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운명이라면…시간 끌고 싶지 않다"
이재명 “운명이라면…시간 끌고 싶지 않다"
- "나는 여전히 사필귀정을, 그리고 사법부의 양식을 믿는다!"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02.2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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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분명히 다시 말하지만 재판지연으로 구차하게 공직을 연장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어차피 벗어나야 한다면 오히려 빨리 벗어나고 싶다. 단두대에 목을 걸고 있다 해도 1360만 도정의 책임은 무겁고 힘든 짐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24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소회를 밝혔다.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벼랑 끝에 놓인 자신을 돌아보며 운명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며 절규하듯 담았다.

특히 영화 ‘브레이브하트’를 인용, “영화 속 월레스가 죽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오래전부터 내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내장이 들어내지고 뼈와 살이 찢기는 고통 속에서, 목을 향해 떨어지는 도끼날은 차라리 그에게 자비였다”라고 적었다.

그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 시한(12월 5일)을 훨씬 넘겼는데도 아직 내려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음모론적 시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대법원 재판을 두고, 내가 지사직을 연명하려고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거나 판결 지연으로 혜택을 누린다는 주장은 심히 모욕적이다. 두려움에 기반한 불안을 한 순간이라도 더 연장하고 싶지 않다. 힘겨움에 공감하지 못할지라도 고통을 조롱하지는 말아주면 좋겠다.”

그는 “강철멘탈로 불리지만, 나 역시 부양할 가족을 둔 소심한 가장이고 이제는 늙어가는 나약한 존재”라며 “두려움조차 없는 비정상적 존재가 아니라, 살 떨리는 두려움을 사력을 다해 견뎌내고 있는 한 인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릴 권세도 아닌, 책임의 무게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쉬울 뿐, 지사직을 잃고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정치적 사형’은 두렵지 않다”며 “그러나 이제 인생의 황혼녘에서 ‘경제적 사형’은 사실 두렵다. 전 재산을 다 내고도, 한 생을 더 살며 벌어도 못다갚을 엄청난 선거자금 반환채무와 그로 인해 필연적인 신용불량자의 삶이 날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냉정한 자본주의체제 속에서 죽을 때까지 모든 것을 다 빼앗기는 처참한 삶은 물론 가족의 단란함조차 위태로운, 나로선 지옥이 열린다”고도 했다.

또 성남시장 시절 숱한 고난을 버티고 이겨낸 과거에 대해서도 떠올렸다.
“성남시장 시절 나흘에 사흘 꼴로 계속된 검경과 정부기관의 수사, 감사를 버티며 하고자 했던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잃게 될 것들이 아깝지도 두렵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간첩으로 몰려 사법살인을 당하고 고문으로 온 몸이 망가지며 패가망신 당한 선배들에 비하면, 내가 잃을 것은 아무리 크게 잡아도 너무 작았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심경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구구절절 비장한 심경을 드러내는 등 비장감이 짙게 묻어났다.
“잠깐의 희망고문을 지나 내 목은 단두대에 올려졌고, 이제 찰라에 무너질 삶과 죽음의 경계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집행관의 손 끝에 달렸다. 목을 겨냥한 칼날이 무심하게 빛나는 가운데 시간은 기약 없이 흐르고, 미동조차 순간 순간 아득한 공포와 막연한 희망으로 변신하며 심장근육을 옥죈다.”

또 1심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4가지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던 이 지사가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던 2심에 대해 여전히 ‘납득불가 판결’이라는 불만을 드러냈다.
“‘강제진단 지시사실은 국민이 관심 가질만한 사항’인데 ‘스스로 말하지 않았으니 숨긴 것’이고, ‘숨긴 것은 적극적으로 거짓말 한 것과 마찬가지로 평가되니 허위사실 공표다’라는 납득불가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사필귀정을, 그리고 사법부의 양식을 믿는다”라고 꼬리말을 달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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