시대의 그 이웃동네에서 학교를 같이 다녔다. 우리 같은 250만 대구시민들과 함께 봉 감독에게 다시 한 번 축하의 말씀드린다."

    강 부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카데미 수상을 계기로 영화박물관을 설립해 영화를 문화예술 도시 대구의 아이콘으로 살려야 한다"며 대구시 신청사 옆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뿐만 아니다. 대구 중ㆍ남의 장원용 예비후보는 봉준호 기념관과 공원을 조성을, 배영식 예비후보는 봉준호 영화의 거리, 생가터 복원, 동상 건립, 기생충 조형물 설치 등을 약속했다. 

    아카데미 수상소식 전해지자 안면몰수한 한국당

    영화 <기생충>이 나왔을 때만 해도 한국당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체제 전복의 내용을 담고 있는 전형적인 좌파 영화"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사실이 그렇다. <기생충>의 마지막 장면은 체제 전복의 메시지나 다름없으니까. 

    무엇보다 <기생충>이 그리는 이야기는 부의 양극화 문제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주요 4개 부문 수상소식을 전한 외신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는 이렇게 적었다. 

    "<기생충>은 불편한 진실을 넌지시 말한다. 삼성의 세계기업 도약, K팝의 폭발적 인기 등 국가적 성공은 실로 극적이었다. 반면 많은 한국인들은 고속 성장의 그늘이 있었음을 인식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봉준호 감독은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봉 감독의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희망을 상실한 사회를 반영한다."

    (원문 : But it also hints at an uncomfortable truth: While the national successes have been spectacular — from Samsung’s rise as a global economic powerhouse to the explosion of K-pop in Asia and beyond — many South Koreans recognize that there’s been a dark side to that rise. Only a few years ago, Bong himself was blacklisted by the government, and the characters in his film reflect a society where many feel intense hopelessness.)

    공교롭게도 봉 감독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쪽은 박근혜 전 정권, 즉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집권 여당인 시절이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봉 감독은 정권에 비판적이었다는 혐의로 박근혜 보수정권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부 지원을 거부당했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 부의 양극화는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서 불거진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이명박·박근혜 전 정권이 부의 양극화를 부채질 했고, 문재인 정부가 이에 대해 적절한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사실에 가깝다. 

    이쯤되면 먼저 한국당은 전 정권 시절 봉 감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지원을 끊은 데 사과하고, 부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적 대안을 고민하는 게 도리다. 그래야하는 한국당이 '단비 같은 희소식' 운운하며 봉준호 영화관 건립 등을 약속하는 건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기생충>은 한국적인 이야기이지만, 이를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발전시켰다고 본다. 칸, 아카데미 등 세계 주요영화제가 주요 부문상을 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정치권이 <기생충>의 이야기를 그저 영화로 치부하지 않기 바란다. 제2, 제3의 <기생충>이 나올 수 있도록 문화예술계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례적인 논평도 삼가기 바란다.

    그보다, 수많은 국민이 영화 속 현실을 살아간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인 이유로 문화예술인을 옥죄는 일은 더는 없기 바란다. 이게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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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해요 2020-02-12 13:48:26
    영화 <기생충> 속 영어 명대사

    Does Oxford have a mmkor in document forgery?
    서울대에도 문서위조학과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