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대전S여중 사태, "바보야, 문제는 시스템이야"
[노트북을 열며] 대전S여중 사태, "바보야, 문제는 시스템이야"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권성하 기자
  • 승인 2020.02.14 21:00
  •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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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권성하 기자] 행동경제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댄 애리얼리(Dan Ariely) 듀크대 교수의 책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에는 재미있는 실험 사례가 있다.

시각장애인과 일반 시민을 택시에 태운 뒤 운전사의 대응방법을 살폈더니 놀랍게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빙빙 도는 부정행위가 더 많았다. 택시기사들은 시각장애인을 속인다는 것에 죄책감과 반발심을 느꼈던 것으로 나타났다.

책에는 또 다른 사례도 눈에 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효과다.

한 번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스스로가 가진 윤리 의식이 느슨해 지면서 제2, 제3의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효과는 최근 성추행 은폐로 물의를 빚고 있는 대전S여중·여고 사태의 본질을 말해준다.

대전교육청의 특별감사 중간보고에서 S여학교는 여중과 여고 가릴 것 없이 성추행이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처음엔 한 두 명의 일탈이었을 지도 모른다. 학교도 몰랐을 수 있다.

하지만 너도 나도 추행에 둔감해졌다. 그 사이 추악한 손은 여학생들을 만졌고,  더러운 입들은 수시로 모멸감을 안겼다. 선생님이 만질까봐 피해다녔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쯤되면 학교가 몰랐을 리 없다.

그럼 왜 이 학교에서 성비위가 지속됐을까? 왜 최근 몇 년 사이에 4명 이상의 교사들이 옷을 벗었을까? 왜 대전교육청은 몰랐을까?

처음 학교를 취재했을때 기자의 화두는 '위장전입'이었다. 연간 1억원 안팎의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미술중점학급을 운영해야 하는데 '미달'을 막기 위해 학교와 재단 관계자들이 교직원들의 주소까지 내 주면서 학생들의 위장전입을 알선했다는 제보가 발단이 됐다.

취재 과정에서 미술중점학급 예술부장이 성추행 논란 속에 명예퇴직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속되는 성비위의 연결고리가 나타났다.

위장전입의 전말을 아는 예술부장이 학교와 재단의 입단속 아래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했다.

그만큼 S여학교는 감출 게 많았다. '위장전입 알선', '각종 성 비위', '교사 남편에게 일감 몰아주기', '명절 떡값과 생일선물' 등등 얽히고 섥혔다. "이사장도 만졌다"는 학생들의 육성도 터져나왔다.

씁쓸한 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학교와 재단의 태도다.

처음 성추행 기사가 나오자 학교와 재단 관계자는 피해자 대신 목격자부터 찾아 다녔다. "안 본 걸로 해달라"는 읍소를 하면서 피해자 학부모에게는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

처음 이 학교를 찾아 갔을때 "이미 지난 일이고, 왜 이제와서 확인하려느냐"가 이들의 말이었다.

문제가 있었다는걸 누구보다 잘 알 면서도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버텨보자'는 심사도 읽힌다. 뒤로는 기사를 쓰지 말라는 압력을 넣으면서 앞으로는 명예훼손과 정정보도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알려왔다.

대전교육청의 특감에는 어떻게든 별일 아닌 것으로 틀어 막은 뒤 기자의 손을 묶겠다는 생각이 읽힌다.

사실 S여학교 사태의 해결법은 간단했다. 개인의 일탈에 대해 학교와 재단이 엄중하게 '경고 시스템'을 작동했느냐의 문제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전교육청과 설동호 교육감이 이번 사태에 의지가 있느냐는 '시스템'의 문제다.

이에 앞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비위를 막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교사와 학교 관계자들이 '알면서도 덮었던'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게 우선이다.

S여학교에 종사하는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에게 댄 교수의 메시지를 들려 주고 싶다.

"겉으로 보기에 악의 없는 행동이라도 사소한 부정행위를 줄이면 사회는 더 정직해지고, 부정부패는 점점 설 곳을 잃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에게 자습을 시키고, '포르노'를 틀었던 그날의 영상을 공개한다. 이 영상을 미리 봤던 S여중·여고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이걸 보고도 뭘 감추고 싶었는가?"

이 영상은 해당 교사의 행동에 수상함을 느낀 대전S여중 학생들이 직접 촬영해 학교에 문제제기했던 영상이다.(굿모닝충청 권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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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딸아 2020-02-15 00:13:16
딸아 미안하다.
저런걸 눈감아준 학교에 보내 미안하다
저런걸 눈감고 학생들앞에서 선생이라고 지껄인 김모여선생 ...
교사로써 당신의 양심은 어디있는겁니까?
부모로써 엄마로써의 책임은 어디있는겁니까?
저는 묻고싶습니다..
당신의 자녀였어도 묻었겠습니다?
교단에 서서 아이들의 인권을 짋밟으며 고고한척 고개를 들고 살수있었습니까?
당신의 자녀도 당신이 이런 사람인걸 압니까?
지금이라도 고개숙여 사과하십시요
부메랑이 되어 당신의자녀에게 돌아갑니다 분명히

딸바보 2020-02-14 22:51:44
기자는 뒤로 기사 쓰지 말아달라고한 사람 이름을 공개하라.
소송 하겠다고한 사람도 공개하라.
폐교가 답이다.

폐교 2020-02-14 23:03:39
참 교육은
참지 말고 폐교로 교육시키는 것이다
아이들의 소중함을 모르는 학교는
폐교 당한는 것을 교육시키는 것이다.
여러 부실 사학재단에게

학부모 2020-02-14 22:30:49
tlsdlf님
선생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학생들이 카메라 충전한다고
기지를 발휘해서 촬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학교에서 모두 압수했지만 빼앗기지 않았던...

한마디 2020-02-14 22:37:35
설동호 교육감님
저학교는 해도해도 너무하군요
지금의 아이들이나 내일의 아이들을 위해서
저런 학교는 폐교시켜 버리지요
사립이라 강제폐교가 불가능하면 교육청지원 배제하고
희망하는 학생들 전학허용하면 자동으로 폐교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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