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날아온 화살에 어깨를 맞고 피 흘리고 있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화살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누가 쐈는지,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때 필요한 건 오직 환자를 위한 발 빠른 치료다."
감염병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김우주 교수(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사태의 출처를 캐고 비난하는데 열 올리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냉철한 비판이다.
〈오마이뉴스〉는 22일 김 교수의 발언을 인용, “대구·경북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이상 더는 지역만의 일이 아니다”라며 “지금 나온 확진자 숫자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자 매체에 소개된 전문가인 김 교수의 견해를 간추렸다.
-하루 만에 총 229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정부가 지역사회 감염을 막는데 실패했다. 느슨한 방역망을 틈타 잠복기가 지난 지금에서야 증상이 발현된 거다. 대구·경북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이상, 더 이상 지역만의 일이 아니다. 지금 나온 확진자 숫자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봐야 한다. 지금 대구는 큰불이 난 거고, 다른 지역에서는 불똥이 떨어져서 퍼지고 있는 상황인 거다.
-다른 감염병 사례 중 하루 만에 확진자 수가 이토록 급증한 경우가 있었나?
▲2015년 메르스 때, 두 달 만에 18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사망자를 고려하지 않고 확진자만 봤을 때, 코로나19가 메르스의 확진 폭을 훨씬 넘어섰다. 다음은 2009년 신종플루다. 신종플루는 5, 6월까지만 해도 얼마 안 나오다가 9월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하루에 100, 200씩 나왔다. 10월에는 하루에 1만명 이상의 환자가 나왔다. 다만 그때 우리에겐 '타미플루'라는 치료제가 있어서 기침만 나더라도 이 약을 처방하면서 대처했다. 지금 보건당국은 신종플루 때의 대처를 참고해야 한다.
-향후 ‘코로나19’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전까지는 역학조사로 확진자 동선을 밝혀내는 것에 무게중심이 쏠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역사회에서 열나고 기침 나는 환자들을 선제적으로 치료하고, 사망자 수를 줄이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날아온 화살에 어깨를 맞고 피 흘리고 있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화살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누가 쐈는지,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때 필요한 건 오직 환자를 위한 발 빠른 치료다.
-앞으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의료공백이다. 기존의 의료시스템이 붕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어떤 감염병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질병을 앓는 국민들 모두 안전하게 진단받고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는 사람이 죽을 위험에 놓일 수도 있는 거다. 국민건강 시스템이 무너지는 게 가장 큰 걱정이다.
병원의 상황도 우려된다. 지금 대학병원으로 의심 환자들이 모두 몰리다 보니 의료진 인력도, 보호장비도 다 동나는 상황이다. 보건소·중급병원·대학 상급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